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지방
넘어갈 수 없는 강
바라보고만 있어도 젖어오는
내 안의 눈물샘
한나절 낮달로 오래 울었다
계절이 오고 지나가는 길목
노랗게 털머위꽃으로 피어
우리는 언제 저기 물결을 이룰까
햇살 한 줌 가슴에 문지방 이룬다
무엇이라 편지글 보내지 못해도
먼 나라 너의 소식은 고운 꿈자리
매일 밤 바람의 펜으로 긁적거린다
국화꽃 한 다발 영정사진이 웃는다

♧ 편지
사랑하는 나의 아들
엊그제 찾은 묘궁에는
돌담 너머로 달개비꽃이
소롯길을 수놓았더구나
세상은 온통 코로나19이다
침묵으로 너의 길을
묵묵히 간 때는
다행히 전염병 없을 때
매일처럼 어머니는
편지를 쓰기 위해 바다로 온다
한나절 보내다
석양으로 너를 한가슴에 안아
너울로 구르다 파도로 울다
또 그렇게 물보라로 우노라
아들아, 보고 싶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

♧ 월대천에서
오늘도 소리 없이 울었다
목젖과 눈시울이 따끔거리고
해질녘은 더 저물어 간다
그대가 서 있던 곳
잠자리 날갯짓으로 가늘게 떨고
바람 차고 물결 울렁 이는 월대천
벤치에 나앉은 시간
그대 떠나간 자리
아무 말 없다
멈춰버린 생각만이 생즙으로
가슴앓이 나무처럼 크고 있다

♧ 소롯길
저만치서 다가오는
그리움
낮은 돌담 끼고
작은 바람으로 오고 있다
세월의 길목이라고 부르자
손가락 걸던 우리의 약속
능소화 꽃잎 지고
조용히 눈을 감아 본다
지나온 날은 덧없어
안개비 자주 내리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우리 사랑
맨드라미 까만 꽃씨
바람 한 점
마음자리 가슴에 놓고 있다
*강윤심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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