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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2월호의 시(1)

by 김창집1 2026. 2. 20.

 

♧ 봄 아씨들 – 박대근

 

봄바람이

가지도 건드리고

땅도 꼬집어

산야가 터트린 꽃봉오리는

먼 길 눈초리도 낚아 올린다

 

사람도 건드려

 

출렁거릴 햇살 덕에

얇아진 옷자락 속을 살랑 들춰도

씽긋 웃은 아씨들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 위에 활짝 핀 꽃봉오리

삼신이 돌보시어 핀 꽃

어느 꽃이 이 꽃보다 더 아름다우랴?

 

 

 

♧ 소금 – 김미외

 

소금빵을 바라본다

빵 표면, 바다의 뼈 조각들이 앉아 있다

유골 알갱이 하나를 떼어 혀에 얹는다

군무 그리는 멸치 떼의 날 선 역동이

고요히 오르내리는 갈치 지느러미의

금빛 떨림이 목젖을 긁는다

비탈진 파고 꼭대기에 짓찧던

고래의 물줄기가 싸늘하게 흩어진다

비바람 몰아치는 어둠, 그물 끌어올리는

아버지의 뼛가루가 버석거린다

파도에 몸을 맡겼던 한 생들의 습기가 씹힌다

오늘 하루도 잘살았냐는 질문이 던져지며

피곤으로 안팎 흐물거리는 누추한 몸에

펄쩍 퍼덕임이 튀어 오른다

바다의 생들이 남긴

힘차게 살라는 유언이

심장에 솟구치며 녹는다

 

 

 

♧ 대화 – 김정옥

 

당신이 곁에서 말할 때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멍청하게 앞에 서있는

소나무 몸통만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듬직했으면

생각도 하였습니다

 

당신이 떠난지 오래된

지금

 

당신이 한 말에

철 지난 옷 같은

대답을 합니다

 

그때

따뜻하게 손이라도

잡아줄걸

 

 

 

♧ 가래는 말을 달리고 – 김성중

 

둥글고 길쭉한 가래

강신보 높은 가지에서

떨어질 때 충격으로

두 쪽으로 쪼개지면

어디선가

말 한 마리

히히힝 나타나서

삼인산으로 달려간다

 

 

 

♧ 밥상 – 나병춘

 

밥이야말로

최고의 상일세

밥상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자

어디 있을까

 

뜨거운 밥알이 혀끝에 닿을 때마다

엄니 밥주걱 향기 어렴풋이 번진다

밥상은 늘 웃는 얼굴로

김치와 국을 거느린 폭군

 

그 통치 아래

가만히 손을 모으며

밥 한 숟가락에 하루를 바친다

 

어여쁘고 보드레한

텅 빈 미소

누구의 주름진 눈물인지

누구의 설레는 밥술인지

 

 

                                 *월간 『우리詩』 2월호(통권 제452호)에서

                                   *사진 :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변산바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