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랑나비
비에 젖은 아침 귤꽃
노랑나비 앉아 있네
얼마나 배고프면 날갯죽지 다 젖을까
안전모
벽돌 나르는
공사판에도 비가 오네

♧ 낙엽의 꿈
70 훌쩍 넘어도
봄이 되어 주지 못했다
낙엽인 건 알겠는데
썩을 줄은 물랐다
올가을
찬 바람 불 때
청귤 아래 삭을 거야

♧ 꽃 진 자리
불두화 꽃 진 자리
하얀 눈이 쌓였구나
꽃 공양으로 모자라
온몸 던져 덕을 쌓네
떨어져
고운 사람도
저리 꽃이 되는 걸까

♧ 금창초
낮추어 피었어도
내 눈 밖에 나는구나
잔디밭
몰래 숨어
보랏빛 그리 고와도
설 자리
그 하나 몰라
잡초 되고 말았다
호미 든 내 앞에서
눈웃음치지 말아
모질게 뽑는 내 맘
너보다 더 파랗다
숨돌려
분에 심으니
눈 흘기는
저 청상靑孀

♧ 감꽃 3
감꽃이 피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떨어지는 게 미덕임을
뼈저리게 배웁니다
매달린
감꽃을 보며
배시시 웃습니다
가난이 뭔지 몰라도
모두 배고픈 어린 시절
감꽃 주워 먹으며
추억으로 배 채웠지
철들어
떨어진 감꽃
보시임을 알았다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6)에서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항신 제주어 시집 '꽃봉오지 베려보라'의 시(8) (0) | 2026.03.10 |
|---|---|
|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9) (0) | 2026.03.09 |
| 월간 '우리詩' 2월호의 시(완) (0) | 2026.03.07 |
| '대정현문학' 2025년 제10호의 시(1) (1) | 2026.03.06 |
| '한라산문학' 제38집의 시(4) (0) | 2026.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