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거철
빗길 운전 조심하라 걱정해 주는 사람 있다
모르는 전화 꼭 받으라 챙겨주는 사람 있다
자기를 뽑아만 주면 우리 마을 바뀐단다
개소식 오라면서 멍멍 짖는 문자 폭탄
부재 전화 걸었더니 여론조사 독려 중
90도 인사받는 난 유력한 유권자다
초등학교 앞 교통 봉사 난데없는 인산인해
동창회 체육대회 출몰하는 홍길동전
봉사를 하게 해 달란 똑같은 레퍼토리
요양원 하천 청소 김장 봉사 이런 거 말고
풀베기 연탄 나르기 이런 무급 봉사 말고
하여튼 봉산 봉산데 금배지 달고 한단다

♧ 물수제비
바닷가 자갈밭에
장독 파편 널려 있네
메주를 금괴처럼 보듬으며 장 담글 때
간장 내 풍기는 밥상
간이 배던
저녁 한 끼
누룩곰팡이 몸 풀던
풍만한 항아리 속,
엉겨 붙은 시간에 입 다시며 툭 던진다
짭짤한 바닷속에서
간장 뜨는
물수제비

♧ 씻다
네댓 번 소용돌이
쌀뜨물 밀어 올린다
쌀은 씻긴 뒤에
한 끼 밥이 되는데
이 몸은 수만 번 씻어
누구 코에 붙일까

♧ 피로회복제 주세요
되돌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
그때로 돌아간다고?
뚱딴지같은 소리 하네
다시 또
피로하겠다고?
손님, 정말이세요?

♧ 이안류
중년엔 해변에 가면 어류가 될 때 있다
부레와 지느러미 돋아나는 가려움에
역파도 휘몰아치는
위태로운 출근길
수심이 깊어지고 광란의 거품일 땐
거슬러 오려 말라는 사빈해안 생존법
경고가 먹히지 않는
반인반어半人半魚 허우적댄다
계곡에 빠져들어 떠밀려가는 인류와 어류
소용돌이 안 건너고 오는 봄 없다지만
페닉 속 생존수영은
형식일까 내용일까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가히, 2025)에서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항신 제주어시집 '꼿봉오지 베려보라'의 시(3) (0) | 2025.11.18 |
|---|---|
|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3) (0) | 2025.11.17 |
| 계간 '제주작가' 가을호의 시(3) (1) | 2025.11.15 |
| 허유미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 보나'의 시(4) (1) | 2025.11.14 |
|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의 시(8) (1) |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