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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바다는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9)

by 김창집1 2026. 3. 30.

 

♧ 노래하는 시인 김민기

 

부르긴 너무 힘들어 듣기만 하는 노래

들을수록 울림이 있고 가슴 저리게 하는

봉우리 낮은 봉우리를 아침부터 종일 듣는다

 

기지촌 늙은 군인 공장의 불빛까지

버려진 평범함과 볕 안 드는 마을 안 길

눈 촉촉 걸어가는 노래 그 눈물로 쓰는 시

서슬 퍼런 10월 유신 상록수를 홀로 심고

어두운 하늘에도 아침이슬 내려왔다

골목길 돌아보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눈 시린 가을 아침 기다림이 여물 무렵

고은의 가을 편지 우표 없이 내게 왔다

봉투를 와락 찢으니 발신인은 김민기

 

그대만 땅 아래서 숨죽여 울었겠나

나도 울었지만 뜨거움이 없었다

기르던 백구까지 되살려 누구를 항해 짖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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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쓰고 한 달도 되기 전에 김민기 선생이 돌아가셨다. 삼가 옷깃을 여미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소리도 보인다

 

해 뜨고 별도 지네

시간이 보인다

 

감나무잎 흔들리네

바람도 보인다

 

사랑해!

흠칫 놀라 돌아선

아, 소리도 보인다

 

 

 

♧ 그날은 언제

 

슬픔을

고치려면

목놓아 울어야 한다

기쁨이

활짝 피려면

숨죽여 울어야 한다

눈물은

메마른 가슴

나무까지 자라게 한다

 

 

 

♧ 그날은 언제

 

어려움을 보면서도

아픔을 늘 들어도

하늘과 땅보다

어쩌면 더 먼

거리

머리와 가슴 사이는

어떤 다리 놓아야 할까

 

그 다리를 매일 건너

가슴이 뛰면 뭐 해

두 손까지 가는

거리

두 발로 뛰는

거리

그곳에

다리를 놓아

다가설 날은 언제

 

 

 

♧ 젊은 그대에게

 

그윽한 고려청자도

한 줌 흙으로

빚었느니

서두르지 말라

너는 아직 마른 흙

도공은

물 부어 저으며

물빛 연적硯滴 그릴 걸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