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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한라산문학 제38집 '글왓에서 숨길찾다'의 시(1)

by 김창집1 2026. 1. 7.

 

          [초대시]

 

♧ 구젱기 겁데기 – 양전형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ᄃᆞᆯ밤도 들어왕 지새우당 가는 겁데기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ᄇᆞ름이 들어왕 머물당 가는 겁데기

 

등 ᄀᆞ득 뿔 세우고

소곱 안 보이젠 꽉 ᄌᆞ그물단

명사名詞 시절 가심은

절에 띄완 먼먼ᄒᆞ게 보내고

 

이제사

시상을 볼 수 잇는 가심 뒈엇주

오, 겁데기로 보아사

가심은 동사動詞가 뒈염ㅅ저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ᄇᆞ름이 들어왕 머물당 가곡

 

ᄉᆞᆯ ᄒᆞᆫ 점 버리고 소곱 다 보이난

ᄃᆞᆯ밤도 들어왕 지새우당 가는 겁데기

 

 



♧ 세월 1 – 안상근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

아름답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보다가

어느새

흘러가는 달빛에 취하며 따라가다 보니

해는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

달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가는 줄로만 알았더니

게으르지 않은 계절은 다시 오고

그저 되풀이할 뿐

내가 세월이었다

 

 

 

♧ 사랑을 위하여 - 오승국

    -목포에서

 

물길보다 진한 흐름이 어디 있으라

깊은 바다보다 잊을 수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라

물 줄기에 띄워 보낸 오랜 그리움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흐르고

 

느닷없이 뒤바뀌는 마파람에

작별할 수 없는 사랑은

언제쯤이면 뭍에 가 닿을까

 

익숙할 법도 하건만

섬 아낙들의 비릿한 한숨은

겨울파도를 타고 어디론가

목포의 눈물 따라

늘 떠날 채비를 하고

 

 

 

♧ 언젠가는 돌아서서 가야 할 – 이명혜

 

이별 낭자하다

 

눈빛 한 움큼 바랑에 지고

돌아선다

발길 떨어지지 않아

다시 돌아보고

돌아보고

자꾸만 구겨지는 언어

떠나기 위한 기도는 끝이 없다

그림자에 숨겨 놓은 회자정리

엔딩크레딧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며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는데

곳곳에 결린 곳들 풀어놓아야 해서

꽃이 다 져서라는 핑계 미흡해서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뻐꾸기 소리

저기 어디쯤

일렁이는 저녁 무렵

 

 

 

♧ 봄, 모슬포항 – 강애심

 

콧노래 절로 새어 잔물결 일렁이는

무거운 옷 하나 벗듯 마음의 문을 연다

항구의 비릿한 내음, 그 진한 봄꽃 향기로

 

마라도 가파도 징검돌 놓인 바닷길

내 안의 긴 매듭을 가만 풀어 닿을 듯

비로소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징검돌

 

 

 

♧ 짜장면 – 김신자

 

홍시 빛 늦가을이 번지는 오후 한 시

한수리 반점에서 아버님과 먹는 짜장

흐뭇이 입맛 다시며 삶의 주름 펴신다

 

화장지 물에 적셔 짜장 묻은 입 닦으니

“아고게, ᄄᆞᆯ이우꽈? 메누린 경 못허주게.”

아줌마 나를 보면서 효부라고 칭찬했다

 

흘린 입 닦아줘서 졸지에 효부 됐네

이래저래 반은 흘리고 불어버린 그 면발은

아버님 살아생전에 함께 먹은 점심 한 끼

 

 

                 *한라산문학 제38집 『글왓에서 숨길찾다』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