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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3)

by 김창집1 2025. 11. 10.

 

 

신이 뜻이라면

 

  아기의 첫울음은 슬픈 소리인가, 기쁜 소리일까,

  행복과 불행 모두 한 몸으로 나왔기에 무엇이라는 것마저 불확실하지만 재물로도 인간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축복으로 맞이하여야 하지 않을까?

 

  왜 자신을 숨기려 드는가 끝없이 펼쳐진 저 수평선 너머에는 찬란함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신이 보낸 것이라면 포기하는 것 또한 신을 모독함이며 죄를 범하는 것이리라

 

  포기 말고 부지런히 살다 보면 불행만 주어지진 않으리니 한숨으로 시간을 낭비하려는가? 지나가는 세상에 더없는 아름다움이여 긍정하는 자는 청춘이요 부정하는 자는 노인이라네, 뜻대로 하라고 맡기고 용기를 내자.

 

 



가을은

 

 

감나무잎이 가을을 불러온다

하늘거리며 몇 잎 남은 가지에도

가을이 내려와 앉는다

 

먼 산 붉은 물감 뿌리며 계곡을

넘어서 온 노란 가을이 가득하고

여기에 피는 꽃은 사연도 모른 채

빨라지고 이별을 한다

 

가을은 노랗게 붉게 세월을 익히며

찬바람은 재촉하며 가을을 데리고 가면

햇빛은 유난히 따가워 단풍처럼

나를 익게 만들고 가을이 다가와

어서 가자고 재촉을 한다.

 

 



사랑합니다

 

 

미소 한번 따뜻하게 나누지 못했어도

그를 위해 내 눈물 흘릴 수 있었고

당신을 만나 너무 부족한 걸 안다

 

임 향한 일편단심 사랑만 꿈꾸며

남몰래 쓰라린 가슴 적시던 날들

이제 사랑 찾아 길을 나선다

 

마음을 주고 정 주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사랑으로 살고 싶어

설레는 마음 안고 길을 걷는다

 

당신과 함께한 세상은 살 만했고

이별이 온다 해도 남은 흔적 지워지는 날

감사하고 고마운 삶이었다고 말하리다.

 

 



범종 소리

 

 

이른 새벽 새날을 알리고 생명을 깨워주는 깨달음의 울림

마음속 파고들어 침전된 괴로움들

밖으로 튀어나와 바람으로 흩어진다

 

저 소리 어둠을 흔들며 25초의 울림에 빗장 풀고

날 짐승과 물고기 축생들도 깨어나 마음을 여미며

몸을 씻는다

 

범종 소리 무량한 우주로 번져나가면

숨고 지내던 자비심이 깨어나고

그 소리에 자연의 법리를 깨우고

소리는 자취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무명을 깨치던 마음도 자리를 잡고 생을 멈추고

경건한 자신을 찾아 저승의 신명들도 소리 따라 모여들고

속세에 잊었던 깊은 자아를 깨워준다.

 

 



바다로 가고 싶다

 

 

바닷물이 부르는 소리 따라 흩날리는 파도와

물거품 갈매기 떼 소리 멀리 들리는

수평선 따라 바다로 가고 싶다

 

정처 없는 집시의 삶이라도 행복의 근원을 찾아

노을 따라 젊은이여 가자 바다의 비밀을 개러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로 가고 싶다

 

가야는 길이라면 바람과 물결 아우성치더라도

뒤도 곁도 보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내 운명이라면 파도가 삼키려 들지라도 가리다

 

물결 타고 넘으며 내가 이룰 곳까지 천년 쌓아온

바다의 외로운 시간을 고기떼들의 속삭이는

적막을 뚫고 파도 소리 따라 나는 가고 싶다.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