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공청소기
먼지가 빨려드는
플라스틱 블랙홀
눈물 쏙 빠지도록
나 또한 은연 중에
저토록
막무가내로
탈탈 털린 적 있었지

♧ 미역
미국에 여행 가서 우유 한 잔 못 먹고
한 달 만에 귀국한 육순 김 여사 밀크 밀크
아무리 달라고 해도
못 알아듣는 현지인
해산한 막내딸에게 미역국 끓여 주며
'미역' 하자 아, 엄마! 미국에선 밀크를
그렇게 발음해야 돼
'미역' 기브 미 '미역‘

♧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 블랙 아이스
검지만 이름에는
블랙을 쓰지 않네
미대륙 맛을 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아'로 통하는 세상 마시면 와 이리 좋노
먼지와 매연이
씌어버린 검은 오명
박빙의 아슬한 내막 다리 위 블랙 아이스
무심한 치명적 몸매에 아, 당했네 ! 아이스발

♧ 내 코가 석자
빵 조각 지고 가던
개미가 절벽을 만나
떨어지는 찰나에
붙잡는 나뭇가지
죽기로 기어오르는
그를 난 지켜만 봤다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가히,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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