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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의 시(2)

by 김창집1 2025. 11. 21.

 

♧ 구젱기적

 

 

구젱기는 ᄌᆞᆷ수 아니라도

ᄌᆞ물아질 때가 싯주

어떵ᄒᆞ당 구젱기 봉근 날은

ᄉᆞ뭇 ᄉᆞ망 인 날이주

 

ᄂᆞᆯ로 먹곡

젓으로도 담그곡

구웡도 먹주마는

식게 멩질 땐 적으로 올려사주

 

고쟁이로 돌령 까질 만이만 ᄉᆞᆱ앙

장물 ᄎᆞᆷ지름 양념ᄒᆞ영

고지에 꿰영 지지는 거주

 

ᄂᆞᆯ로도 먹는 거난

그자 양념 밸 만이만 ᄉᆞᆯ짝

하영 지지민 질기주

 

ᄄᆞ난 적 ᄒᆞ여놓아도

구젱기적만 ᄎᆞᆽ으난

하영 ᄒᆞ느랜 ᄒᆞ당 봐도

돌아사민 메기독닥

 

 



♣ 뿔소라적

 

 

뿔소라는 해녀 아니어도

잡아질 때가 있지

어쩌다 뿔소라 주운 날은

사뭇 재수 좋은 날이지

 

날로 먹고

젓갈로도 담그고

구워서도 먹지만

제사 명절 때는 적으로 올려야지

 

꼬챙이로 돌려 까질 만큼만 삶아

간장 참기름 양념하여

꼬치에 꿰어 지지는 거지

 

날로도 먹는 거니

그저 양념 벨 만큼만 살짝

많이 지지면 질기지

 

다른 적 해놓아도

뿔소라적만 찾으니

많이 한다고 하다 봐도

돌아서면 텅텅

 

 



♧ 자리젓

 

 

저슬 지낭 음력 3월 보름 뒈민

첫 자리젓을 ᄃᆞᆷ앙 놔두어사 듬삭ᄒᆞ다

뼈 쎄어지기 전의 호끌락ᄒᆞᆫ 자리덜로

 

어느제랑 익으코 궁금ᄒᆞ여도

ᄃᆞᆫᄃᆞᆫᄒᆞ게 싸그네 두껑 욜지 말앙

제라지게 익을 때ᄁᆞ정

ᄀᆞ만이 놔두어사 ᄒᆞᆫ다

아는 체도 ᄒᆞ지 말앙 ᄀᆞ만이

 

잘 익은 자리젓은 ᄇᆞᆯ고룽ᄒᆞ니 곱닥ᄒᆞ다

자리는 나 자리여 ᄒᆞᆯ만이 살아싯곡

내장은 간디어시 ᄒᆞᆫ디 서꺼져야

맛 지픈 자리젓이 뒌다

 

쿠싱ᄒᆞᆫ 자리젓 ᄒᆞ나 이시믄

ᄄᆞᆫ 반찬이 필요엇다

너미 쿠싱ᄒᆞᆫ 방구만 맹심ᄒᆞ민 뒌다

 

 



♧ 자리젓

 

 

겨울 지나 음력 3월 보름 되면

첫 자리젓을 담가 놔두어야 듬직하다

뼈 쎄어지기 전에 조그마한 자리들로

 

언제면 익을까 궁금하더라도

단단히 싸서 뚜껑 열지 말고

제대로 익을 때까지

가만히 놔두어야 한다

아는 체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잘 익은 자리젓은 발가니 곱다

자리는 나 자리여 할 만큼 살아있고

내장은 간데없이 함께 섞여있어야

맛 깊은 자리젓이 된다

구수한 자리젓 하나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너무 쿠신ᄒᆞᆫ 방구만 조심하면 뒌다

 

 



♧ 마농지

 

 

마농지 담그젠 ᄒᆞ민 미릇

ᄃᆞᆯ코롬ᄒᆞ게 맛든 저슬 놈삐로

생기리를 멩글앙 놔두어사 ᄒᆞᆸ니다

생기리 어신 마농지는 ᄒᆞ썰 맛이 쌥니께

생기리가 들어가사 산도록ᄒᆞ곡

벳소곱도 펜안ᄒᆞᆫ 마농지가 뒈는 거우다

 

우리 할망은 청대콩 장물로만 ᄃᆞᆷ앗주마는

요지금은 ᄃᆞᆫ 것도 놓곡 초도 놓곡 ᄒᆞ영

멋들어지게 ᄃᆞᆷ앙 느 것이 맛좋다 나 것이 맛좋다

ᄃᆞ투명 쏨씨 자랑덜을 ᄒᆞᆸ디다마는

양조간장에 설탕 부어놩 ᄃᆞᆷ지 말앙

청태콩 장물에 발효액이영 천연발효식초를

ᄒᆞᆫ디 놩 ᄃᆞᆷ아사 맛좋곡 약뒈곡 ᄒᆞ는 거우다

 

더위 왕 입맛 어서가민

물에 ᄌᆞᆷ앙 마농지에만 먹어도 밥이 ᄂᆞ려가고

묵은 마농지 놩 바릇궤기 조려놓으민

밥도독이 ᄄᆞ로 어십주

 

게난 마농대 훍어가는 봄 나민

집집의 어머니 ᄃᆞᆷ아난 마농지 데물령

ᄒᆞᆫ 망데기 ᄃᆞᆷ앙 놔두어사 ᄆᆞ슴 놓아집니께

 

 



♣ 마늘장아찌

 

 

마늘장아찌 담그려면 미리

달콤하게 맛든 겨울 무로

무말랭이를 만들어 놔두어야 합니다

무말랭이 없는 마늘장아찌는 약간 맛이 세니까요

무말랭이가 들어가야 개운하고

뱃속도 편안한 마늘장아찌가 되는 겁니다

 

우리 할머니는 청대콩 간장으로만 담갔지만

요즘은 단것도 넣고 초도 넣고 해서

멋들어지게 담가 네 것이 맛좋다 내 것이 맛좋다

다투며 솜씨 자랑들을 합니다마는

양조간장에 설탕 부어놔 담그지 말고

청대콩 간장에 발효액이랑 천연발효식초를

함께 넣어 담가야 맛좋고 약 되고 하는 겁니다

 

더위 와서 입맛 없어지면

물 말아서 마늘장아찌에만 먹어도 밥이 넘어가고

묵은 마늘장아찌 넣고 생선 졸여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지요

 

그러니 마늘대 굵어가는 봄 되면

집집에 어머니 담갔던 마늘장아찌 대물려

한 단지 담가두어야 마음 놓아지지요

 

 

 

*김섬 지음 『오막 오막』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