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울가에 앉아
물이끼 푸른 돌 틈에서
추억이 자라고 있다
그해 여름
강일 함께 뜯은 돌미나리
새콤하게 무쳐 차려 놓은
밥상머리 웃음소리
물그림자는
우리의 서툰 이별처럼
날아가지 못하는데
물관을 이루며
눈물처럼 혈행만 하는데
숨죽여 멍울지는 내 목울음

♧ 린넨 내의
오랜 세월 친구처럼 지니고 있다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성미일까
그 또한 내 곁에서 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 년이 넘고 퍼머가 파뿌리로
힘 없이 내려앉아도 미장원을 찾지 않고
고무줄 하나로 머리 질끈 묶고
속울음 지니며 열 살배기로 곁에 있다
어머니 내의가 원피스 속치마 같아요
아들의 말이 속살 고운 바람결로
머리맡에 닥종이 스탠드 불처럼 켜 있다
그해 아들이 사준 여름 내의
세월 따라 길게 마직모의 속치마 닮다
구레나룻 눈썹 짙은 울음이
천상의 노래처럼 자꾸 내려온다

♧ 우리는
이별이라 하지 말자
잠시 떨어져 있다 곁으로 오는
바람이라 하자
그래도 생각 떠올라 가슴 아프면
길 밖에 잠시 있자
어딘들 아프지 않은가
보도블록 사이로 돋아난 풀포기
무슨 사연으로 고개 내밀고
하염없는가
이별은 기다림이다
네게로 갈 수 있는 희망 하나
가슴에 고여 언제나 출렁거린다

♧ 외도천 해질녘
속울음으로 왔구나
오늘은 아픔도 다르게 우는 것 같다
한나절 가을볕이 좋았는데
어둑어둑 땅거미 내리는 해변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 거름
젖은 눈시울에 뜨겁다
물결이 부여잡은 슬픔
어디로 끌고 가는가
바다는 수만리 길 망망한데
아까부터 끄륵끄록
갯가에 울고 있는 물새 한 마리

♧ 숙명의 길 위에
세차게 바람이 몰아쳐 오다
깊은 순간 물결 위에 떠 있는
하안 국화꽃 한 송이
그 길 위에
포물선 그려내는 새벽하늘
유성의 별똥별아
아
작렬하는 칠월 이십칠일 별이여
새벽하늘에 불꽃으로 터지고 있다
숨어 있는 숙명의 길 위에
한낮의 더위를 몰아세우고
하늘은 또 그렇게 진혼곡을 부르다
가슴 치며 흩날리고 있다
안개숲 길 위에
물결 일으키며 새벽비도 울고 있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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