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13)

by 김창집1 2025. 12. 22.

 

 

♧ 개울가에 앉아

 

물이끼 푸른 돌 틈에서

추억이 자라고 있다

 

그해 여름

강일 함께 뜯은 돌미나리

새콤하게 무쳐 차려 놓은

밥상머리 웃음소리

 

물그림자는

우리의 서툰 이별처럼

날아가지 못하는데

 

물관을 이루며

눈물처럼 혈행만 하는데

숨죽여 멍울지는 내 목울음

 

 



♧ 린넨 내의

 

오랜 세월 친구처럼 지니고 있다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성미일까

그 또한 내 곁에서 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 년이 넘고 퍼머가 파뿌리로

힘 없이 내려앉아도 미장원을 찾지 않고

고무줄 하나로 머리 질끈 묶고

속울음 지니며 열 살배기로 곁에 있다

 

어머니 내의가 원피스 속치마 같아요

아들의 말이 속살 고운 바람결로

머리맡에 닥종이 스탠드 불처럼 켜 있다

 

그해 아들이 사준 여름 내의

세월 따라 길게 마직모의 속치마 닮다

구레나룻 눈썹 짙은 울음이

천상의 노래처럼 자꾸 내려온다

 

 



♧ 우리는

 

이별이라 하지 말자

잠시 떨어져 있다 곁으로 오는

바람이라 하자

 

그래도 생각 떠올라 가슴 아프면

길 밖에 잠시 있자

어딘들 아프지 않은가

 

보도블록 사이로 돋아난 풀포기

무슨 사연으로 고개 내밀고

하염없는가

 

이별은 기다림이다

네게로 갈 수 있는 희망 하나

가슴에 고여 언제나 출렁거린다

 

 



♧ 외도천 해질녘

 

속울음으로 왔구나

오늘은 아픔도 다르게 우는 것 같다

 

한나절 가을볕이 좋았는데

어둑어둑 땅거미 내리는 해변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 거름

젖은 눈시울에 뜨겁다

 

물결이 부여잡은 슬픔

어디로 끌고 가는가

바다는 수만리 길 망망한데

 

아까부터 끄륵끄록

갯가에 울고 있는 물새 한 마리

 

 



♧ 숙명의 길 위에

 

세차게 바람이 몰아쳐 오다

깊은 순간 물결 위에 떠 있는

하안 국화꽃 한 송이

그 길 위에

포물선 그려내는 새벽하늘

유성의 별똥별아

 

작렬하는 칠월 이십칠일 별이여

새벽하늘에 불꽃으로 터지고 있다

 

숨어 있는 숙명의 길 위에

한낮의 더위를 몰아세우고

하늘은 또 그렇게 진혼곡을 부르다

 

가슴 치며 흩날리고 있다

안개숲 길 위에

물결 일으키며 새벽비도 울고 있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