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섬 제주어시집 '오막오막'의 시(7)

by 김창집1 2026. 3. 11.

[콩]

 

♧ 콩국

 

콩국은 ᄒᆞᆫ시

ᄒᆞᆫ시가 웃음이 뒈곡

울음도 뒈곡

 

물 궤민 거씬 개여 논 콩가루 놓곡

콩물 궤민 거씬 채 썬 ᄂᆞᆷ삐영 ᄂᆞ물 놓곡

ᄒᆞᆫ 번 더 궤는 ᄀᆞ리에 거씬 소곰 들이치민

몽글몽글 마술이 일어나주

 

두껑 더끄지 말곡

눈 떼지 말앙 직ᄒᆞ여사

ᄀᆞ리를 못 맞추민 괄락

ᄒᆞᆫ시에 부끼불어

무시거나 맛좋젠 ᄒᆞ민 멩심ᄒᆞ여사주

멩심ᄒᆞ민 멩심 덕이 싯넨 ᄒᆞ여시난

 

 

 

♣ 콩국

 

콩국은 순간

순간이 웃음이 되고

울음도 되고

 

물 끓으면 얼른 개어 놓은 콩가루 넣고

콩물 끓으면 얼른 채 썬 무랑 배추 넣고

한 번 더 끓는 순간 얼른 소금 집어넣으면

몽글몽글 마술이 일어나지

 

뚜껑 덮지 말고

눈 뗴지 말고 지켜서야

때를 못 맞추면 괄락

삽시간에 넘쳐버려

 

무엇이든 맛있으려면 명심해야지

명심하면 명심 덕이 있다 하였으니

 

 

 

♧ 돔베궤기

 

경 벨 거 다 놓으멍 복잡ᄒᆞ게 안ᄒᆞ여

거믄 도세기궤기를 궤는 물에 들이청

아쓱 끌령 궂인 거 ᄏᆞᄏᆞᆯ이 싯어놓아동

소금 놓곡 약풀 이시민 약풀도 ᄒᆞ썰 놓앙 앚져

차 ᄒᆞᆫ 찬 마셤시민 ᄉᆞᆱ아진 내음살이 나갈 거라

 

그 다음이 중요ᄒᆞ주

불은 꺼도 두껑은 욜지 말앙

ᄒᆞᆫ 시간 넘게 고만히 놓아둠서 틈재우는 거라

경ᄒᆞ여사 궤기 맛이 짚어지주

 

그릇치레 ᄒᆞᆯ 거 어시

돔베에 납실납실 썰엉 돔베추렴* ᄒᆞ는 거

요지금은 경ᄒᆞᆫ 게 또시 ᄒᆞᆫ 멋이렌 ᄒᆞ데

 

요세 아이덜은 젓갈 쌈장에 ᄌᆞᆨ아 먹주마는

삼춘덜은 장물에 톡 ᄌᆞᆨ아 먹나

그자 ᄃᆞ투명 먹당보민 ᄒᆞ나 죽어도 몰르주

거믄 도세기 추렴ᄒᆞ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 퉤영

아이덜도 ᄂᆞᆯ개 ᄃᆞᆯ앙 퀴어뎅겨시난

 

---

*돔베추렴 :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에 썰면서 바로 나눠 먹는 일.

 

 

 

♣ 돔베고기

 

그리 별 거 다 넣으며 복잡하게 안 해

검은 돼지고기를 끓는 물에 집어넣어

잠깐 끓여 궂은 거 깨끗이 씻어놓아 두고

소금 넣고 약초 있으면 약초도 조금 넣어 안쳐

차 한 잔 마시고 있으면 삶아진 냄새가 나갈 거야

 

그 다음이 중요하지

불은 끄지만 뚜껑은 열지 말고

한 시간 넘게 가만히 놓아둔 채 뜸을 들이는 거야

그래야 고기 맛이 깊어지지

 

그릇치레 할 거 없이

도마에 납작납작 썰어 돔베추렴 하는 거야

요즘은 그런 게 또 한 멋이라 하데

 

요새 아이들은 젓갈 쌈장에 찍어 먹지만

삼춘들은 간장에 톡 찍어 먹어

그저 다투며 먹다보면 하나 죽이도 모르지

 

검은 돼지 추렴하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 되어

아이들도 날개 달아 뛰어다녔으니

 

 

[고사리]

 

♧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육개장은

도세기 ᄉᆞᆯ믄 물 데껴불지 안ᄒᆞ영 끌리는 거라

 

궤기 ᄉᆞᆯ믄 물에 고사리 하영 썰어놓곡

ᄉᆞᆯ믄 궤기도 ᄒᆞ썰 ᄌᆞᆷ질게 썰어놩

오래 궤우당 모ᄆᆞᆯᄀᆞ루 타놓곡 ᄒᆞ영

푸달푸달ᄒᆞ게 끌리는 거주

 

술안주로도 좋곡

섭섭ᄒᆞᆯ 때 ᄒᆞᆫ 사발 먹으민 요기도 뒈여

 

빗난 쉐궤기 엇어도

ᄒᆞ나도 섭섭ᄒᆞ지 안ᄒᆞ영

푸지근ᄒᆞ고 든든ᄒᆞ여시난

 

욥집 손지덜은 할망 죽어브난

고사리 육개장도 엇어졋덴

어명은 무사 못멩글암시녠

잊일 만ᄒᆞ민 붕진붕진ᄒᆞ염젠

 

 

 

♣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육개장은

돼지 삶은 물 버리지 않고 끌리는 거라

 

고기 삶은 물에 고사리 잔뜩 썰어놓고

삶은 고기도 좀 잘게 썰어놔

오래 끓이다 메밀가루 풀어놓고 해서

되직하게 끓이는 거지

 

술안주로도 좋고

출출할 때 한 그릇 먹으면 요기도 돼

 

비싼 쇠고기 없어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고

푸짐하고 든든하였지

 

옆집 손자들은 할머니 돌아가시니

고사리 육개장도 사라졌다고

엄마는 왜 못 만드느냐고

잊을 만하면 투덜투덜한다네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

 

[고사리 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