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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10)

by 김창집1 2026. 4. 1.

 

♧ 물과 같이 삽시다

 

  물은 언제 어느 때라도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우리 세상살이도 그처럼 조건과 시간과 공간에 맞게 인연을 만들 때 거기에 진정한 자유가 있다

 

  목이 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배고픈 이에게 밥을 주고 몸이 아픈 자에게 약을 주고 중생의 요구에 수순할 때 걸림이 없는 자유에 이르게 된다

 

  미혹을 깨치고 지혜의 눈을 떠야 이 세상의 모습을 존재하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무지에서 깨어나 이 괴로움이 환상이라는 것을 깨치면 세상 무엇도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가 지대한 하나의 바다인 것 같아도 순간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크고 작은 파도가 무수히 존재한다

 

 

 

♧ 오늘만 생각하며

 

한눈팔 틈 없는 시간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바로 오늘 이 시간 최선을 다하면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과거의 마음을 찾으려 하나 찾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구하려고 하나 구할 수 없고

미래의 마음 또한 얻을 수 없다

 

미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시간이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미래를 가지고

근심 걱정하며 두려워하지 마시라

 

이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대로 흘러가고

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이라는 순환의 이치로

오늘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 나를 벗어나야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나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도 내 인생이다

  나의 모든 시간이 소중한 내 인생의 일부임을 알고 순간 순간 기쁨을 누리며 사는 지혜가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마음속의 시비 분별로 깨끗함과 더러움, 추함과 아름다움, 좋고 싫음, 옳고 그름, 신성함과 천함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어지러운 차별 상으로 세상을 본다

 

  내 마음속에 있는 어리석은 관념의 두꺼운 벽이 무너지면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여하게 다가온다

  정말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기가 꽉 움켜쥐고 있는 자기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

 

 

 

♧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이란

지었다가 피어나는 꽃과 같은 것

죽어야 태어나는 것임을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본능

해어져야 하는 이별의 아픔 때문이겠지

 

바람은 허공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문이 없는 하늘을 마음껏 드나드는

자유로움의 이치를 그대는 아는가

 

항상 변하지 않고 고요해지려는

인간에게 바람은 깨어나라고

깨워주고 가는 것이다.

 

 

 

♧ 무아無我

 

태어날 때 아는 게 없고

엄마 아빠다 하고 알게 되며

밖에서부터 알게 되는 것이고

밖에서 온 것이 주인 노릇을 한다

 

무아란 나를 잊는 일이며

나라는 관념이 마음속에 없는 것이며

남을 위하는 일이라면

자기를 돌보지 않고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내 마음이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노예로 살며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잡을 수 없는 것에

많은 마음을 빼앗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강연익 세 번째 시집 『노을을 붙잡고』 (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