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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7)

by 김창집1 2026. 2. 8.

 

♧ 세 친구

 

외로움의 옆방엔

그리움이 삽니다

가끔은 맞장구치며

쓴 소주도 마십니다

콩나물

선짓국 끓여

문밖에 선

기다림

 

오늘도 외로움은

뼛속까지 눈물 스며

그리움을 불러 앉혀

서사시를 씁니다

그 사연

소설 쓴다며

문 닫고 앉은

기다림

 

 

 

♧ 찔레장미

 

찔레가 변함없이

찔레만 만난다면

외진 길가 가시덤불

보는 이 없는 향기

그토록

화려한 장미

사모한 게 죄일까

 

아니라네 죄 아니네

운명처럼 만났다네

공개된 외도라도

설렘은 뜨거웠다

실험실

양지바른 곳

딸로 핀 찔레장미

 

 

 

♧ 지도

 

어디로 가야 할지

삶에도 지도가 있다

종점은 분명 알지만

들르고 싶은 곳이 많아

오늘도

수첩을 꺼내

갈 길을 그려 본다

 

이 시를 쓰고 나면

국밥집도 가야 하고

막걸리 한 잔으로

잊을 건 지워야 한다

왜 이리

곡선이 많은지

곧장 가기 힘든 삶

 

 

 

♧ 여인의 삶은

 

나의 시가 여자라면 이런 삶 그리고 싶다

어머니 살아온 길 내 누이 밟은 아픔

아직도 눈물만 고인 들꽃을 심고 싶다

 

바람 불어도 까르르 벚꽃만 져도 글썽글썽

수줍게 피어나는 백목련 열일곱 살

두 눈에 가을을 담아 붉게 물든 여고 2년

 

두 아이 학교 보내고 설거진 깔끔하게

거울 앞에 털썩 앉아 하루를 화장하다

거칠다 익어야 단맛 갓김치 같은 여자

 

아줌마 누구냐며 오랜 치매 앓고 있는

미음 쒀 입에 넣고 시어머니 눈물보다

돌아서 제 눈물 닦는 가슴 시린 며느리

 

내려갈 길이 보여 뒤돌아보는 시간

주름살 늘어가듯 화장이 짙어졌다

채워도 허전한 가슴 차라리 비우리라

 

시간은 이리 빠른데 둘러봐도 나는 없다

앞서가는 남편 등 뒤 하루는 저무는데

저녁놀 왜 아름다운가 곱씹다 끄덕이다

 

이제는 빈 들에 서서 버릴 것 생각한다

젊은 날 화사한 옷 차곡차곡 쌓아놓고

내 삶도 태울 게 있을까 둘러봐도 이름뿐

 

 

 

♧ 또 봐요

 

잘 가요

하고 나니

강물 앞에 서 있는 듯

또 봐요

손 흔드니

대문 곁에 기대선 듯

어차피

못 오더라도

기다림은 남아야지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