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시]
♧ 구젱기 겁데기 – 양전형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ᄃᆞᆯ밤도 들어왕 지새우당 가는 겁데기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ᄇᆞ름이 들어왕 머물당 가는 겁데기
등 ᄀᆞ득 뿔 세우고
소곱 안 보이젠 꽉 ᄌᆞ그물단
명사名詞 시절 가심은
절에 띄완 먼먼ᄒᆞ게 보내고
이제사
시상을 볼 수 잇는 가심 뒈엇주
오, 겁데기로 보아사
가심은 동사動詞가 뒈염ㅅ저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ᄇᆞ름이 들어왕 머물당 가곡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ᄃᆞᆯ밤도 들어왕 지새우당 가는 겁데기

♧ 세월 1 – 안상근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
아름답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보다가
어느새
흘러가는 달빛에 취하며 따라가다 보니
해는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
달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가는 줄로만 알았더니
게으르지 않은 계절은 다시 오고
그저 되풀이할 뿐
내가 세월이었다

♧ 사랑을 위하여 - 오승국
-목포에서
물길보다 진한 흐름이 어디 있으라
깊은 바다보다 잊을 수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라
물 줄기에 띄워 보낸 오랜 그리움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흐르고
느닷없이 뒤바뀌는 마파람에
작별할 수 없는 사랑은
언제쯤이면 뭍에 가 닿을까
익숙할 법도 하건만
섬 아낙들의 비릿한 한숨은
겨울파도를 타고 어디론가
목포의 눈물 따라
늘 떠날 채비를 하고

♧ 언젠가는 돌아서서 가야 할 – 이명혜
이별 낭자하다
눈빛 한 움큼 바랑에 지고
돌아선다
발길 떨어지지 않아
다시 돌아보고
돌아보고
자꾸만 구겨지는 언어
떠나기 위한 기도는 끝이 없다
그림자에 숨겨 놓은 회자정리
엔딩크레딧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며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는데
곳곳에 결린 곳들 풀어놓아야 해서
꽃이 다 져서라는 핑계 미흡해서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뻐꾸기 소리
저기 어디쯤
일렁이는 저녁 무렵

♧ 봄, 모슬포항 – 강애심
콧노래 절로 새어 잔물결 일렁이는
무거운 옷 하나 벗듯 마음의 문을 연다
항구의 비릿한 내음, 그 진한 봄꽃 향기로
마라도 가파도 징검돌 놓인 바닷길
내 안의 긴 매듭을 가만 풀어 닿을 듯
비로소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징검돌

♧ 짜장면 – 김신자
홍시 빛 늦가을이 번지는 오후 한 시
한수리 반점에서 아버님과 먹는 짜장
흐뭇이 입맛 다시며 삶의 주름 펴신다
화장지 물에 적셔 짜장 묻은 입 닦으니
“아고게, ᄄᆞᆯ이우꽈? 메누린 경 못허주게.”
아줌마 나를 보면서 효부라고 칭찬했다
흘린 입 닦아줘서 졸지에 효부 됐네
이래저래 반은 흘리고 불어버린 그 면발은
아버님 살아생전에 함께 먹은 점심 한 끼
*한라산문학 제38집 『글왓에서 숨길찾다』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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