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씨와 기후
날씨와 기후는
어떻게 다를까요
어느 대기과학자 비유가 재미있다
날씨가
기분이라면
기후는 성품이란다
웃었다 찡그렸다
소녀 마음 날씨라면
온화하고 과묵하지만 화나면 무서운
아버지
성품이라네
기후가 그렇단다

♧ 동자승에 합장
부처님 앞에서도
장난치는 동자승과
근엄하게 목탁 치는
주지 스님 염불 소리
보살은
마음 문 열고
누굴 보며 웃을까
목탁도 비어 맑고
법고는 왜 부드러운가
범종은 모두 비워도
온 산을 깨워 흔든다
동자승
비울 것도 없어
물빛보다 고운가

♧ 곱게 늙는 법
화암사 극락전 앞에서
어떻게 살까 묻다
안도현은 잘 늙었다
가볍게 노래했지만
우화루
합장해 서면
지난 시간 무겁다
참배객 몇 없어도
섭섭해하지 않고
꾸미지 않을수록
절로 격이 높아지는
처마 밑
넉넉한 그늘
곱게 나이 드는 법

♧ 군고구마
군고구마 껍질 벗기며
노란 속살 바라본다
구워야 맛있어지는 게
세상 어디 너뿐이라
뜨겁게
다 태우고 나야
고운 빛깔
사리

♧ 나이 들지 못하는 것
외로움은 나이 들어도
그리움은 제 자린가 보다
매화는 봄이면 작년처럼 벙글지만
그 이름
새기기보다
지우기 더 어렵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현재만 있는 바람처럼
스치는 옷깃에도 내려앉은 사연 하나
떨림만
속으로 울어
왜 흘러가지 않는가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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