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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제주어 시집 '꼿봉오지 베려보라'의 시(5)

by 김창집1 2025. 12. 30.

 

♧ 의지암지 ᄒᆞ멍

 

시절은 늙엄신디

낫ᄉᆞᆯ도 늙엄신디

 

시상은 지들려주질 안ᄒᆞ연

 

인셍도 늙엄신디

몸뚱이도 늙엄신디

 

시절은 지들려주질 안ᄒᆞ난

 

나 설룬 애기덜아

느넨 아멩이나 의지암지 ᄒᆞ멍

살암시라 살암시민 살아질 거여

 

 



♧ 배 곯던 시절

   -엿 ᄌᆞᆩ으는 날

 

ᄒᆞᆫ저슬 넹겨보젠

어머니 정지서 눈물 ᄌᆞᆸ지는 소리

아바지 탁베기 ᄂᆞ리는 소리

 

아명이나* ᄌᆞ식덜 곳불 들지말렌

아바지 질루던 ᄃᆞᆨ 들이치멍

ᄃᆞᆨ궤기 놩 헤주던 생각

 

부제칩 오소리 꿩엿보다

 

맛좋은 어머니 엿

 

어머니 생각ᄒᆞ민

나가 헤보난

어머니 홀목 불쌍ᄒᆞ득기

 

통시에 싯던 도세기도 불쌍ᄒᆞ여붸곡

 

저슬 뒈가민 먹ᄀᆞ정ᄒᆞᆫ

우리 어머니 ᄃᆞᆯ코름ᄒᆞᆫ 엿

 

---

*아명이나 : 어쩌하거나.

 

 



♧ 색동옷

 

상고지빗 하랑하랑

ᄑᆞᆯ락이는 만국기

 

풍악 속 여울지는 춤사위 물든

장롱 속 내우살*

 

어머니 쿰 향기에

반짝반짝 수줍던 새각시 모냥

동동 지드리단 어머니 색동옷

 

어쩌다 기립는 내우살에

쿰고픈 여린 ᄆᆞ슴* 어머니 ᄄᆞᆯ

 

---

*내우살 : 냄새

*ᄆᆞ슴 : 마음

 

 

 

♧ 아바지영 으남이영

 

유월이믄 유벨시리 으남이 지깍 흔

날이 하다

영ᄒᆞᆫ 날이민 으남꼿* ᄒᆞᆫ아름 쿰엉

아버지 ᄎᆞᆽ앙 으남소곱 헤맨다

 

어떵ᄒᆞ연 오널 아바지 놋 훤ᄒᆞ다

 

 

*으남꼿 : 안개.

 

 



♧ 시월이 오민

  - 아버지 식겟날

 

청고게는 못 타도

등목은 탓던 날도 셔낫주

아시 손잡앙 목청 높이 웨울리던 날

소리꾼 아니옌 허카부덴 청고게* 멩심 ᄒᆞ멍

ᄎᆞᆷ웨 밧 서리꾼 다울리던 소릿질

 

시월 오민 아버지 제ᄉᆞ 생각나민

제숙ᄀᆞ심 헤사ᄒᆞ는디

ᄆᆞ음도 헉숙

삭신도 허허 ᄒᆞ여,

난생체얌 맞춤 제숙ᄀᆞ심 ᄀᆞ졍

아버지 맞이 ᄒᆞ던 날

나이 듦이 이런 거란 걸

이제사 고남* 헤보는 현실 앞에

서투른 오널 보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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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고게: 목마.

*고남: 이것저것 살펴보거나 맞춰보고 따져보다. 자문을 구하다. 강평하다.

 

 

          * 김항신 제주어 시집 『꼿봉오지 베려보라』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