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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젊은시조문학회 간 '돌돌돌 흘러온 시간'의 시조(3)

by 김창집1 2026. 3. 4.

 

♧ 안과 가는 날 – 허경심

 

4․3 때 큰오빠가 공부하러 떠나던 날

작은 배 갑판 위로 모여든 하얀 꽃잎

해지는 수평선 아래 잔물결로 사라졌다

 

망원경 보여주던 오빠가 보고 싶다

시간의 주름 위로 안약을 넣으시고

어머니, 녹내장 원망하며 손수건을 꺼내서

 

 

 

♧ 변명

 

다소곳한 말로 보수의 문장을

저격했던 나를 반성한다

 

피가 거꾸로 솟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밥과 자유

 

나약한 노래에 침 흘리고

눈물 삼키는 진부함이여

 

쉰 넘어 잔주름도

죄인 듯 부끄러워하는

 

내란도 뇌란으로

손절하는 무지와 몽매

 

비로소 코발트 광산

깊은 굉음이 철퇴를 내리네

 

 

 

♧ 거미줄 – 김선화

 

새벽녘 투명 실선 하늘 끝에 걸리고

숨죽인 바람 따라 가늘게 흔들린다

길 잃은 나방 한 마리 어둠 속에 묶인 채,

 

울음도 삼켜버린 영켜진 매듭 사이

날갯짓 할 때마다 찢겨진 무늬 한 점

그날의 외침 소리가 거미줄에 걸렸다

 

어둠을 몰아내고 틈 사이로 햇살 한 줌

끊어진 자리마다 돋아난 연두 새싹

기억은 거미줄 너머 길을 잇고 있었다

 

 

 

♧ 시월 그녀 – 김미애

 

흰 머리카락이 가쁜 숨을 고르는

한때는 꽃다운 열아홉 그녀였다고

가창골 수몰 현장에 걸음들을 부르고

 

지팡이에 전해오는 고단한 손마디

검버섯 너머로 눈조차 감지 못한 칠십칠 년

발아래 소리에 잠겨 울음들을 토하고

 

‘천기자 이젠 할 말을 다해줘요'

’어느 날 저 하늘로 갈 날만 기다려요'

시월의 구절초 가슴 시린 숨을 삼킨다

 

 

 

♧ 로딩 중입니다 – 조희

 

그곳에 닿고 싶다 수직굴 그 밑바닥

코발트 광석에 핏빛 어린 눈동자

무중력 갱도 안에서 먼지처럼 떠다닌다

 

서리로 엉겨 붙다 바스러진 총소리

토해진 질량만큼 탄피들이 쌓일 때

백일홍 붉은 웜홀을 염원처럼 피우고

 

시간을 거슬러 와 그날 앞에 선 우리

눈물의 DNA 틈 사이로 스며들어

폐광된 코발트 광산 불꽃 되어 흐른다

 

 

              *젊은시조문학회 간 『돌돌돌 흘러온 시간』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