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운 제주
제주의 오름과 사려니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의 만남과
멀리 보이는 바다와 멀리 가물거리는 심들!
제주인들이 살아온 역사가 더 제주다움을 알려 준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안을 둘러친 마을들
제주인들이 아끼고 보존해야 할 이 땅이
스스로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품격 있게 보존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건설업자나 행정가들에게 백년대계의 제주를 지켜달라고
아우성쳐보지만 안 들리는지 대답이 없다
제주의 숲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가 되어 숨을 쉬고 있다
열대 북방 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한라산은 아름답다.

♧ 바다에서 보낸 인생
바다에서 물결이 다가왔다 사라지며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 가는
시간의 흐름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저 바다를 노 저으며 살아온 인생
가슴으로 스며드는 신음 같은 파도 소리
그러나 바다를 원망해 본 적은 없다
갈매기가 되어 가고픈 내 고향 산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속 그리움들
바다의 일렁이는 설레임으로 만난다
바다가 삼켜버린 젊음도 파도에 지워지고
등대를 찾고 나면 갈매기의 체온을 느끼며
황혼 속으로 나의 일상도 사라진다.

♧ 코로나19. 2
거리가 숨을 죽이고 눈치를 보고 오만과 탐욕으로 비틀어진 사회 너무나 많은 말을 하는 자에게 KF94 마스크가 코와 입을 가리고 침묵하는 소같이 살라는 경고이다
식당엔 단골손님 발길이 끊기고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가고 떠들썩하던 오일시장도 발길이 끊기고 상인들이 침묵의 회색빛으로 웅크려 앉아 멍청하게 먼 산만 응시하고 있다
손과 입의 죄를 다스리기 위해 그동안 많은 죄지었으니 집에서 자숙하라는 신의 형벌일까?
소처럼 말하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하노라면 신축년을 맞이하여 세상의 잠식된 무거운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빠듯하게 보내고 있고 환자의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가 얼굴도 못 보고 가족과 사별하는 외롭고 고통스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 무소유
처음 올 때부터 없었습니다
내 몸부터 내 것이 아니고 부모님께 빌려
잠시 돌보는 것일 뿐 내가 소유하는
모든 것들은 잠시 빌려 쓰고 있지
내 것은 없고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없는 것을
내 것이라는 착각 속에 있는 줄 알고 살아온 삶을
이제 내려놓고 원래의 상태로 가면 될 것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붙잡을 수도 가둘 수도 없는
형체도 부피도 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무한의 마음이여!
이제 다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빈손으로 이별을 기다리며 보내자.

♧ 자비란
많은 사람 중 똑같은 사람은 없고
다르다는 것은 경이로운 것이며
어떻게 인간을 다르게 만들었을까?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혐오하게 되고
다르다는 것을 아는 자는 사랑과 자비를
베풀 줄 아는 자다
내가 아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아까운 것이며
이 세상 사람들을 나와 똑같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데서 서로 화합하고 즐거울 수 있다
나보다 앞서 남의 고통을 덜어주고 도와주는
행복을 베풀며 나보다 먼저
지극한 정성을 다해 생각해 주는 것이 자비이다.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 (그림과 책,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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