
♧ 자서(自序)
ᄂᆞ물국에
고추전에
ᄎᆞ마기심치에
상추쌈에
참외 오디 무화과
우영팟 송키들로
오늘도 한 상 가득
오막오막 맛있게
한라수목원 황토집에서
김섬 손모음

♧ 멜국
멜국은 봄에 먹이사주
오월에 나는 꼿멜로 끌려사
진ᄍᆞ 멜국이주
사오기꼿 피어나곡
유채고장도 피어나가민 바당에도
와랑와랑 꼿이 피는 거라
멜 들엇저 웨울르는 소리에
ᄋᆞ망ᄋᆞ망 모다졍 바구리 ᄀᆞ득 담아오민
ᄆᆞᆫ저 멜국부터 끌리는 거주
싱싱ᄒᆞᆫ 꼿멜 놓곡
우영팟 ᄂᆞ물만 놓앙 끌려도
베지근ᄒᆞ니 속이 확 풀리곡
웃음이 절로 나주
꼿피는 봄이 뒈고졍ᄒᆞ민
꼿멜국을 먹어사 ᄒᆞ주

♣ 멸국
멸국은 봄에 먹어야 하지
오월에 나는 꽃멸로 끓여야
진짜 멸국이지
벚꽃 피어나고
유채꽃도 피어나가면 바다에도
와랑와랑 꽃이 피는 거야
멜 들었저 외치는 소리에
여드어 바구니 가득 담아오면
우글우글 모여들어 바구니 가득 담아오면
먼저 멸국부터 끓이는 거지
싱싱한 꽃멸 넣고
텃받 얼갈이만 넣고 끓여도
개운하니 속이 싸악 풀리고
웃음이 절로 나지
꽃피는 봄이 되고프면
꽃멸국을 먹어야 하지

♧ 전복죽
희영ᄒᆞᆫ 전복죽은 전복죽이 아니라
게웃이 들어간 ᄑᆞ리롱ᄒᆞᆫ 전복죽이
제라진 전복죽이주
제라진 전복죽은 입에 놓자마자
꿀딱꿀딱 ᄉᆞᆷ져지곡 그릇ᄁᆞ지 할타먹어지주
요지금은 ᄆᆞᆫ 양식 전복
ᄌᆞᆷ수가 잡은 손바닥만 ᄒᆞᆫ 전복은
꿈에서나 시꿔사주
ᄏᆞᄏᆞᆯ이 싯엉
똥 담아진 배설 떼어내곡
이빨은 헤양ᄒᆞᆫ 꼬랑지만 빼불곡
게웃은 따로 싯어논 ᄊᆞᆯ에 놓앙
손으로 박박 주물르멍 서꺼놓아사주
ᄎᆞᆷ지름 부어놓앙
게웃 서끈 ᄊᆞᆯ ᄆᆞᆫ져 볶앙
썰어논 전복이영 물 놓앙 끌리곡
간은 소곰으로 ᄒᆞ곡
귀ᄒᆞ게 끌려사
귀ᄒᆞᆫ 사름덜이영 ᄒᆞᆫ디
기운 나게 먹주

♣ 전복죽
희멀건 전복죽은 전복죽이 아니야
전복내장이 들어간 파르스름한 전복죽이
진짜 전복죽이지
진짜 전복죽은 입에 넣자마자
꿀딱꿀딱 삼켜지고 그릇까지 핥아먹어지지
요즘은 모두 양식 전복
해녀가 잡은 손바닥만 한 전복은
꿈에서나 봐야지
깨끗이 씻어
똥 담긴 내장 떼어내고
이빨은 허연 꼬랑지만 빼내버리고
내장은 따로 씻어놓은 쌀에 넣어
손으로 박박 주무르며 섞어두어야
참기름 부어놓고
내장 섞은 쌀 먼저 볶다가
썰어놓은 전복하고 물 넣어 끓이고
간은 소금으로 하고
귀하게 끓여야
귀한 사람들하고 함께
기운 나게 먹지

♧ 보말죽
4월 초파일은 횃 ᄀᆞ메기* 잡는 날
저냑 먹엉 미리생이 홰 준비ᄒᆞ엿당
어둑ᄒᆞ여가민 ᄒᆞᆫ저 바당터레 ᄃᆞᆯ러가사 ᄒᆞᆫ다
보말 하영 나는 빌레는
동네 사름덜이 ᄆᆞᆫ 알아브난
ᄒᆞᆫ저 가사 자리 ᄎᆞ지ᄒᆞ여진다
어마넝창ᄒᆞ다
빌레 우터레 곰작곰작 올라온 저 보말덜
어디 곱앗당 영 나왐신고
아이덜은 구경 ᄒᆞ기 바쁘곡
어른덜은 줏어 담기 바쁘다
수두리보말 먹보말 메홍이 돌포말
젤 ᄉᆞᆯ찌고 젤 맛존 초파일 보말
식구덜 둘러앚앙 까곡 또 까곡
하영 줏어먹은 아이덜은 벤소에 들락날락ᄒᆞ멍도
어멍이 보말죽 쑤어주민 오꼿 사발 모시딱 비운다
아방 좋아ᄒᆞ는 보말국도 끌리곡
톨이영 ᄀᆞ치 무쳥 반찬도 멩글곡
경ᄒᆞ여도 남으민 죽 또시 쑬 거다
할망 하르방이 막 좋아해브난
아이뎔은 포부떵 ᄀᆞ치 먹는 거다
---
*ᄀᆞ메기 : 보말(고둥)의 다른 이름.

♣ 고둥죽
4월 초파일은 홰 밝혀 보말 잡는 날
저녁 먹고 일찌감치 홰 준비했다
어둑해지면 얼른 바다로 달려가야 한다
보말 많이 나는 너럭바위는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버려
빨리 가야 자리 차지해진다
굉장하네
너럭바위 위로 곰지락곰지락 올라온 저 보말들
어디 숨었다 이리 나오나
아이들은 구경하기 바쁘고
어른들은 주위 담기 바쁘다
팽이고둥 밤고둥 두드럭고등 문다드리
제일 살찌고 제일 맛좋은 초파일 보말
식구들 둘러앉아 까고 또 까고
많이 집어먹은 아이들은 변소에 들락날락하면서
어머니가 보말죽 쑤어주면 후딱 한 그릇 다 비운다
아버지 좋아하는 보말국도 끓이고
톳이랑 같이 무쳐 반찬도 만들고
그래도 남으면 죽 한 번 더 쑬 거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척 좋아해서
아이들은 덩달아 같이 먹는 거다
*김섬 지음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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