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콩국
콩국은 ᄒᆞᆫ시
ᄒᆞᆫ시가 웃음이 뒈곡
울음도 뒈곡
물 궤민 거씬 개여 논 콩가루 놓곡
콩물 궤민 거씬 채 썬 ᄂᆞᆷ삐영 ᄂᆞ물 놓곡
ᄒᆞᆫ 번 더 궤는 ᄀᆞ리에 거씬 소곰 들이치민
몽글몽글 마술이 일어나주
두껑 더끄지 말곡
눈 떼지 말앙 직ᄒᆞ여사
ᄀᆞ리를 못 맞추민 괄락
ᄒᆞᆫ시에 부끼불어
무시거나 맛좋젠 ᄒᆞ민 멩심ᄒᆞ여사주
멩심ᄒᆞ민 멩심 덕이 싯넨 ᄒᆞ여시난

♣ 콩국
콩국은 순간
순간이 웃음이 되고
울음도 되고
물 끓으면 얼른 개어 놓은 콩가루 넣고
콩물 끓으면 얼른 채 썬 무랑 배추 넣고
한 번 더 끓는 순간 얼른 소금 집어넣으면
몽글몽글 마술이 일어나지
뚜껑 덮지 말고
눈 뗴지 말고 지켜서야
때를 못 맞추면 괄락
삽시간에 넘쳐버려
무엇이든 맛있으려면 명심해야지
명심하면 명심 덕이 있다 하였으니

♧ 돔베궤기
경 벨 거 다 놓으멍 복잡ᄒᆞ게 안ᄒᆞ여
거믄 도세기궤기를 궤는 물에 들이청
아쓱 끌령 궂인 거 ᄏᆞᄏᆞᆯ이 싯어놓아동
소금 놓곡 약풀 이시민 약풀도 ᄒᆞ썰 놓앙 앚져
차 ᄒᆞᆫ 찬 마셤시민 ᄉᆞᆱ아진 내음살이 나갈 거라
그 다음이 중요ᄒᆞ주
불은 꺼도 두껑은 욜지 말앙
ᄒᆞᆫ 시간 넘게 고만히 놓아둠서 틈재우는 거라
경ᄒᆞ여사 궤기 맛이 짚어지주
그릇치레 ᄒᆞᆯ 거 어시
돔베에 납실납실 썰엉 돔베추렴* ᄒᆞ는 거
요지금은 경ᄒᆞᆫ 게 또시 ᄒᆞᆫ 멋이렌 ᄒᆞ데
요세 아이덜은 젓갈 쌈장에 ᄌᆞᆨ아 먹주마는
삼춘덜은 장물에 톡 ᄌᆞᆨ아 먹나
그자 ᄃᆞ투명 먹당보민 ᄒᆞ나 죽어도 몰르주
거믄 도세기 추렴ᄒᆞ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 퉤영
아이덜도 ᄂᆞᆯ개 ᄃᆞᆯ앙 퀴어뎅겨시난
---
*돔베추렴 :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에 썰면서 바로 나눠 먹는 일.

♣ 돔베고기
그리 별 거 다 넣으며 복잡하게 안 해
검은 돼지고기를 끓는 물에 집어넣어
잠깐 끓여 궂은 거 깨끗이 씻어놓아 두고
소금 넣고 약초 있으면 약초도 조금 넣어 안쳐
차 한 잔 마시고 있으면 삶아진 냄새가 나갈 거야
그 다음이 중요하지
불은 끄지만 뚜껑은 열지 말고
한 시간 넘게 가만히 놓아둔 채 뜸을 들이는 거야
그래야 고기 맛이 깊어지지
그릇치레 할 거 없이
도마에 납작납작 썰어 돔베추렴 하는 거야
요즘은 그런 게 또 한 멋이라 하데
요새 아이들은 젓갈 쌈장에 찍어 먹지만
삼춘들은 간장에 톡 찍어 먹어
그저 다투며 먹다보면 하나 죽이도 모르지
검은 돼지 추렴하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 되어
아이들도 날개 달아 뛰어다녔으니

♧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육개장은
도세기 ᄉᆞᆯ믄 물 데껴불지 안ᄒᆞ영 끌리는 거라
궤기 ᄉᆞᆯ믄 물에 고사리 하영 썰어놓곡
ᄉᆞᆯ믄 궤기도 ᄒᆞ썰 ᄌᆞᆷ질게 썰어놩
오래 궤우당 모ᄆᆞᆯᄀᆞ루 타놓곡 ᄒᆞ영
푸달푸달ᄒᆞ게 끌리는 거주
술안주로도 좋곡
섭섭ᄒᆞᆯ 때 ᄒᆞᆫ 사발 먹으민 요기도 뒈여
빗난 쉐궤기 엇어도
ᄒᆞ나도 섭섭ᄒᆞ지 안ᄒᆞ영
푸지근ᄒᆞ고 든든ᄒᆞ여시난
욥집 손지덜은 할망 죽어브난
고사리 육개장도 엇어졋덴
어명은 무사 못멩글암시녠
잊일 만ᄒᆞ민 붕진붕진ᄒᆞ염젠

♣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육개장은
돼지 삶은 물 버리지 않고 끌리는 거라
고기 삶은 물에 고사리 잔뜩 썰어놓고
삶은 고기도 좀 잘게 썰어놔
오래 끓이다 메밀가루 풀어놓고 해서
되직하게 끓이는 거지
술안주로도 좋고
출출할 때 한 그릇 먹으면 요기도 돼
비싼 쇠고기 없어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고
푸짐하고 든든하였지
옆집 손자들은 할머니 돌아가시니
고사리 육개장도 사라졌다고
엄마는 왜 못 만드느냐고
잊을 만하면 투덜투덜한다네
*김섬 제주어 시집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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