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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9)

by 김창집1 2026. 3. 9.

 

♧ 갈매기가 가는 곳

 

  새들은 저 하늘 빈 곳을 날고 있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모른 채 하늘을 향해 무조건 날아보는 거다

  국경을 넘어도 누가 간섭하지 않는 새들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절벽을 쪼아 끝없이 겨울을 여는 갈매기의 하루는 아름답다. 희고 눈부신 비상 앞에서 절벽은 스스로 그의 자세를 허물고 있고 새는 어두운, 하늘을 들이마시면서, 바다 위를 날고 쉬지도 않고 험한 바다의 먼길을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갈매기도 나와 같은 아픔이 있을까 바다에 앉을 자리 없는 갈매기가 항해하는 선박의 마스터에 앉자 잠시 쉬고 메말라 가는 시공의 좁은 올가미! 속에서 다시 솟구쳐 소중히 날개 펴는 명경을 보면 눈짓으로 고향 향해 울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 인연 따라 살다 보면

 

부모를 만나 자식이 되고

남편을 만나 아내가 되고

자식을 만나 어머니가 되는 것이며

 

버스를 타면 승객이 되고

물건을 사러 가면 손님이 되고

나라는 존재는 역할에 따라 나타날 뿐

 

누에가 제 입에서 나온 실로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 갇히듯 내가 일으킨 생각에

자신을 구속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생겨나고

인연이 다하면 소멸해 버리는 실체가 아닌

현상적인 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 원래 하나인 것을

 

우주는 공간적으로 하나이며

시간적으로 하나이다

 

차별적인 모든 현상은

중생들의 업식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분별 되고 느껴질 뿐이다

 

우주가 하나이고 시공이 하나이면

너와 나의 분별이 없어져야 한다

 

다가오는 모든 고난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안다면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삶이 열린다.

 

 

 

♧ 인연법

 

사람이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 없다

내가 지은 것은 내가 받는다. 는 마음으로

기꺼이 주어진 과보를 맞이하자

 

재앙이 다가오면 그것은 그동안 진 빚을

내가 지은 인연의 결과로 받아들이며

갚는 좋은 기회로 삼아 다행이라 생각하자

 

남이 나를 욕할 때 그게 복임을 알고

남이 나를 칭찬할 때 재앙이 됨을 안다면

나를 미워하고 욕한다고 착한 마음을 낼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세세생생 켜켜이 쌓인 온갖 업장임을 알고

오늘 이 고통이 업장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 내 것은 없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 세상의 만물은

  본래 누구의 것이 아니며 다만 거기에 존재할 뿐이다

  알지만 버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젖은 습기 때문에 몸에 밴 버릇을 뿌리 뽑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만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자기 생각에서 벗어나 무아의 이치를 터득하면

  지금 숱한 망념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 거다

 

  오고 감이 없는 경지 취하고 버림이 없는 경지 이런 경지에 이르면 인연과 상관없이 하나로 고정되어

불변하는 성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연익 세 번째 시집 『노을을 붙잡고』 (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