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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5)

by 김창집1 2025. 12. 29.

 

♧ 날씨와 기후

 

날씨와 기후는

어떻게 다를까요

어느 대기과학자 비유가 재미있다

날씨가

기분이라면

기후는 성품이란다

 

웃었다 찡그렸다

소녀 마음 날씨라면

온화하고 과묵하지만 화나면 무서운

아버지

성품이라네

기후가 그렇단다

 

 

 

♧ 동자승에 합장

 

부처님 앞에서도

장난치는 동자승과

근엄하게 목탁 치는

주지 스님 염불 소리

보살은

마음 문 열고

누굴 보며 웃을까

 

목탁도 비어 맑고

법고는 왜 부드러운가

범종은 모두 비워도

온 산을 깨워 흔든다

동자승

비울 것도 없어

물빛보다 고운가

 

 

 

♧ 곱게 늙는 법

 

화암사 극락전 앞에서

어떻게 살까 묻다

안도현은 잘 늙었다

가볍게 노래했지만

우화루

합장해 서면

지난 시간 무겁다

 

참배객 몇 없어도

섭섭해하지 않고

꾸미지 않을수록

절로 격이 높아지는

처마 밑

넉넉한 그늘

곱게 나이 드는 법

 

 

 

♧ 군고구마

 

군고구마 껍질 벗기며

노란 속살 바라본다

구워야 맛있어지는 게

세상 어디 너뿐이라

뜨겁게

다 태우고 나야

고운 빛깔

 

사리

 

 

 

♧ 나이 들지 못하는 것

 

외로움은 나이 들어도

그리움은 제 자린가 보다

매화는 봄이면 작년처럼 벙글지만

그 이름

새기기보다

지우기 더 어렵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현재만 있는 바람처럼

스치는 옷깃에도 내려앉은 사연 하나

떨림만

속으로 울어

왜 흘러가지 않는가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