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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14)

by 김창집1 2025. 12. 28.

 

 

꽈배기

 

백 원짜리 동전 대신

빨대로 뺀

쇼핑카트

 

마트 근무 2년 반에

그거 하나 배웠군

 

비비 꼰

마누라의 한마디

확 당기는

꽈배기

 

 



프리덤

 

비좁은 안방에서 7일간 동면 끝에

늦겨울, 내 몸에도 복수초가 피었다

봄이란

눈 녹는다고

오는 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을 열었지만

한 발짝도 못 내밀고 두 팔만 쭉 뻗어

개구리

파리 삼키듯

받아놓던 그 혼밥

 

독감은 저리 가고 폐렴에 버금갔던

3년생 코로나에 덜미를 잡혀보니

자유는

공짜로 얻는 덤,

프리덤이 아니었다

 

 

 

의심의 관성

 

까마귀가 전깃줄에서 떨어뜨린 쓰레기봉투

사람을 의심하며 지나기는 중년 남자

! 뭐야, 누가 길에다

이런 걸 버린 거야

 

상공에서 비웃으며 시치미 떼는 까마귀

쓰레기장엔 또 그들이 먹을 걸 낚아챈다

사람이 사람을 의심할 일

귀신같이 알아낸다

 

 



밥맛

 

내 솥의 가장자리 코팅이 꽤 벗겨졌다

오늘도 따뜻한 한 끼 밥을 내어주는

참 착한 압력밥솥마저 내가 속 많이 긁었구나

 

쏟아부은 잡곡에 적당하게 맞춘 물

취사 버튼 누르며 하는 압력 빠진 혼잣말

응 알아 밥맛 나는 세상, 네 몫만은 아니란 걸

 

 



맛집 시대

 

여행객 어딜 가든 꼭 찾는 동네 맛집

초밥집 밀면집 삼계탕집 디저트 카페

집에서 수십 년 동안 먹다 말고 어디 갈까

 

인터넷 검색으로 기어이 찾은 해변 빵집

대기표 받고 줄을 섰다 호출에 입장한다

이런 맛 살다가 처음이네 시장이 반찬이네

 

후기가 후기 부르는 무료 제공 음료수

나에 대해 누군가가 후기를 써준다면

공짜로 줄 만한 것이 내 시집 한 권이라니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히,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