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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의 시(6)

by 김창집1 2026. 2. 10.

 

♧ 콩입에 멜젓

 

콩입은 똑 젓갈에 먹어사 ᄒᆞ여

뒌장에도 먹어보곡

고치장에도 조쳐보앗주마는

젓갈에 먹이사 제라ᄒᆞᆫ 맛이 나주

미릇 ᄃᆞᆷ아논 멜젓

콩입 날 ᄀᆞ리 뒈민 맞춤ᄒᆞ게 익을 거난

 

어랑어랑ᄒᆞᆫ 콩입 ᄐᆞᆮ아당

밥에 젓에 풀고치도 톡 언졍

ᄒᆞᆫ 굴레 볼망뎅이 터지게 씹어가민

비린 것이 쿠싱ᄒᆞ여가멍 ᄃᆞᆯ코롬도 ᄒᆞ여가멍

씹을 때마다 ᄄᆞ난 맛이 나는 거라

콧ᄌᆞᆫ둥이에 ᄄᆞᆷ이 와작 나멍

맛좋다 소리가 절로 나주

 

게고데고 콩입 좋아해난 그 아인 잘 살암신가

 

 

 

♣ 콩잎에 멸젓

 

콩잎은 꼭 젓갈에 먹어야 해

된장에도 먹어보고

고추장에도 곁들여보았지만

젓갈에 먹어야 옳게 맛이 나지

미리 담가둔 멸젓

콩잎 날 철 되면 알맞게 익을 거니

 

싱싱한 콩잎 따다

밥이랑 젓이랑 풋고추도 톡 얹어

한 입 볼이 미어지게 씹다보면

비린 것이 구수해가다 달짝지근해가면서

씹을 때마다 다른 맛이 나는 거야

콧잔등에 땀이 와락 나면서

맛좋다 소리가 절로 나지

 

그나저나 콩잎 좋아하던 그 아인 잘 살고 있나

 

 

 

♧ 보리개역

 

ᄊᆞᆯ이 어디 이서

ᄎᆞᆸᄊᆞᆯ이 어디 이서

오뉴월에 보리 나민

그걸로 개역부터 멩그는 거주

 

가마솟에 보리 볶앙 ᄀᆞᆯ아오민

그게 보리 개역이주마는

너미 게우지 말앙 설게도 말앙

맞지좋게 잘 볶아사 맛존 개역이 뒈난

우리 할망 ᄐᆞ다앚주

 

개역 해 오는 날은 얼랍졍

종이에 ᄀᆞ루 담앙 입에 비우당 ᄀᆞᆨ겨가명

밥에도 보벼보앗닥 우미에도 놓아보앗닥

ᄃᆞᆫ 거 퍼놓앙 범벅으로도 먹곡

물 푼드랑ᄒᆞ게 비왕 호로록 드르쓰기도 ᄒᆞ곡

 

보리 개역은 입다심 양석이엇주

일ᄒᆞ당 시장기 나민 드르쓰곡

어명 바빵 밥 어실 때도 보리개역 이시민

배고프진 안ᄒᆞ여시난

 

진진ᄒᆞᆫ 장맛ᄀᆞ리에 보리개역이라도 멩글민

벳이 드는 거주

 

 

 

♣ 보리미숫가루

 

쌀이 어디 있어

찹쌀이 어디 있어

오뉴월에 보리 나면

그거로 미숫가루부터 만드는 거지

 

가마솥에 보리 볶아 갈아오면

그게 보리미숫가루지만

너무 타지 않게 설지도 않게

알맞게 잘 볶아야 맛좋은 미숫가루가 되니

우리 할머니 지켜 앉았지

 

미숫가루 해오는 날은 덤벼들어

종이에 가루 담아 입에 비우다 사레들고

밥에도 비벼보았다 우미에도 넣어보았다

단 거 퍼놓아 범벅으로도 먹고

물 넉넉히 부어 호로록 들이키기도 하고

 

보리 미숫가루는 간편한 양식이었지

일하다 시장기 나면 들이키고

엄마 바빠 밥 없을 때도 보리미숫가루 있으면

배고프지는 않았으니

 

긴긴 장마철에 보리 미숫가루라도 만들면

볕이 드는 거지

 

 

 

♧ 쉰다리*

 

아적에 ᄒᆞᆫ 보리밥 쉬지 말렌

차롱에 펑 ᄃᆞ랑ᄃᆞ랑 ᄃᆞᆯ아멩 놔두어도

정심 때 먹젠 보민 쉰내가 무큰

그 족흔 걸 내불지 안ᄒᆞ젠 멩근게

쉰다리라

 

쉰밥 휘휘 씻엉

그레 벳에 잘 ᄆᆞᆯ린 누룩 ᄒᆞ썰 헊엉

단지에 담앙 물 비와놩 놔두민 발효가 뒈는 거여

밥 방올이 동동 트든가 희영ᄒᆞᆫ 막이 생기민 ᄆᆞᆫ 뒌 거주

 

여름에 쉰다리 먹으민

배도 안 아프곡 똥도 곱느네

요세 아이덜은 쉰다리에 이거 저거 놩

더 맛좋게 벨아벨 거 ᄆᆞᆫ딱 멩글앙 먹엄선게

알록달록 눈 호강 입 호강 엄부랑ᄒ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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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다리 : 여름에 마시는 제주의 전통 음료.

 

 

 

♣ 쉰다리

 

아침에 한 보리밥 쉬지 말라고

채롱에 퍼서 달랑달랑 달아매 놔두어도

점심 때 먹으려면 쉰내가 물큰

그 아까운 걸 내버리지 않으려고 만든 게

쉰다리야

 

쉰밥 휘휘 씻어

거기 볕에 잘 말린 누룩 약간 섞어

단지에 담아 물 비워 놔두면 발효가 되는 거지

밥 방울이 동동 뜨든가 하얀 막이 생기면 다 된 거야

 

여름에 쉰다리 먹으면

배도 안 아프고 똥도 고와요

요새 아이들은 쉰다리에 이거 저거 넣어

더 맛좋게 별의별 거 다 만들어 먹고 있던데

알록달록 눈 호강 입 호강 엄청나더라고

 

 

    *김섬 지음 제주 전통음식 레시피 제주어 시집 『옴막옴막』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