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가을호의 시(4)

by 김창집1 2025. 12. 2.

 

 

♧ 별빛(숲) 공원 - 김항신

 

 

오롯이

우주 품으로 들어선 화엄의 길

아버지! 불 들어갑니다

어머니! 불 들어갑니다

걷고 걸은 몸 공양 다비에

손 모아 절 공양 이 배

술 공양 이 배 올려

 

별들과 달님 이 속삭이는 반딧불이

별빛 그리는 아침

추석날 기다리며 새해를 맞으며

별 숲 나라 작별하지 않은 별들과

순애보처럼 영원히 안주하며

 

재회와 이별

 

속으로 삼킨 울음들이

빗물 되어 창가에 머물 때

 

영원불멸의 세계에서

 

 



♧ 대정(大靜), 흩어지는 바람 – 홍미순

 

 

고향 집에서 따라온 바람이

밤새 달랑거리다 사라졌다

 

조직하게 쌓아놓은 돌담 밑 수선화

노란 웃음 사라져버린 좁짝헌 골목

어머니 홀로 지켜보았을 빗소리

 

조용히 생각이 내리고 있다

저항 없이 참고, 속솜이 살다

근육이 빠져나간 긴 세월

 

태왁 지고 돌아오던 서녘거리

해녀 삼춘

을레길에 쉬어가던 우녁거리

숙이 어멍

자릇이 쳐다보던 동녘거리

달삼이 아방

집 잘 지키던 우리 집 누렁처럼

나를 반겨주던 알녁거리

정보 삼춘도 떠났다

 

바람 떠난 자리 족족 내리는 기억들

 

 



♧ 봉기의 정신 - 김순국

    -아부오름

 

 

굼부리 안 삼나무들 이재수의 부대 같다.

하늘 향해 곧게 뻗어 제주 자존 지킨 이들

억지 힘 가해질수록 터진 힘도 세었다

 

쓰기 좋게 길들이려 규격 밖은 쳐냈지

도를 넘어 날 세우면 몰아쳐 낫 쳐대던

앞장 서 몸 받친 장두 쓰러져서 정신 살린

 

 



♧ 조용히 외치다 - 김영숙

 

 

똑 잘라 버리는 거야

지나간 생각들은

 

 

'나를 봐, 나를 보라고'

이렇게 버리는 거야

 

 

생각에 떨켜를 키워봐

자발적 폐기를 해봐

 

 



♧ 국민 – 김정숙

 

 

입으로 부려 먹어도 일단은 달콤하지

머리 좀 굴리기만 해도 애드벌룬 같은 맛

성급한 초짜는 와사삭

박살을 내보기도

 

쓰라려도 국민이 성분이라면 용서가 돼

맞춤형 욕심 조절이 비법이라는 것도

정치도 사회도 시장도 국민 국민 국민 국민

 

가을 오면 눅눅한 문자 국민을 널고 싶다

밀당 모른 바람에 사부작사부작 매만져

한 백년 구른 말의 때

푸르게 닦고 싶다

 

 

                         *계간 '제주작가' 2025 가을(통권 제90호, 2025)에서

                                                *사진 : 만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