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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15)

by 김창집1 2026. 2. 3.

 

♧ 소나기

 

왜 다시 돌아왔니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 보며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이구나

그 발끝까지 젖고 있는

 

네가 품은

설운 가슴에 피어 지지 않는

몰래 울다 들켜버린 그리움아

 

 

 

♧ 숲

 

동네 공원 숲길은

큰 바람 없는 마음을

한 뼘씩 부려놓을 수 있어 좋다

간밤 꿈길 찾아온

먼저 하늘길 튼 아들

새근거리며 어미의 품에 햇살로 들고

 

지상의 씨앗을 쪼아

물고 있는 비둘기

한 걸음 한 걸음 풀포기에 앉는 그리움

저 하늘에 모여든 하얀 구름 속에선

내 아이 가을 소풍 술래잡기

 

귓전에 맴돌다 가는 솔바람 소리

떡갈나무 노오란 잎새들

우편엽서로 톡 톡 떨어지면

환희의 기쁨 바람의 갈채 가득하다

 

 

 

♧ 신촌리

 

개망초 키 큰 풀가지 스카프 두르고

갈대 무리에 서 있다가 저녁 해를 본다

닭머르 해안의 파도로 부둥켜 뒹굴다

차마 너의 이름 부르지 못하여

포구로 돌아와 못 잊어 하노라

 

젖멍울 아픈 작은 어선 한 척

출렁거리는 물결 따라 몸 뉘이다

홀연 물새 한 마리 나래짓 하늘 보며

구름으로 떠 있는 사무치는 그리움

나는 신촌리에 마음 묶어 닻을 내린다

 

 

 

♧ 바람의 일기

 

옷소매 실밥 하나 만지작거리며 걷는다

어둠의 벤치에 오래 앉은 공원

서쪽 하늘 작은 유리창

세 번째 돌맞이 하는구나

 

첫 돌 무명 실타래 들고 웃는

사진 한 첩 내 가슴의 묘궁

까르르륵 웃음소리

바람길 따라 안겨 온다

 

밤하늘도 새벽으로 가고 있다

나무 그림자 그네를 태우며

연달아 달려드는 바람 소리

그래, 훗날 우리 바람으로 만나자

 

 

 

♧ 바람의 일기 2

 

노루의 울음 섞인 목울대

길게 뻗은 5•16도로

숲 터널

이곳을 지나고 있다

 

8월의 마지막 그리움

더 이상 가슴으로 안을 수 없는

여름 소나기

번개 없이 빗발치고 있다

 

우두두두 차 지붕 위 흐르는 빗물

직립으로 한 몸 되어 울고 있다

새소리마저 포말로 뜨는 3주기

그리움아 어서 가자 해가 저문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