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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8)

by 김창집1 2026. 3. 8.

 

♧ 노랑나비

 

비에 젖은 아침 귤꽃

노랑나비 앉아 있네

 

얼마나 배고프면 날갯죽지 다 젖을까

 

안전모

벽돌 나르는

공사판에도 비가 오네

 

 

 

♧ 낙엽의 꿈

 

70 훌쩍 넘어도

봄이 되어 주지 못했다

낙엽인 건 알겠는데

썩을 줄은 물랐다

올가을

찬 바람 불 때

청귤 아래 삭을 거야

 

 

 

♧ 꽃 진 자리

 

불두화 꽃 진 자리

하얀 눈이 쌓였구나

꽃 공양으로 모자라

온몸 던져 덕을 쌓네

떨어져

고운 사람도

저리 꽃이 되는 걸까

 

 

 

♧ 금창초

 

낮추어 피었어도

내 눈 밖에 나는구나

잔디밭

몰래 숨어

보랏빛 그리 고와도

설 자리

그 하나 몰라

잡초 되고 말았다

 

호미 든 내 앞에서

눈웃음치지 말아

모질게 뽑는 내 맘

너보다 더 파랗다

숨돌려

분에 심으니

눈 흘기는

저 청상靑孀

 

 

 

♧ 감꽃 3

 

감꽃이 피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떨어지는 게 미덕임을

뼈저리게 배웁니다

매달린

감꽃을 보며

배시시 웃습니다

 

가난이 뭔지 몰라도

모두 배고픈 어린 시절

감꽃 주워 먹으며

추억으로 배 채웠지

철들어

떨어진 감꽃

보시임을 알았다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