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ᄌᆞᆷ녀
내 고향
표선면 하천리 하동 39번지
초가삼간
밤마다 문풍지로 울리는
물결 잦는 소리
처얼썩, 처얼썩
당신의 자식 품으로 끌어안기
위한 한숨이었습니다
검푸른 바다
태왁 짚고 끈 동여맨
굽은 허리춤
듬북* 너울 치고
훅,
큰 숨 몰아 비창** 들고
자맥질하면
물거품으로 치솟는
당신 가슴팍
바람 불고
물마루 높습니다.
아직도
당신은
숨비 묻어야만 할
저 깊은 텅 빈 바다
거꾸로 매달린 고동소리만이
피안의 문 두드립니다
---
* 듬북 : 거름용 해조류.
**비창 : 해녀들이 전복을 캘 때 쓰는 도구.

♧ 저녁 이미지
소연아
너의 눈을 보면
이 엄마는 죄인이란다
병아리 같은 친구며
머리 빗겨주고 코 닦아주던 선생님
초코파이
요구르트
즐거운 간식 시간도 마다하고
여름날 하루해가 그렇게 길던가
어린이 보호차량
해바라기 꽃그림
사력 다해 유리창 그늘에 매달린 햇살
천근보다
무거운 황혼을 지고
총총 내 걸음이 무색하구나

♧ 사우디아라비아
황량한 사막
타는 목마름으로
빗돌처럼
버티어 선 사람아
마르지 않을 오아시스로
우리의 꿈
홀로 짊어지며
땡볕 아래 가시 돋아 선혈鮮血로 꽃피우는
바윗돌 같은 기약
노을빛 빚은
산호잠 풀리던 초야
긴 장막을 뚫고
아침으로 온다

♧ 첫눈이 내리면
겨울은
다갈색 커피향 속으로 저물고
첫눈은 내리지 않습니다
어둠을 벗삼은
시린 그믐달 모습으로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
너무 멀리 있습니다
입가에 머무는 순진무구한 웃음
영원으로 약지손 걸던
높은음자리 사랑이 었습니다
첫눈은 내리지 않습니다
첫눈과 함께 오실 당신은
그믐달로 높이 떠 있기만 합니다

♧ 서신書信
당신께
막내처럼 고운 제비 날아드는지요
여름에는
3층 높이로 자란 벚나무
무성한 잎에 짝을 찾는
까치의 요란한 지저귐 들리시는지요
가을 들판
까악까악 울음 차는
까마귀도 가끔은 날고 있는지요
그리고 겨울입니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몸
성긴 눈발 맞으며 서 있는
가지 끝 둥지처럼
추운거리
가로등불은 켜져 있는지요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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