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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12)

by 김창집1 2025. 11. 16.

 

 

♧ 선거철

 

 

빗길 운전 조심하라 걱정해 주는 사람 있다

모르는 전화 꼭 받으라 챙겨주는 사람 있다

자기를 뽑아만 주면 우리 마을 바뀐단다

 

개소식 오라면서 멍멍 짖는 문자 폭탄

부재 전화 걸었더니 여론조사 독려 중

90도 인사받는 난 유력한 유권자다

 

초등학교 앞 교통 봉사 난데없는 인산인해

동창회 체육대회 출몰하는 홍길동전

봉사를 하게 해 달란 똑같은 레퍼토리

 

요양원 하천 청소 김장 봉사 이런 거 말고

풀베기 연탄 나르기 이런 무급 봉사 말고

하여튼 봉산 봉산데 금배지 달고 한단다

 

 



♧ 물수제비

 

 

바닷가 자갈밭에

장독 파편 널려 있네

메주를 금괴처럼 보듬으며 장 담글 때

간장 내 풍기는 밥상

간이 배던

저녁 한 끼

 

누룩곰팡이 몸 풀던

풍만한 항아리 속,

엉겨 붙은 시간에 입 다시며 툭 던진다

짭짤한 바닷속에서

간장 뜨는

물수제비

 

 



♧ 씻다

 

 

네댓 번 소용돌이

쌀뜨물 밀어 올린다

 

쌀은 씻긴 뒤에

한 끼 밥이 되는데

 

이 몸은 수만 번 씻어

누구 코에 붙일까

 

 



♧ 피로회복제 주세요

 

 

되돌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

 

그때로 돌아간다고?

뚱딴지같은 소리 하네

 

다시 또

피로하겠다고?

손님, 정말이세요?

 

 



♧ 이안류

 

 

중년엔 해변에 가면 어류가 될 때 있다

부레와 지느러미 돋아나는 가려움에

역파도 휘몰아치는

위태로운 출근길

 

수심이 깊어지고 광란의 거품일 땐

거슬러 오려 말라는 사빈해안 생존법

경고가 먹히지 않는

반인반어半人半魚 허우적댄다

 

계곡에 빠져들어 떠밀려가는 인류와 어류

소용돌이 안 건너고 오는 봄 없다지만

페닉 속 생존수영은

형식일까 내용일까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가히,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