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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한수풀문학' 2025 제20호의 시(2)

by 김창집1 2026. 2. 12.

 

♧ 능소화가 고개를 들던 날 – 김미옥

 

저 길을 따라 걸어오시던 엄마

장에서 돌아올 때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좌판에서 내리친 생선 대가리가 많은지 적은지

흩뿌려진 비늘이 문신처럼 박혀있고

날 것 그대로의

비릿한 내음들로 얼룩진 엄마에 대한 잔상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저 길! 따라 걸으며 엄마가 지고 걸었을

삶의 무게에 잠겨본다

 

 

 

♧ 내가 아는 골목 – 김양희

 

온 가족 을러나와 집줄 가닥 놓던 목

더위와 담뱃잎을 촘촘 엮어 말리던 목

돌담에 척척 빨래도 흉허물이 없던 목

 

누구네 대문이든 활짝 열려있던 목

겨우 리어카만 드나들어도 넓은 목

베지근 각재기국이 발 끌어당기던 목

 

 

 

♧ 안동네 – 김진숙

 

미시적 관점으로 본 골목은 달팽이관

한 바퀴 돌고 나온 바람의 세포들이

전봇대 기운 쪽으로 발소리를 깨운다

 

오래된 음계처럼 쌓아 올린 돌담과

여름의 구름처럼 얽혀있는 전선들과

어머니 무릎 연골처럼 닳아버린 기억들

 

헐렁한 슬리퍼 끌고 누가 마중 올 것 같은

낮은 지붕 사이로 고층 건물의 긴 그림자

안과 밖 시간을 따라 자꾸 귀가 커진다

 

 

 

♧ 길과 길담 - 김순덕

 

두샛바람 시월에 꼴 실은 달구지

개나리 피는 삼월 말 탄 신랑

발굽 소리 나이 없는 길과 돌담

두런두런 웃음잔치 새색시 산통에

떡두꺼비 첫 열매 이보게

의정 좋은 신랑 각시 둘째 경사구먼

동백꽃 어느 사월 집 나선 아비는

영혼으로 돌아오고

날길 배유 위에 남매가 노는 소리

은발 날리며 아비 보러 가는 소리

몇 백 년인가 새 시대 골탕으로

숨통을 막을 테니 이별주 한잔 받게

이끼 안은 길담과 날길 두런두런

 

 

 

♧ 소금산* S라인 – 이상언

 

노꼬메에서 과물로

내리 치달아

용이 되려다

멈춘 금산

 

용이 되려고 소나무 등걸이 기어오르다 콩짜개덩굴이 돼버린 비늘

작은 앞치마에 담아

 

옆으로 심은

소금산

소애못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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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산 : 애월읍 남읍리 금산공원 옆 작은 금산.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 2025(제20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