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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가을호의 시(3)

by 김창집1 2025. 11. 15.

 

 

♧ 해녀콩 - 김순남

 

 

아침에 물 질곡

저냑에 물 질곡

허벅짐 벗는다 싶으면

조영 기장이영 싱거진 밧돌렝이엔

검질제왕 애조자지 명도

여청이 무신 죄라

어멍이난 해사주

 

해삼이영 전복이영 구젱기영

잡아올려사 아덜 똘 멕이명

건사하는 거라

칠성판 짊어지곡 물 소곱에 기명

뎅길 때는 숨 보땅 죽어질 것 닮아도

살암시난 살아져서라

 

먹으민 죽넨 호여도

감당 못할 아으는 어떵허지 못허영

이불 속 그 울음이사

누게가 알 말이우꽈

바람 타는 저 바당도 보듬으난

착허고 곱닥한 꽃으로

피어 졈서라

 

 



♧ 귀고리 – 김순선

 

 

매일 같은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다

건강한 체격에 검은 피부

어디서 버스를 탔는지는 모른다

하루분의 노동을 담은

가방을 메고

남자의 귀밑에서 귀고리가 반짝인다

 

여자는 버스를 타면

귀고리를 찾는다

어디쯤 떨어져 있을까

남자는 고향이 너무 멀어

버스에서 내리면

자전거 거치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사라진다

 

트로트 박자를 맞추듯

남자가 버스에서 내린다

마중 나은 이브의 손을 잡고

샛길로 걸어간다

여자도 사분쉼표를 밟으며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

앞서가던 남자가 보란 듯이

마중 나온 이브의 어깨 위에 손을 얹는다

남자의 귀밑에서 귀고리가

으시댄다

 

 



♧ 사봉길 걸으멍 – 김항신

    -입추

 

 

나ᄆᆞ음 니ᄆᆞ음 ᄀᆞ정

열어가는 절기, 오널은

똑기

ᄀᆞ슬이라 해도 좋기여

이제부터 ᄀᆞ슬이주만은

어저껜 요름

 

여물어 ᄃᆞᆯ아지던 것덜

이녁 소임 ᄆᆞᆫ ᄒᆞᆫ 것추룩

을씨년스러운 ᄇᆞᄅᆞᆷ에

우수수 날아간다

 

별도질 반 착 들어사난

ᄀᆞ슬ᄇᆞᄅᆞᆷ ᄄᆞᆷ 어르ᄆᆞᆫ진다

요름이멍 ᄀᆞ슬인양

 

재열소리 앙앙ᄒᆞᆫ다

ᄀᆞ슬ᄀᆞ슬

 

 



♧ 바다의 숨결 – 안시표

 

 

파도 속으로 허연 배를 드러내고

날갯짓하는 괭이갈매기

 

파도는 무엇을 물고 오나요

 

저나 나나 허연 거품이 일면

허기는 매한가지일 터인데

 

쉴새 없이

파도는 갈매기를 품고

갈매기는 파도를 말아 물고

거품을 토해냅니다

 

파도가 들려주는 배후 소리,

저 멀리

그 소리 따라 들어가면

 

우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는가요?

 

바다 저 멀리

끝내 다하지 못한

그대의 숨소리

 

발목은 자꾸 젖어드는데

나는 어디에 가닿으려나?

 

 



♧ 배풍등

 

 

언제부던가 발목 잡던 아담한 숲

허망한 날갯짓에 지친 나비 한 마리에게

달콤한 향기로 집요하게 밀랍으로 에워싼다

 

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모든 꽃은 허상

달빛의 너는 잠적하고 해변의 너는 뭉개지고

곶자왈의 너는 베어졌다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어도로 떠나고

은빛 언어는 흔들리고 바위에 머문 새는 각혈한다

보물 지도는 포말에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출항보다 입항에 익숙해지고

날개 접어 꿈의 닻 내린 지금

 

거짓말처럼 네가 피었다

묵음으로 번지던 산사의 목탁 소리처럼

회전 비행하다가

다시 나비를 제 심장에 포갠다

 

 

                *계간 『제주작가』 가을호(통권 제90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