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나기
왜 다시 돌아왔니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 보며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이구나
그 발끝까지 젖고 있는
네가 품은
설운 가슴에 피어 지지 않는
몰래 울다 들켜버린 그리움아

♧ 숲
동네 공원 숲길은
큰 바람 없는 마음을
한 뼘씩 부려놓을 수 있어 좋다
간밤 꿈길 찾아온
먼저 하늘길 튼 아들
새근거리며 어미의 품에 햇살로 들고
지상의 씨앗을 쪼아
물고 있는 비둘기
한 걸음 한 걸음 풀포기에 앉는 그리움
저 하늘에 모여든 하얀 구름 속에선
내 아이 가을 소풍 술래잡기
귓전에 맴돌다 가는 솔바람 소리
떡갈나무 노오란 잎새들
우편엽서로 톡 톡 떨어지면
환희의 기쁨 바람의 갈채 가득하다

♧ 신촌리
개망초 키 큰 풀가지 스카프 두르고
갈대 무리에 서 있다가 저녁 해를 본다
닭머르 해안의 파도로 부둥켜 뒹굴다
차마 너의 이름 부르지 못하여
포구로 돌아와 못 잊어 하노라
젖멍울 아픈 작은 어선 한 척
출렁거리는 물결 따라 몸 뉘이다
홀연 물새 한 마리 나래짓 하늘 보며
구름으로 떠 있는 사무치는 그리움
나는 신촌리에 마음 묶어 닻을 내린다

♧ 바람의 일기
옷소매 실밥 하나 만지작거리며 걷는다
어둠의 벤치에 오래 앉은 공원
서쪽 하늘 작은 유리창
세 번째 돌맞이 하는구나
첫 돌 무명 실타래 들고 웃는
사진 한 첩 내 가슴의 묘궁
까르르륵 웃음소리
바람길 따라 안겨 온다
밤하늘도 새벽으로 가고 있다
나무 그림자 그네를 태우며
연달아 달려드는 바람 소리
그래, 훗날 우리 바람으로 만나자

♧ 바람의 일기 2
노루의 울음 섞인 목울대
길게 뻗은 5•16도로
숲 터널
이곳을 지나고 있다
8월의 마지막 그리움
더 이상 가슴으로 안을 수 없는
여름 소나기
번개 없이 빗발치고 있다
우두두두 차 지붕 위 흐르는 빗물
직립으로 한 몸 되어 울고 있다
새소리마저 포말로 뜨는 3주기
그리움아 어서 가자 해가 저문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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