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박입국
저슬읜 ᄂᆞ물 뒌장국
여름읜 호박입국이다
호박보단 더 반가운 호박입이라도
우거지기 전의 ᄆᆞ신딱이 ᄐᆞᆮ아불민 호박 농시 망ᄒᆞᆫ다
우거지기 시작ᄒᆞ여가민 솎으듯이 ᄐᆞᆮ앙 먹는 거다
호박입 멧 개 ᄄᆞᆮ아당 가풀 벳겨내곡
바락바락 비비멍 ᄈᆞᆯ앙 거친 거 눅들곡
메르치 육수에 뒌장이영 호박입 놓앙 끌리당
ᄀᆞ루 뒈직ᄒᆞ게 물에 당 풀어 놓아야
끼니 ᄀᆞ치 든든ᄒᆞᆫ 국이 뒌다
장마 지낭 입 구져지기 전의
미릇 ᄐᆞᆮ앙 데우청 냉동고에 제겨 놓으민
저슬도 여름이 뒌다

♣ 호박잎국
겨울엔 배추 된장국
여름엔 호박잎국이다
호박보다 더 반가운 호박잎이라도
우거지기 전에 다 뜯어버리면 호박 농사 망한다
우거지기 시작해가면 솎듯이 뜯어 먹는 거다
호박잎 몇 개 뜯어다 껍질 벗겨내고
바락바락 비비며 빨아 거친 거 누르고
멸치 육수에 된장이랑 호박잎 넣어 끓이다가
가루 되직하게 물에 타 풀어 넣어야
끼니같이 든든한 국이 된다
장마 지나 잎 궂어지기 전에
미리 뜯어 데쳐 냉동고에 쟁여 놓으면
겨울도 여름이 된다

♧ 큇국
바당에 강 퀴영 솜이영 ᄌᆞ물아 오민
반착으로 갈랑 소곱에 노랑ᄒᆞᆫ 알만
족은 수까락으로 ᄏᆞ컬ᄒᆞ게 골려내사주
ᄒᆞᆫ 망시리 작업ᄒᆞ여도 막상 다듬아보민 하지 안ᄒᆞ여
경ᄒᆞ난 퀴가 귀ᄒᆞᆫ 거주
ᄎᆞᆯ렷댄 ᄒᆞ는 큰일집인
똑 큇국이 이서사주
메르치 육수에 메역 놓앙 끌리당
퀴 놓앙 보르륵 끌려내기만 ᄒᆞ여도
베지근ᄒᆞ니 입에 촉 부떠불주
퀴가 원체 맛이 이시난
시방은 귀도 귀ᄒᆞ영
ᄒᆞᆫ 해 먹을 퀴 구ᄒᆞ젠 ᄒᆞ민
큰 ᄌᆞᆷ수들 잘 사귀어 놓앗당
미릇 맞촤사 ᄒᆞ주

♣ 성게국
바다에 가 성게랑 말똥성게랑 채취해 오면
반으로 갈라 속에 노란 알만
작은 숟가락으로 깨끗하게 골라내야 하지
한 망사리 작업해도 막상 다듬어보면 많지 않아
그러니 성게가 귀한 거지
차렸다고 하는 경조사엔
꼭 성게국이 있어야지
멸치 육수에 미역 넣고 끓이다
성게 넣어 보르륵 끓여내기만 해도
속이 노긋하니 입에 촉 붙어버리지
성게가 워낙 맛이 있으니
지금은 성게도 귀해
한 해 먹을 성게 구하려면
큰 해녀들 잘 사귀어 두었다
미리 맞취둬야 하지

♧ 자리횟국
땅도 뎁혀지곡
바당도 뎁혀서노난
자리덜 문짝 건드렁ᄒᆞᆫ 디로 올라가불고
자리철 나도 자리 보기 어렵수다
여름에 자리횟국 어시
살아질 거우꽈
우영에 물외 소랑소랑 커가곡
유입 제피도 상 짚어 가는디
우리 집 청태콩장 맞지 좋게 맛들엉
ᄉᆞ뭇 ᄌᆞᆸ아ᄃᆞᆼ기는디
공천포더레 가보가
보목리더렐 가보가
작년읜 그니서 자리횟국
ᄎᆞᆽ안 먹어저렌 ᄒᆞ던디

♣ 자리횟국
땅도 데워지고
바다도 데워져놓으니
자리들 몽땅 시원한 데로 올라가버리고
자리철 나도 자리 보기 어렵네요
여름에 자리횟국 없이
살아질까요
텃밭에 물외 소랑소랑 커가고
깻잎 초피도 향 짙어 가는데
우리 집 청태콩장 알맞게 맛들어
사뭇 잡아당기는데
공천포 쪽으로 가볼까
보목리 쪽으로 가볼까
작년엔 거기서 자리횟국
찾아서 먹었다고 하던데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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