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의 시(4)

by 김창집1 2026. 1. 2.

 

♧ 호박입국

 

저슬읜 ᄂᆞ물 뒌장국

여름읜 호박입국이다

 

호박보단 더 반가운 호박입이라도

우거지기 전의 ᄆᆞ신딱이 ᄐᆞᆮ아불민 호박 농시 망ᄒᆞᆫ다

우거지기 시작ᄒᆞ여가민 솎으듯이 ᄐᆞᆮ앙 먹는 거다

 

호박입 멧 개 ᄄᆞᆮ아당 가풀 벳겨내곡

바락바락 비비멍 ᄈᆞᆯ앙 거친 거 눅들곡

메르치 육수에 뒌장이영 호박입 놓앙 끌리당

ᄀᆞ루 뒈직ᄒᆞ게 물에 당 풀어 놓아야

끼니 ᄀᆞ치 든든ᄒᆞᆫ 국이 뒌다

 

장마 지낭 입 구져지기 전의

미릇 ᄐᆞᆮ앙 데우청 냉동고에 제겨 놓으민

저슬도 여름이 뒌다

 

 

 

♣ 호박잎국

 

겨울엔 배추 된장국

여름엔 호박잎국이다

 

호박보다 더 반가운 호박잎이라도

우거지기 전에 다 뜯어버리면 호박 농사 망한다

우거지기 시작해가면 솎듯이 뜯어 먹는 거다

 

호박잎 몇 개 뜯어다 껍질 벗겨내고

바락바락 비비며 빨아 거친 거 누르고

멸치 육수에 된장이랑 호박잎 넣어 끓이다가

가루 되직하게 물에 타 풀어 넣어야

끼니같이 든든한 국이 된다

 

장마 지나 잎 궂어지기 전에

미리 뜯어 데쳐 냉동고에 쟁여 놓으면

겨울도 여름이 된다

 

 

 

♧ 큇국

 

바당에 강 퀴영 솜이영 ᄌᆞ물아 오민

반착으로 갈랑 소곱에 노랑ᄒᆞᆫ 알만

족은 수까락으로 ᄏᆞ컬ᄒᆞ게 골려내사주

ᄒᆞᆫ 망시리 작업ᄒᆞ여도 막상 다듬아보민 하지 안ᄒᆞ여

경ᄒᆞ난 퀴가 귀ᄒᆞᆫ 거주

 

ᄎᆞᆯ렷댄 ᄒᆞ는 큰일집인

똑 큇국이 이서사주

메르치 육수에 메역 놓앙 끌리당

퀴 놓앙 보르륵 끌려내기만 ᄒᆞ여도

베지근ᄒᆞ니 입에 촉 부떠불주

퀴가 원체 맛이 이시난

 

시방은 귀도 귀ᄒᆞ영

ᄒᆞᆫ 해 먹을 퀴 구ᄒᆞ젠 ᄒᆞ민

큰 ᄌᆞᆷ수들 잘 사귀어 놓앗당

미릇 맞촤사 ᄒᆞ주

 

 

 

♣ 성게국

 

바다에 가 성게랑 말똥성게랑 채취해 오면

반으로 갈라 속에 노란 알만

작은 숟가락으로 깨끗하게 골라내야 하지

한 망사리 작업해도 막상 다듬어보면 많지 않아

그러니 성게가 귀한 거지

 

차렸다고 하는 경조사엔

꼭 성게국이 있어야지

멸치 육수에 미역 넣고 끓이다

성게 넣어 보르륵 끓여내기만 해도

속이 노긋하니 입에 촉 붙어버리지

성게가 워낙 맛이 있으니

 

지금은 성게도 귀해

한 해 먹을 성게 구하려면

큰 해녀들 잘 사귀어 두었다

미리 맞취둬야 하지

 

 

 

♧ 자리횟국

 

땅도 뎁혀지곡

바당도 뎁혀서노난

자리덜 문짝 건드렁ᄒᆞᆫ 디로 올라가불고

자리철 나도 자리 보기 어렵수다

 

여름에 자리횟국 어시

살아질 거우꽈

 

우영에 물외 소랑소랑 커가곡

유입 제피도 상 짚어 가는디

우리 집 청태콩장 맞지 좋게 맛들엉

ᄉᆞ뭇 ᄌᆞᆸ아ᄃᆞᆼ기는디

 

공천포더레 가보가

보목리더렐 가보가

작년읜 그니서 자리횟국

ᄎᆞᆽ안 먹어저렌 ᄒᆞ던디

 

 

 

♣ 자리횟국

 

땅도 데워지고

바다도 데워져놓으니

자리들 몽땅 시원한 데로 올라가버리고

자리철 나도 자리 보기 어렵네요

 

여름에 자리횟국 없이

살아질까요

 

텃밭에 물외 소랑소랑 커가고

깻잎 초피도 향 짙어 가는데

우리 집 청태콩장 알맞게 맛들어

사뭇 잡아당기는데

 

공천포 쪽으로 가볼까

보목리 쪽으로 가볼까

작년엔 거기서 자리횟국

찾아서 먹었다고 하던데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