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각시야
하늘과 땅 사이 당신 있네
하늘을 들어올린 당신 있네
당신이 아파 눕거나 엎어지면
하늘과 땅이
부딪칠까 봐 깜짝깜짝 한다네
당신이
홀연히 어디 가버리고 없어지면
세상 무너져 버리고 만다네
당신이 있어야
하늘과 땅 사이
꽃들도 방긋방긋 피는 것이네

♧ 장마 ᄀᆞ리에
느네 어명 죽은 때도 영 마가 들어라. 옷 ᄆᆞᆫ 적져불젠 삼방ᄁᆞ장 비가 삠광, ᄒᆞ꼼 쉬멍이라도 오주마는 그자 ᄒᆞᆫ장읏이 왐시녜
느넨 두린 때라노난 잘 몰를 거여마는, 엿날 막 ᄀᆞ물안 ᄒᆞᆯ 땐 허벅으로 내창물 질어당 밧디 주곡, 느네 어명 잘도 고생ᄒᆞ고 얼먹엇저. 느네 멕이젠 ᄒᆞ난 느량 놈이밧 삭검질 매여뎅인다, 소낭밧디서 솔닙 긁으곡 산이 강 낭 그차당 장이 강 ᄑᆞᆯ곡 ᄒᆞ젠 ᄒᆞ난 ᄒᆞᆫ 시를 못 앚앗저
삼춘, 그만 ᄀᆞᆯ읍서. 경 ᄀᆞᆯ아가난 빗살도 더 커졈수게

♧ 칠순七句이 일순一瞬이다
육중한 적막의 밤 인생을 아느냐는 듯 검은등뻐꾸기 호 호 호 홋 짧은 뜻 남기고 침묵으로 사라진다 이불 속에서 슬쩍 돌아눕자마자 언뜻 일어선 내 쓸쓸한 사념이 얼마큼 살았을까 헤아리려 또 돌아 눕는 순간 검은등뻐꾸기가 남긴 말을 알아냈다 칠순七旬이 일순一瞬이다

♧ 우리 각시
세상에서 제일 고왔지
코스모스 같기도 했고
이따금 장미처럼 피기도 했지
쌓이는 세월에 눌려 주름져도
문득문득
수선화 향기도 났지
이즈막엔
말 못하는 천사 손녀 희연이 대신
이건 코스모스 이건 수선화
저기 장미꽃 피었네 하며
살가운 천사놀이를 하지

♧ 가냐귀
까옥까옥 깍깍
봄날 아척 가냐귀
마당 울타리에서
우리 어멍추룩 웨우른다
못 들은 첵집 ᄆᆞᆼ케던 아이
까악깍 까옥까악
오십 년 지난 이제사
잘 알아들언 확 일어낫주만
갈중이 입고 ᄀᆞᆯ겡이 들럿던
우리 어명은 웃네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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