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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홍해리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의 시(3)

by 김창집1 2026. 1. 4.

 

♧ 바람의 시

 

나의 詩는

겉보리 서 말

 

처가살이

안 해도 될 만큼

 

꼭 그만한 양의

식량인

 

겉보리 서 말

나의 詩는.

 

 

 

♧ 백아白夜

 

네 생각으로 해가 지지 않아

머릿속이 하얗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귀를 모아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림자도 사라졌다

 

방향을 잃은 나이 든 사내

막막히 막막히 가고 있다.

 

 

 

♧ 눈물꽃 한 송이

 

한평생이

눈물 한 방울로 피우는

한 송이 꽃인가

 

번개와 천둥

벼락으로 때리고

장대비로 씻어내리는

 

부질없는 걱정과 격정

쓸데없는 열성과 열정

보잘것없는 허욕과 과욕

 

개미자리만도 못한

꽃 한 송이

눈물겹게 피어 하릴없이 지는 날

 

저무는 목로주점이나 기웃거리다

홀로 술 마시는 이 있거든

슬몃 옆에 자리하리.

 

 

 

♧ 은비령隱秘嶺․ 1

 

사는 것

사람으로 사는 것

은비령,

은비령을 가는 일

 

백두대간 능선 지나

아무도 모르는 재,

아름다운 은비령을 넘는 일

아니, 아니랴

 

마음이 하늘인 사람들

은비령을 찾아가

곁말에 귀 주지 말고

곁가지 하나 혼들리지 않고

 

은비령을 넘자

아무도 안 넘은 고개

은령, 비령,

은비령!

 

 

 

♧ 작두콩

 

꽃이 피어도 소용없다

비가오니

벌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작두라도 별수 없다

환하게 피었던 꽃

누렇게 지고 만다.

 

 

                  *홍해리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 (놀북, 2025)에서

                                                        *사진 : 오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