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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창화 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4)

by 김창집1 2026. 4. 7.

 

♧ 찔레꽃 연민

 

5월의 봄 동산

햇살은

그 옛날 산골 소녀다운

하얀 미소의 찔레꽃에 들러붙는다.

 

너의 방긋한 미소에 홀리어

꽃잎을 따먹던

까까머리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눈을 감으면 아른거림으로

엮여내는

추억의 새끼줄

은발의 연륜에도 네 앞에 서면

그 때의 동심으로 돌아가기만 하는.

 

 

 

♧ 그 소리 그 풍경들은

 

아직도 하얀 옷의 한라영봉은

겨울 반 봄 반인 설익은 봄

그러나 복사꽃 피워놓은 들판엔

봄 햇살 자자한데

 

온통 풀 내음 널어놓은 3월 들녘에

메아리치는 자운영 밭

목메기 엄마 찾는 정다운 그 소리

 

농로 갓길의 노랑 민들레로 번지는

환한 햇살은 변함이 없는데

마치 전설 속 옛 얘기 같은

농촌 들녘의 그 소리 그 풍경은

다만 기억에서만 맴돌고 있을 뿐.

 

 

 

♧ 6월의 숲길을 걸으며

 

초여름 찬란한 풍경 속

귓가엔

푸른 잎사귀들 뺨 비비는

소리가 아른아른 들려오네,

 

수목들은 햇살 내리는

명암 속에서

더욱 선명한 빛을 발하며

생명의 영혼을 누리고 있다

 

마음은 산 중의 우직한

바위가 되어 틈새 흐르는

계곡 물소리 벗 삼아

6월의 푸른 숲에

스스로 도취되고 싶은.

 

 

 

♧ 봉선화 연정

 

얇디 얇은 연분홍 꽃잎은

여름날 된 볕이

그리도 반가웠던 것이었다.

 

다소곳한 마음속 숨겨둔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양

산들바람이 스쳐가도 잠자코 흔들리며 하늘대는 미소가

조용히 고백하는 연인의 속삭임인 것만 같아

 

어느새 여름 가면

화려했던 저 가녀린 꽃잎이

섭섭하게도 삭풍에 낙화로 날리면

아름답고 다채롭던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도

계절 따라 너처럼

한없이 날리는 낙화 되겠지,

 

 

 

♧ 애월에 가면 7

 

흰머리 지금이나 어렸을 적에도 마을 뒷산

고내봉에 오르면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수평선 저쪽 청잣빛 큰 관탈과 작은 관탈이

장송들 사이로 오롯하게 다가오고

 

장송 숲 어딘가에서 다문다문 들려오는

까투리 찾아 부르는 장끼의 짝사랑 노래

 

햇살 환한 숲 나뭇가지에 앉아 쉬는

산새들 노래처럼 쪽빛 바다 해녀들 숨비소리

 

남풍에 흐르는 푸른 하늘 흰 구름 마냥

해변에 부서지는 쪽빛 바다의 물너울들.

 

살면서… 호흡이 가쁘도록 살아가면서

등 너머로 찬바람이 밀어닥칠 때도

애월에 가면

마음속 잃어버린 서정을 찾을 수 있다네.

 

 

                  *김창화 제5시집 『섬의 아우성』 (춘강출판,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