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사의 진눈깨비 3
-동지 무렵
갈필 닮은 추녀 끝에
어둠이 힘을 모으네
낫에 잘린 수선화
그 향기도 품에 넣어
한순간
비백을 친다
동짓밤이 가볍다

♧ 추사의 진눈깨비 4
-초의 생각
입에 문
차 한 모금
뭉게뭉게 구름이라
탱자가시
걸린 마음
나붓나붓 꽃눈이라
엉겼던
붓끝이 풀리네
응어리가 풀리네

♧ 추사의 진눈깨비 5
-고향소식
날아드는 전갈마다 마음 찢는 비보구나
눈 속에 솔잎 끝은 둥그러질 줄 모르고
긴 한숨 머무는 곳마다 얼음침이 박히네

♧ 이어도가 저긴데
-하늘나라 지수에게
한번 가면 오지 않는 이상향이 뭐길래
무장무장 밀려오는 물이랑이 야속해
뒤집힌 파도 언저리 안부 편지면 좋겠네
다가서면 또 그만큼 경계 짓는 수평선
네가 사는 세상을 금기어로 남겨 놓고
유폐를 허락한 바다 달빛만 무량하다

♧ 물장오리
1
해도 달도 놀다가는
거울 하나 있어
고목들 바짝 엎드려
제 모습을 비추고
하늘은 한판 뒤집어
수수께끼 세상을 봐
2
고립무원 혼자라도
뿌리는 잊지 않아
감청 빛 치마폭에
먼 먼 전설을 이어
오늘도 푸른 문장에
물안개 금줄 친다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 (목언예원, 2025)에서
*사진 : 요즘 한창인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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