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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혜향문학' 2025년 제25호의 시(3)

by 김창집1 2026. 2. 7.

 

♧ 108배 – 김용길

 

절 하는 집이라고

절간이다

처음 삼배는 두 손으로 받들고

아흔아홉 번 넘어가니

숨이 가쁘다

무릎이 저려온다

고개를 꺾으니

땀방울이 떨어진다

죽비 내리 맞고

백팔배 끝내면

관음보살님 빙긋 웃는다

그 웃음 보려고

백팔번 허리 돌려앉았지

 

 

 

♧ 숨비소리 – 김철선

 

‘순비기 꽃' 피는 윤유월

갯마을 언덕에 서다

 

오직 살아야 한다며

'테왁'에 몸 맡겨 한 호흡에

물구나무 자맥질

열길 물속을 더듬다

끊기는 물숨

그러다 저 세상 뿌리치고

돌아서는 한숨

호이- 호오이-

이승의 숨비소리

‘순비기 꽃’ 피던 아련한 그 갯가

들려오는 어머니의 큰 숨결

 

 

 

♧ 일촌의 꿈 – 혜원 삼현

 

마음 한 구석

긴 파도 토함을 넘으니

월광은 감추었으나

별빛이 반짝인다

산 아래 봄풀 뜯는 시절에

매화는 늘어지고

창공은 높아라.

 

어디서

동종소리

창공으로 흐르더니

어젯밤 깊은 꿈은

호흡 간 사라지고

푸른 눈 크게 뜨니

산은 옛 산 그대로요

시냇물은 돌돌 남으로 흐른다.

 

 

 

♧ 일강정•13 - 윤봉택

    -통물*

 

통물 어신 동네도 이시카마는

일강정엔 올레마다 통물이 솟는다.

 

그것도 섯동네 강정리 4583-1번지

풀도진마*, 고사리마 지나

오뉴월 장마쯤에서

성널오름에 갓 쓰고 사나흘쯤

천둥 치명 비가 오면

마ᄑᆞᄅᆞᆷ으로 베락 치명

봉골레기* 봉골락 봉골락 ᄒᆞ멍

꿩 미신거에* 물 들듯이 비가 오민

통물마다에선

날 선 소리가 울리나니

 

웃통물도 터지곡

알통물도 터지곡

올레 마다, 구들마다, 정지 솥덕마다,

골새가 넘치도록 통물이 터지더니

밤새 그 소리로 날 새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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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물 ; ‘샘물’의 제주어.

* 풀도진마; 고사리마가 시작되기 전, 우수 지나 경칩 사이에, 일주일 정도 풀이 잘 돋아나라고 자주 내리는 안개비를 말함.

* 봉골래기; 장대비가 올 때 물이 고이며 생기는 물방울의 제주어.

* 머신거 : '무엇', '뭐‘의 제주어.

 

 

 

♧ 불심 - 정예실

 

촛불 하나, 마음 속에

조용히 피어오르는 빛

그 작은 불씨가

내 속그림자 하나씩 녹인다 아이가.

 

사람 마음은 늘 흔들거리지만

불심은 흔들기 읍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 자리에서 고요히 빛을 지킨다 아부다.

 

나는 오늘도

손 모아 속삭인다

“이 마음, 이 길, 이 하루가

누군가에게 따스한 등불 되게 해 주게.”

 

기쁨 속에 미소 잃지 않고

슬픔 속에도 눈물 억누르지 않으면서

불심은 내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자란다 아이다.

 

세상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불심 하나면 충분하제

작은 빛이 모여

다른 이 길 비춰줄 테니

 

오늘도 나는

그 작은 촛불 하나를

조심스레 내 마음 속에 켠다 아이가.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5년(제2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