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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완)

by 김창집1 2026. 1. 21.

 

♧ 진공청소기

 

먼지가 빨려드는

플라스틱 블랙홀

 

눈물 쏙 빠지도록

나 또한 은연 중에

 

저토록

막무가내로

탈탈 털린 적 있었지

 

 

 

♧ 미역

 

미국에 여행 가서 우유 한 잔 못 먹고

한 달 만에 귀국한 육순 김 여사 밀크 밀크

아무리 달라고 해도

못 알아듣는 현지인

 

해산한 막내딸에게 미역국 끓여 주며

'미역' 하자 아, 엄마! 미국에선 밀크를

그렇게 발음해야 돼

'미역' 기브 미 '미역‘

 

 

 

♧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 블랙 아이스

 

검지만 이름에는

블랙을 쓰지 않네

미대륙 맛을 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아'로 통하는 세상 마시면 와 이리 좋노

 

먼지와 매연이

씌어버린 검은 오명

박빙의 아슬한 내막 다리 위 블랙 아이스

무심한 치명적 몸매에 아, 당했네 ! 아이스발

 

 

 

♧ 내 코가 석자

 

빵 조각 지고 가던

개미가 절벽을 만나

 

떨어지는 찰나에

붙잡는 나뭇가지

 

죽기로 기어오르는

그를 난 지켜만 봤다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가히,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