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8배 – 김용길
절 하는 집이라고
절간이다
처음 삼배는 두 손으로 받들고
아흔아홉 번 넘어가니
숨이 가쁘다
무릎이 저려온다
고개를 꺾으니
땀방울이 떨어진다
죽비 내리 맞고
백팔배 끝내면
관음보살님 빙긋 웃는다
그 웃음 보려고
백팔번 허리 돌려앉았지

♧ 숨비소리 – 김철선
‘순비기 꽃' 피는 윤유월
갯마을 언덕에 서다
오직 살아야 한다며
'테왁'에 몸 맡겨 한 호흡에
물구나무 자맥질
열길 물속을 더듬다
끊기는 물숨
그러다 저 세상 뿌리치고
돌아서는 한숨
호이- 호오이-
이승의 숨비소리
‘순비기 꽃’ 피던 아련한 그 갯가
들려오는 어머니의 큰 숨결

♧ 일촌의 꿈 – 혜원 삼현
마음 한 구석
긴 파도 토함을 넘으니
월광은 감추었으나
별빛이 반짝인다
산 아래 봄풀 뜯는 시절에
매화는 늘어지고
창공은 높아라.
어디서
동종소리
창공으로 흐르더니
어젯밤 깊은 꿈은
호흡 간 사라지고
푸른 눈 크게 뜨니
산은 옛 산 그대로요
시냇물은 돌돌 남으로 흐른다.

♧ 일강정•13 - 윤봉택
-통물*
통물 어신 동네도 이시카마는
일강정엔 올레마다 통물이 솟는다.
그것도 섯동네 강정리 4583-1번지
풀도진마*, 고사리마 지나
오뉴월 장마쯤에서
성널오름에 갓 쓰고 사나흘쯤
천둥 치명 비가 오면
마ᄑᆞᄅᆞᆷ으로 베락 치명
봉골레기* 봉골락 봉골락 ᄒᆞ멍
꿩 미신거에* 물 들듯이 비가 오민
통물마다에선
날 선 소리가 울리나니
웃통물도 터지곡
알통물도 터지곡
올레 마다, 구들마다, 정지 솥덕마다,
골새가 넘치도록 통물이 터지더니
밤새 그 소리로 날 새더니라
---
* 통물 ; ‘샘물’의 제주어.
* 풀도진마; 고사리마가 시작되기 전, 우수 지나 경칩 사이에, 일주일 정도 풀이 잘 돋아나라고 자주 내리는 안개비를 말함.
* 봉골래기; 장대비가 올 때 물이 고이며 생기는 물방울의 제주어.
* 머신거 : '무엇', '뭐‘의 제주어.

♧ 불심 - 정예실
촛불 하나, 마음 속에
조용히 피어오르는 빛
그 작은 불씨가
내 속그림자 하나씩 녹인다 아이가.
사람 마음은 늘 흔들거리지만
불심은 흔들기 읍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 자리에서 고요히 빛을 지킨다 아부다.
나는 오늘도
손 모아 속삭인다
“이 마음, 이 길, 이 하루가
누군가에게 따스한 등불 되게 해 주게.”
기쁨 속에 미소 잃지 않고
슬픔 속에도 눈물 억누르지 않으면서
불심은 내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자란다 아이다.
세상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불심 하나면 충분하제
작은 빛이 모여
다른 이 길 비춰줄 테니
오늘도 나는
그 작은 촛불 하나를
조심스레 내 마음 속에 켠다 아이가.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5년(제2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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