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빛(숲) 공원 - 김항신
오롯이
우주 품으로 들어선 화엄의 길
아버지! 불 들어갑니다
어머니! 불 들어갑니다
걷고 걸은 몸 공양 다비에
손 모아 절 공양 이 배
술 공양 이 배 올려
별들과 달님 이 속삭이는 반딧불이
별빛 그리는 아침
추석날 기다리며 새해를 맞으며
별 숲 나라 작별하지 않은 별들과
순애보처럼 영원히 안주하며
재회와 이별
속으로 삼킨 울음들이
빗물 되어 창가에 머물 때
영원불멸의 세계에서

♧ 대정(大靜), 흩어지는 바람 – 홍미순
고향 집에서 따라온 바람이
밤새 달랑거리다 사라졌다
조직하게 쌓아놓은 돌담 밑 수선화
노란 웃음 사라져버린 좁짝헌 골목
어머니 홀로 지켜보았을 빗소리
조용히 생각이 내리고 있다
저항 없이 참고, 속솜이 살다
근육이 빠져나간 긴 세월
태왁 지고 돌아오던 서녘거리
해녀 삼춘
을레길에 쉬어가던 우녁거리
숙이 어멍
자릇이 쳐다보던 동녘거리
달삼이 아방
집 잘 지키던 우리 집 누렁처럼
나를 반겨주던 알녁거리
정보 삼춘도 떠났다
바람 떠난 자리 족족 내리는 기억들

♧ 봉기의 정신 - 김순국
-아부오름
굼부리 안 삼나무들 이재수의 부대 같다.
하늘 향해 곧게 뻗어 제주 자존 지킨 이들
억지 힘 가해질수록 터진 힘도 세었다
쓰기 좋게 길들이려 규격 밖은 쳐냈지
도를 넘어 날 세우면 몰아쳐 낫 쳐대던
앞장 서 몸 받친 장두 쓰러져서 정신 살린

♧ 조용히 외치다 - 김영숙
똑 잘라 버리는 거야
지나간 생각들은
'나를 봐, 나를 보라고'
이렇게 버리는 거야
생각에 떨켜를 키워봐
자발적 폐기를 해봐

♧ 국민 – 김정숙
입으로 부려 먹어도 일단은 달콤하지
머리 좀 굴리기만 해도 애드벌룬 같은 맛
성급한 초짜는 와사삭
박살을 내보기도
쓰라려도 국민이 성분이라면 용서가 돼
맞춤형 욕심 조절이 비법이라는 것도
정치도 사회도 시장도 국민 국민 국민 국민
가을 오면 눅눅한 문자 국민을 널고 싶다
밀당 모른 바람에 사부작사부작 매만져
한 백년 구른 말의 때
푸르게 닦고 싶다
*계간 '제주작가' 2025 가을(통권 제90호, 2025)에서
*사진 :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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