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친구
외로움의 옆방엔
그리움이 삽니다
가끔은 맞장구치며
쓴 소주도 마십니다
콩나물
선짓국 끓여
문밖에 선
기다림
오늘도 외로움은
뼛속까지 눈물 스며
그리움을 불러 앉혀
서사시를 씁니다
그 사연
소설 쓴다며
문 닫고 앉은
기다림

♧ 찔레장미
찔레가 변함없이
찔레만 만난다면
외진 길가 가시덤불
보는 이 없는 향기
그토록
화려한 장미
사모한 게 죄일까
아니라네 죄 아니네
운명처럼 만났다네
공개된 외도라도
설렘은 뜨거웠다
실험실
양지바른 곳
딸로 핀 찔레장미

♧ 지도
어디로 가야 할지
삶에도 지도가 있다
종점은 분명 알지만
들르고 싶은 곳이 많아
오늘도
수첩을 꺼내
갈 길을 그려 본다
이 시를 쓰고 나면
국밥집도 가야 하고
막걸리 한 잔으로
잊을 건 지워야 한다
왜 이리
곡선이 많은지
곧장 가기 힘든 삶

♧ 여인의 삶은
나의 시가 여자라면 이런 삶 그리고 싶다
어머니 살아온 길 내 누이 밟은 아픔
아직도 눈물만 고인 들꽃을 심고 싶다
바람 불어도 까르르 벚꽃만 져도 글썽글썽
수줍게 피어나는 백목련 열일곱 살
두 눈에 가을을 담아 붉게 물든 여고 2년
두 아이 학교 보내고 설거진 깔끔하게
거울 앞에 털썩 앉아 하루를 화장하다
거칠다 익어야 단맛 갓김치 같은 여자
아줌마 누구냐며 오랜 치매 앓고 있는
미음 쒀 입에 넣고 시어머니 눈물보다
돌아서 제 눈물 닦는 가슴 시린 며느리
내려갈 길이 보여 뒤돌아보는 시간
주름살 늘어가듯 화장이 짙어졌다
채워도 허전한 가슴 차라리 비우리라
시간은 이리 빠른데 둘러봐도 나는 없다
앞서가는 남편 등 뒤 하루는 저무는데
저녁놀 왜 아름다운가 곱씹다 끄덕이다
이제는 빈 들에 서서 버릴 것 생각한다
젊은 날 화사한 옷 차곡차곡 쌓아놓고
내 삶도 태울 게 있을까 둘러봐도 이름뿐

♧ 또 봐요
잘 가요
하고 나니
강물 앞에 서 있는 듯
또 봐요
손 흔드니
대문 곁에 기대선 듯
어차피
못 오더라도
기다림은 남아야지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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