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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종호 시집 '강나루의 대화'의 시(13)

by 김창집1 2025. 11. 25.

 

 

나무들은 다만

 

 

나무들은 다만

제 곁을 내어서

서로 어깨를 겯고 함께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나무들은

살랑살랑 흔들면서

틈새를 열어 어린 것들에게

햇빛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너와 나로 사는 것은

서로의 곁을 지기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한없이 바라보는 것

 

어느 바람 몹시 불던 날

휘어지며, 휘어지며

바람을 막고 버티어 서서

여린 풀잎은 푸르게 자라고

새들은 즐거이 노래하였다

 

나무의 사랑은

제자리에 굳게 서서

바라볼 때 아름다운 것

함께 하늘을 열어가는 것이라 한다.

 

 



너의 모습은

 

 

어느 날 너는

연필로 그린 섬세한 눈빛

가을 산 청량한 메아리

일기장에 간직한 은행잎

처음인 듯 수줍은 미소

 

하나님의 모습이라 했는데

 

어느 날 너는

유리 조각의 싸늘한 눈빛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눈을 감은 초상화

'김치' 하는 어설픈 미소

 

하나님의 모습이라 했는데

 

 



이별에 대하여

 

 

이별은 아가의

첫울음이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듯

술 한 잔에 껄껄대던 친구도 가고

어머니 아버지, 애달픈 나의 첫사랑이며,

사철 종종대던 아내도 훌쩍 떠나고

바람 부는 바닷가에 혼자 서 있다.

 

팔랑팔랑 나부끼는

삶의 바다에서 이별은

풀잎 끝에 떨리고

민들레 날아간 산 너머로

그리움은 뻐꾸기 소리를 끌고 간다

 

대지는 여전히 푸르고

아가의 첫울음으로 떠나온

나의 사랑과 나의 고향

나의 그리움을 다하여

이별을 걸어가야 한다.

 

 



사랑 2

 

 

바닷가에서 보았네

일렁이며, 일렁이며 달려와

치솟는 하얀 불기둥

오오, 황홀한 함몰

하늘로 소리치는 환희

 

그리고 또 보았네

저 끝에서 저 끝까지

품어 안은 바다

부서져서 빛나는 윤슬

뜨거운 슬픔

사랑이여

 

 



춘정

 

 

봄 햇살

나른한 들판에

 

졸고 있는 조랑말

시커먼 팔뚝을 꺼덕거린다

 

끄응, 고내오름이

무거운 몸을 고쳐 앉고

 

삼백 년 늙은 소나무

채신머리없이

누런 송화를 방뇨하고

 

산벚나무 흐드러져

분홍 꽃잎 분분할 때

 

빙글빙글

하늘이 노랗게

어질머리한다.

 

 

                    *김종호 시집 강나루의 대화(푸른생각, 2025)에서

                                              *사진 :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