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꽈배기
백 원짜리 동전 대신
빨대로 뺀
쇼핑카트
마트 근무 2년 반에
그거 하나 배웠군
비비 꼰
마누라의 한마디
확 당기는
꽈배기

♧ 프리덤
비좁은 안방에서 7일간 동면 끝에
늦겨울, 내 몸에도 복수초가 피었다
봄이란
눈 녹는다고
오는 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을 열었지만
한 발짝도 못 내밀고 두 팔만 쭉 뻗어
개구리
파리 삼키듯
받아놓던 그 혼밥
독감은 저리 가고 폐렴에 버금갔던
3년생 코로나에 덜미를 잡혀보니
자유는
공짜로 얻는 덤,
프리덤이 아니었다

♧ 의심의 관성
까마귀가 전깃줄에서 떨어뜨린 쓰레기봉투
사람을 의심하며 지나기는 중년 남자
아! 뭐야, 누가 길에다
이런 걸 버린 거야
상공에서 비웃으며 시치미 떼는 까마귀
쓰레기장엔 또 그들이 먹을 걸 낚아챈다
사람이 사람을 의심할 일
귀신같이 알아낸다

♧ 밥맛
내 솥의 가장자리 코팅이 꽤 벗겨졌다
오늘도 따뜻한 한 끼 밥을 내어주는
참 착한 압력밥솥마저 내가 속 많이 긁었구나
쏟아부은 잡곡에 적당하게 맞춘 물
취사 버튼 누르며 하는 압력 빠진 혼잣말
“응 알아 밥맛 나는 세상, 네 몫만은 아니란 걸”

♧ 맛집 시대
여행객 어딜 가든 꼭 찾는 동네 맛집
초밥집 밀면집 삼계탕집 디저트 카페
집에서 수십 년 동안 먹다 말고 어디 갈까
인터넷 검색으로 기어이 찾은 해변 빵집
대기표 받고 줄을 섰다 호출에 입장한다
이런 맛 살다가 처음이네 시장이 반찬이네
후기가 후기 부르는 무료 제공 음료수
나에 대해 누군가가 후기를 써준다면
공짜로 줄 만한 것이 내 시집 한 권이라니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가히,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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