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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창화 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3)

by 김창집1 2026. 3. 14.

 

♧ 봄 아가씨

 

입춘 날 찾아온다는 소식 들은 지

보름을 넘겼건만

봄은 아직도 먼 길에서 바장이며

오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해바라기처럼

까닭 없이 그리움만 더해갈 뿐

 

유리창 밖 나무들은

아직도 겨울잠인 채 차가움에 떨고 있다.

 

기다리네,

산수유의 샛노란 미소가 번질 때면

그간 굳었던 산골 물소리 청량하고

새 청포 잎 입은 봄 아가씨

고운 햇살 품고

우리들 곁으로 사랑처럼 다가올 것임을.

 

 

 

♧ 산 노루와 함께

 

하트 모양의 하얀 궁둥이서

5월 연둣빛 햇살이 반사되네.

 

한라수목원 괭이오름*에 터 잡은 저들

곁의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네.

 

수노루의 짝사랑 찾는 소리

아마도 저들끼리 그 옛적 우리네

호모사피엔스의 언어가 있음직하다

 

봄 햇살 환한 날

내 마음은 노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낙원의 정원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세속을 떠난 신선과도 같은 착각에

환상의 여유를 부리는 길손이 되네,

 

---

*괭이오름 : 한라수목원 안의 낮은 산.

*오름길 : 산등성이 오솔길.

 

 

 

♧ 나비를 쫓아다니던 그 소년은

 

이제는 환상처럼 떠오르는

어느 적부터 생긴

오솔길 따라

꽃 덤불 자자한 고향의 봄 들판

가파른 문명의 세태에 잠겨든

농촌 들녘풍경은

오직 그 시절 기억에서만 맴도는

끝끝내 기록되지 않는 존재일 뿐

 

하 세월 흘러도 들판 흐르는 남풍에

하늘대는 채소밭 이랑엔

그때나 이제나

변함이 없는데

나비를 쫓아다니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아롱아롱 기억서린 고향 들판엔

하 세월 머리에 인 그가 서 있네.

 

 

 

 초록세상과 나비

 

혼자서 걷는 5월의 숲길

심오한 사색이

연초록에 머물고

 

초록 세상 만발한 들꽃 천지에서

나비의 자유로운 세상을 생각하네,

 

때로는 솔바람 불어와 나비는

간당간당 흔들리는 꽃잎에 앉아

또 다른 꽃을 찾기에 분주하다

 

초록에 물든 내 마음

삶의 산수 다 접은 나비가 되어

꽃 세상천지에서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픈.

 

 

 

 산중 오솔길 거닐며

 

장송 그늘에 수줍은 듯 누운

원당봉 산책의 숲길

그윽하게 다가온 솔 향이

정다운 연인처럼

몰아쉬는 심호흡을 다독이네,

 

봄 하늘은 푸르고 멀기만 하여

장송가지에 걸린 토막 난 쪽빛

바다가 호수 같아라,

 

가슴속 밀려드는 산새들 노래

은발 날리는 낡은 청춘이

봄볕에 부푼 가슴 어쩔 수 없어

그 옛날이 오늘인 듯

내 마음은

사랑 찾아 노래하는 산새이고 싶네.

 

 

                         *김창화 제5시집 『섬의 아우성』 (춘강출판,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