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만小滿 - 강태훈
만물이 자라 충만해지고
곡식이 여물어가는 절기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
짙푸르고 무성한 나무들
점점 녹음마저 짙어가고
우리네 인심도 찰떡이네
감칠맛 나는 자리물회에
찰진 보리밥은 맛의 향수
이웃과 보리 베고 나누는
수눌음도 정든 고향 풍경

♧ 스님의 가계부 – 고은진
오늘 들어온 것은
아침 포행 길
나뭇잎 무늬 입은
천 오백 살 어린 햇살
연못가 물방울 모아모아
동그랗고 투명한 집 짓는
연꽃과 그 가족.. 연잎.. 연밥
산새소리 넣어 만든 쑥버무리
갓 덖은 녹차 향기는
오늘 사시 기도비
오늘의 지출
간 만에 찾아온 햇살에 보낸
미소 한 소쿠리
지난밤 비바람
둥글게 식어버린 고슴도치
왕생을 위한 다라니 한 두릅
108 독讀 진언으로 빚은
들숨과 날숨 사이
오체투지한 침묵 한 장
우루루루
저녁 달빛 한 사발에
풍경 소리, 밤바람 소리는
추가 보너스
오늘의 합계는 무無

♧ 아름다운 사람들 – 곽은진
고즈넉한 산사,
새벽의 고요에
도반들과 마음의 향을 피운다.
켜켜이 쌓였던 업장이
한 꺼풀 벗겨지는 듯,
마음은 더없이 맑아진다.
함께한 도반들,
전생의 인연이었을까,
연기처럼 이어진 마음이
이 생에서도 다시 꽃을 피운다.
감사함이 기쁨이 되고
기쁨이 다시 공으로 스며
내 안의 등불 하나,
해탈의 빛으로 타오른다

♧ 한 생각에 – 김문석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아침 햇살에 눈을 뜨면
하나의 생각이
세상의 색을 바꾸어 놓는다.
한 생각에 감사의 마음도 있지만
섭섭한 마음도 있다
맘속 느낌따라 의미는 다르다
불평과 섭섭한 생각은
감사의 맘은 멀어지고
주위 사람을 은근 피로하게 하고
그 미움은 아픔을 준다
어떤 상황 앞에서
한 생각을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긍정적 해석은
일의 실마리가 잘 풀리고
대인관계도 원만하지만
부정적 편견은
시야가 좁아지고
대인관계도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매사 짜증스럽고
마음에 안 들어
섭섭한 마음 품고 사는 사람도
마음을 넓게 품다보면
자연스레 웃을 일 많아지고
밝은 생각은 아름다운 세상 열어간다.
한 생각을 어떻게 써야 할까?

♧ 길 1 – 김성진
곁길로 들어섰는지
걸어가도 길은 안 보이고
뛰어가도 길은 안 보였다
돌담에 걸터앉아
길 끝나는 데까지 바라보면
왔었던 길마저 달라졌다
길 위에 서 있을 때
걸어갈 길 보이기 시작했다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5 하반기 제2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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