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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의 시(3)

by 김창집1 2025. 12. 8.

 

 

♧ ᄎᆞ마기짐치

 

 

건들이지 말라

건들민 풀내 난다

 

우영팟디 ᄎᆞ마기 소까내영

ᄎᆞ마기짐치 ᄃᆞᆷ젠 ᄒᆞ난

우리 어멍 웨는 소리 들렴저

 

ᄒᆞᆫ 번만 시치곡

ᄒᆞᆫ 번만 뒈싸사주

자꼬 건드려가민 용심내영

풀내 나불민 베리는 거렌

 

ᄂᆞᆯ싹ᄒᆞᆫ 봄 입맛 살루어낼

ᄎᆞ마기물짐치엔 보리죽을 쑤어 놓곡

벌겅ᄒᆞᆫ ᄎᆞ마기짐치에는 지실 ᄉᆞᆱ앙 문대겨 놓아사

제라진 맛이 난덴

 

영 맛존 ᄎᆞ마기짐치 ᄃᆞᆷ젠 ᄒᆞ난

춘삼월에 씨 뿌리곡 배렝이 다울리멍

두 ᄃᆞᆯ을 우영팟디 동산 거주

크는 양 소끄멍 봄 내당 먹어지키여

 

 



♣ 열무김치

 

 

건들지 마라

건들면 풋내 난다

 

텃밭에 열무 솎아내서

열무김치 담그려니

우리 엄마 외치는 소리 들리네

 

한 번만 씻고

한 번만 뒤집어야지

자꾸 건들면 화내어서

풋내 나버리면 버리는 거라고

 

나른한 봄 입맛 살려낼

열무 물김치에는 보리죽을 쑤어 넣고

벌건 열무김치에는 감자 삶아 으깨 넣어야

제대로 맛이 난다고

 

이토록 맛난 열무김치 담그려고

춘삼월에 씨 뿌리고 벌레 쫓아내며

두 달을 텃밭에 지켜선 거지

크는 대로 솎으며 봄 내내 먹겠네

 

 



♧ 꿩마농

 

 

드르에 고사리 걲으래 가민

베리지 안ᄒᆞ여도 배려지는 게 꿩마농이라

 

다듬젠ᄒᆞ민 ᄒᆞ루헤천이난

기냥 가불젠 ᄒᆞ여도

방삭방삭 웃으명 나 발모게기를 잡암신게

 

복복 불휘ᄁᆞ지 빠그네

아무상어시 담앙 왕

ᄒᆞ나씩 다듬어사주

 

탁 저르진디 선선ᄒᆞ덴 붕진거리당도

꿩마농지 멩글앙 밥 보벼먹으민

시름이 싹기 보세지주

 

것절이로 무치민 나간 입맛이 돌아오곡

뒌장찌개에 들이치민 봄비바리추룩 훤ᄒᆞ여지난

봄인 ᄒᆞᆯ 수 어시 꿩마농 봉그레

이디 서디 나댕겨사켜

 

 



♣ 달래

 

 

들에 고사리 꺾으러 가면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게 달래야

 

다듬으려면 종일이라

그냥 가버리려 해도

방긋방긋 웃으며 내 발목을 잡네

 

복복 뿌리까지 뽑아

아무렇지 않게 담아 와서

하나씩 다듬어야지

 

딱 바쁜데 귀찮다고 투덜거리다가도

달래장 만들어 밥 비벼먹으면

시름이 싸악 가셔버리지

 

겉절이로 무치면 나갔던 입맛이 돌아오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봄처녀처럼 환해지니

봄엔 할 수 없이 달래 캐러

여기 저기 나다녀야겠네

 

 



♧ 제주청태콩장*

 

 

ᄒᆞ썰 도렌 ᄀᆞᆮ지 맙서

나 이거 어시믄 못 사난에

하간 음식에 이걸 놓아사 맛이 나곡 약이 뒈난

목숨ᄀᆞ치 귀ᄒᆞᆫ 음식이우다

 

ᄒᆞ썰 도렌 ᄀᆞᆮ지 맙서

경 ᄒᆞ루아척에 뚝딱 멩글라지는 게 아니라브난예

푸린 콩 싱거놓으민 베렝이도 맛존 건 알앙

ᄆᆞᆫ저 ᄄᆞᆮ아먹어노난 막 멩심ᄒᆞ영 직ᄒᆞ여삽니께

 

ᄀᆞ슬에 콩 거두엉 동짓달 그믐에 콩 ᄉᆞᆱ곡

섣달그믐 손 어신 날에 장 ᄃᆞᆷ곡

춘삼월에 장 거르곡 벳 초이곡 ᄇᆞ름 쒜우멍

두 해를 냉겨사 올케로 맛이 나난예

 

게난 엿날부터도

장은 ᄒᆞᆷ부로 도렌 ᄒᆞ는 게 아니렌 헷주예

ᄄᆞᆯ이 도렌 ᄒᆞ여도 돈 받는 서늉을 ᄒᆞ명 줘시난예

장 어시민 집안 망ᄒᆞᆫ덴 당췌 말도 못 꺼내십주

 

할마님 뭬시듯기 ᄒᆞ당 보아도

집안에 궂인일 싯젠 ᄒᆞ민 장부터 궂엉

어떵 ᄒᆞ지도 못ᄒᆞ고 드러앚앙 넉울어집니께

 

ᄒᆞ다 아무상어시 장 ᄒᆞ썰 도렌 ᄀᆞᆮ지 말아줍서

이제ᄁᆞ지도 이 장 어시믄 나 못 사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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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린ᄃᆞᆨ세기콩장 : 장을 담는 장이라 하여 장콩, 푸른 달걀을 닮았다 하여 푸린ᄃᆞᆨ세기콩, 청대콩이라고도 하며 푸른 콩으로 만든 제주청태콩장은 ‘맛의 방주 1호’에 지정되었다,

 

 



♣ 제주청태콩장

 

 

좀 달라고 하지 말기를

나 이거 없으면 못 사니까요

온갖 음식에 이걸 넣어야 맛이 나고 약이 되어

목숨같이 귀한 음식입니다

 

좀 달라고 하지 말기를

그리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서요

푸른 콩 심어놓으면 벌레도 맛있는 건 알아

먼저 뜯어먹어버리니 아주 명심해서 지켜서야 해요

 

가을에 콩 거둬들여 동짓달 그믐에 콩 삶고

섣달그믐 손 없는 날에 장 담그고

춘삼월에 장거르고 볕 쪼이고 바람쏘이며

두 해를 넘겨야 옳게 맛이 나니까요

 

그러니 옛날부터도

장은 함부로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요

딸이 달라고 하여도 돈 받는 시늉을 하며 주었으니

장 없으면 집안 망한다고 당최 말도 못 꺼냈어요

 

신주 모시듯 하다 봐도

집안에 궂은일 있으려면 장부터 궂어져

어찌 하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넋울어져요

 

제발 아무 생각 없이 장 좀 달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지금까지도 이 장 없으면 나 못 사니까요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