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천단의 가을
새벽하늘에
별이 지고 있다
안개는 자욱하고
딩, 딩,
풍경이 숨죽여 운다
시린 하늘에
까마귀 떼 울음
아,
전하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나의 그리움
마른 풀섶 위
눈물꽃
잔설로 앉아 있네

♧ 계란말이를 하며
벚꽃잎으로 내려앉은 시간
쪽문 너머 는개 내리고 있다
당근을 다지고 계란물을 풀어
이제는 하늘길 떠나 곁에 없는
유난히 부추김치 좋아하는
너를 위하여
꽃대 올라온 부추꽃도 따 넣는다
어미의 한가슴 기름 두르고
젖멍울 차오르도록 팬을 달군다

♧ 장맛비
속사연이 이리도 깊어 밤새우고 있다
3층 높이로 우거진 벚나무 푸른 춤사위
오늘밤 바람은 속살을 베어 물고
창문 열어 봇물처럼 비 흘려보내고 있다
강일이가 좋아하던 7월의 치자꽃 향기
40여 년 자리한 소엽풍란 하얀 꽃다발
언제고 내려놓을 수 없는 화장대의 영정사진
어미의 가슴 언저리로 번지는 장맛비

♧ 장맛비 • 2
첫 아이 배냇저고리
손톱의 봉숭아 꽃물로 젖고 있다
품으로 흘러드는 빗소리
포말로 빙빙 돌다 간다
새벽하늘도 내 첫 아이 보고파
번갯불로 세상을 살핀다

♧ 방울토마토
허공으로 가고 싶은 마음
어찌 홀로 잎줄기 뻗으며
한 줄기 바람으로 서 있니
어제는 푸른 꿈이
간밤 몰래 키워냈구나
이토록 가슴 설레는 선물
차마 서로 헤어지지 못하여
밤하늘 작은 별처럼
나의 머리맡 지키며 떠 있구나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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