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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14)

by 김창집1 2026. 1. 14.

 

♧ 산천단의 가을

 

새벽하늘에

별이 지고 있다

 

안개는 자욱하고

딩, 딩,

풍경이 숨죽여 운다

 

시린 하늘에

까마귀 떼 울음

 

아,

전하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나의 그리움

 

마른 풀섶 위

눈물꽃

잔설로 앉아 있네

 

 

 

♧ 계란말이를 하며

 

벚꽃잎으로 내려앉은 시간

쪽문 너머 는개 내리고 있다

 

당근을 다지고 계란물을 풀어

이제는 하늘길 떠나 곁에 없는

 

유난히 부추김치 좋아하는

너를 위하여

꽃대 올라온 부추꽃도 따 넣는다

 

어미의 한가슴 기름 두르고

젖멍울 차오르도록 팬을 달군다

 

 

 

♧ 장맛비

 

속사연이 이리도 깊어 밤새우고 있다

3층 높이로 우거진 벚나무 푸른 춤사위

오늘밤 바람은 속살을 베어 물고

창문 열어 봇물처럼 비 흘려보내고 있다

 

강일이가 좋아하던 7월의 치자꽃 향기

40여 년 자리한 소엽풍란 하얀 꽃다발

언제고 내려놓을 수 없는 화장대의 영정사진

어미의 가슴 언저리로 번지는 장맛비

 

 

 

♧ 장맛비 • 2

 

첫 아이 배냇저고리

손톱의 봉숭아 꽃물로 젖고 있다

 

품으로 흘러드는 빗소리

포말로 빙빙 돌다 간다

 

새벽하늘도 내 첫 아이 보고파

번갯불로 세상을 살핀다

 

 

 

♧ 방울토마토

 

허공으로 가고 싶은 마음

어찌 홀로 잎줄기 뻗으며

한 줄기 바람으로 서 있니

 

어제는 푸른 꿈이

간밤 몰래 키워냈구나

이토록 가슴 설레는 선물

 

차마 서로 헤어지지 못하여

밤하늘 작은 별처럼

나의 머리맡 지키며 떠 있구나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