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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11월호의 시(2)

by 김창집1 2025.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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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길 위에 있네

 

 

나는 늘 길 위에 있네

 

강쟁들을 건너고 강쟁제를 걸으며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을 바라보며

내가 꽃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네

미로 같은 세상 잠시 잊어버리고

나는 길 위에 마음을 두네

마음 끝자락 찌꺼기를 털어 내고

새 잎이 돋아나는 봄나무가 되고 싶네

길이 막히면 되돌아 나오고

길이 없으면 마음에 길을 내보기도 하네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힐 때

나는 작은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서네

 

오늘도

나는 길 위에 있네

 

 



♧ 마라톤 – 김정옥

 

 

기어갑니다

기어갑니다

달팽이보다 느리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몸이 뒤집히는 일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점차 다리 힘이 빠지고

온몸에서 피가 쏟아질 듯했습니다

팔십 고개 구십 고개 할딱 고개를 넘을 때마다

쇠똥구리처럼 더디게 기었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딛기에도 숨이 찹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조금씩 조금씩 마지막 관문으로

다가갑니다

먼저 도착한 지아비와 막둥이가

힘내라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결승선이 저만치에 보입니다

 

 



♧ 달 – 나병춘

 

 

풋풋한 풋과일 같은

순수하고 하안

아가 웃음 같은

해말간 샘물 같은

 

깨물어 주고 싶은

시원하고 달콤한

아늑한 등지 같은

짜릿한 첫사랑 같은

 

느낌표 물음표 같은

말없음표의 발자국 같은

어머니 미소 닮은

저 포근한 달

 

고향길 가다

우연히 만나

한잔 나누고픈

 

달은 무수하나

단 하나

눈시울 그렁그렁

눈부처처럼 사무치는

 

당신이라는

 

 



♧ 거울 – 남대희

 

 

들여다보면

물에 잠긴

낯선 파편이 흔들린다

입술 끝 상처까지도

새벽빛 은밀히 매만지고

눈동자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새가 날개를 떨며 일어난다

 

불안은 늘 단단하고

잠들지 않는 내일 앞에서

나는 다시 나를 건너올 수 있을까

 

 



♧ 전등사 가는 길 – 김종숙

 

 

고려 가궐지 터 찾아 전등사 가는 길

좁은 계단 참 목포식당 고향 아짐처럼 아직 거기 살고 그 옆 삼학장 여관 기억 안으로 불러오고 싶은 사람처럼 거기 남아

전등사 길 안내한다

 

고려 오백 년 성쇠가

흰 눈발로 흩뿌리다가 멈추다가

멀리 주차 사무원 밀문 밖 나와 손가락 둘 펼치며 다가선다

 

- 어르신 추운데 안에서 받으시지 않구요

그 말 받아 무어라 하신다

- 강화말씹니껴?

그렇다 하신다

 

고려 오백 년이 눈발 따라 왔던가

건백평야 흙냄새 달고 온 고려적 사람, 예 아직 시처럼 살고 있네

 

 

               *월간 우리詩 2025년 11월호(통권 제449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