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래하는 시인 김민기
부르긴 너무 힘들어 듣기만 하는 노래
들을수록 울림이 있고 가슴 저리게 하는
봉우리 낮은 봉우리를 아침부터 종일 듣는다
기지촌 늙은 군인 공장의 불빛까지
버려진 평범함과 볕 안 드는 마을 안 길
눈 촉촉 걸어가는 노래 그 눈물로 쓰는 시
서슬 퍼런 10월 유신 상록수를 홀로 심고
어두운 하늘에도 아침이슬 내려왔다
골목길 돌아보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눈 시린 가을 아침 기다림이 여물 무렵
고은의 가을 편지 우표 없이 내게 왔다
봉투를 와락 찢으니 발신인은 김민기
그대만 땅 아래서 숨죽여 울었겠나
나도 울었지만 뜨거움이 없었다
기르던 백구까지 되살려 누구를 항해 짖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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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쓰고 한 달도 되기 전에 김민기 선생이 돌아가셨다. 삼가 옷깃을 여미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소리도 보인다
해 뜨고 별도 지네
시간이 보인다
감나무잎 흔들리네
바람도 보인다
사랑해!
흠칫 놀라 돌아선
아, 소리도 보인다

♧ 그날은 언제
슬픔을
고치려면
목놓아 울어야 한다
기쁨이
활짝 피려면
숨죽여 울어야 한다
눈물은
메마른 가슴
나무까지 자라게 한다

♧ 그날은 언제
어려움을 보면서도
아픔을 늘 들어도
하늘과 땅보다
어쩌면 더 먼
거리
머리와 가슴 사이는
어떤 다리 놓아야 할까
그 다리를 매일 건너
가슴이 뛰면 뭐 해
두 손까지 가는
거리
두 발로 뛰는
거리
그곳에
다리를 놓아
다가설 날은 언제

♧ 젊은 그대에게
그윽한 고려청자도
한 줌 흙으로
빚었느니
서두르지 말라
너는 아직 마른 흙
도공은
물 부어 저으며
물빛 연적硯滴 그릴 걸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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