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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4)

by 김창집1 2025. 11. 23.

 

 

♧ 태평양을 건너며

 

 

여기는 망망대해 태평양 한복판

가도가도 며칠째 보이는 것은 없고

태양과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시간을

세월로 엮으며 반복되는 시간을 보낸다

 

육지가 가까워지면 제일 먼저 갈매기가 절벽 같은

거대한 파도의 이랑을 해치고 왔다고 찾아와 반기며

위로 삼아 끼룩끼룩 반겨준다

 

지루한 기다림 속에서 찾아오는 그리움은

소주잔을 채우고 비우며

아물지 못하는 상처로 표류하고 있고

눈을 감으면 아직도 출렁이며 수평선을 향하고 있다.

 

 



♧ 번뇌

 

 

모든 것들이 소멸되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태어나고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이 자연의 섭리를 아는가?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활짝 피었다가

노을로 지려니 모든 것들 보내면 되는 것을

이 순간을 잡으려 아우성인가?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해보지만

어찌하라 그것이 자연의 순리인 것을,

그걸 모르고 소홀했던 것을 안다

 

가고 또 오는 인생 또한 그러한 것을 생각하지만

그걸 위해 한 것 없이 저무는 노을 보며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 한가위 보름달

 

 

근심 걱정 없이 해 맑은 모습으로

유년에 나의 벗이 되어 반겨주던 달빛

바닷가로 나가 고독을 달래주던 그때

 

나는 희망을 가지고 지혜를 배우고

겸손을 배웠고 참는 인내심을 배웠다

언제나 변함없이 웃으며 반겨주던 달

 

내가 묻는 말에 답을 주었고

언제나 나의 구원자가 되어주던

온유한 모습의 자비로운 한가위 보름달

 

보름달처럼 하얀 웃음으로 멀리서

형제들 다 한 곳에 모여 정을 나누며

설레임으로 보름달의 축복을 받습니다.

 

 



♧ 축복의 자리

 

 

우리는 진리 생명을 가지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왔지만

그러나 스스로 유한에 갇힌 채

스스로 어둠 속을 찾아 헤맨다

 

잘됐든 못됐든 좋든 싫든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환상

언제나 맑고 밝고 가득 찬

생도 없고 멸도 없는 밝은 자리

 

영광과 은혜로운 축복의 자리

마음의 그 자리를 찾아가면

어떠한 어려움 없이 밝아지는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축복의 자리

 

 



♧ 바람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은빛 물결 위로

낭만을 만들고 햇살이 만물을 키우며

숨을 쉬고 호흡을 하며 빚지고 산다

 

태양과 달은 흔적 없이 빛을 주며

슬픔과 고통을 미소로 위로하고

우린 바람 타고 날고 싶을 때도 있었다

 

호수에 바람이 찾아와 마주 보며

눈빛으로 위로하며 이별을 하고

바람은 삶에 지친 시간도 삼켜 버린다

 

사람은 바람처럼 떠도는 길도 모르고

삶의 흔적마저 다 쓸어가면

인생 삶의 무게도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강연익 세 번째 시집 『노을을 붙잡고』 (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