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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12월호의 시(1)

by 김창집1 2023. 12. 15.

 

 

송가 여국현

    -시낭송가에게

 

 

시는 노래다

소리 내어 불러 주어야

비로소 훨훨 날아가는 날개 달린 음악이다

 

시는 향기다

사랑으로 품고 사랑으로 풀어

포근하게 세상 감싸는 향긋한 바람이다

 

시는 우주다

풀씨 하나로 울창한 숲을 키우고

말씨 하나로 세상을 하나 되게 하는 신비한 세계다

 

시는 사랑이다

캄캄한 어둠 속 마음 길을 밝혀

사람을 사람에게 이어주는 단 하나의 길이다

 

노래고

향기며

우주고

사랑인 시를

시인보다 정성들여 사랑으로 품어 안고

세상 하나뿐인 아름다운 목소리에 고이 실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대

아름다운 향기인이여!

 

그대로 인해 시는

바람처럼 춤추는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그대로 인해 시는

사람 세상 가득 퍼지는 꽃향기가 되는구나

 

바람처럼

햇살처럼

달빛처럼

음악처럼

향기 되고 노래 되어

온 세상 가득하리라

 

시여

사랑이여

시의 전령이여!

 

 

 

 

천하호걸 임보

 

 

설산雪山은 후원後園이고

광양廣野는 텃밭이라

 

장강長江에 발을 씻고

심해深海에서 고래를 낚다

 

일월日月을 등롱燈籠 삼아서

성신星辰은 헤적이도다

 

 

 

 

추수秋收 - 정순영

 

 

누렇게 물드는

논틀길을 걸어가며

여물어 고개 숙이는 벼만 보아도 고맙다

 

순종하는 자에게

축복하는 것이다

 

만드신 이가

고난의 들판에서

따사로운 햇살로 알곡을 거둘 것이다

 

 

 

 

권순자

 

 

발들이 지나간다

눈발을 공굴리는 발들

 

시간이 지나간다

추억을 다지는 시간들

 

그리워 타오르던 갈증의 나날

눈발로 흩어져

서늘해지는 계절

 

눈물에도 근육이 생기는지

슬픔이 마모되면

별빛으로 아득해져

 

끝없이 날리는

어둠 속 사랑

 

조용히 외치며

눈발이 흩날리는데.

 

 

 

 

귀뚜라미 위인환

 

 

석순같이 가난한 덧살을 갈아 내면

별은 독촉장처럼 떨어진다

먹물처럼 번져가는 빚

전화기 불빛은 불야성 같아서

별처럼 반짝이는 불면의 밤

도둑고양이 눈처럼 번득인

용접 불빛 같은 대출금은 눈병을 낳았다

알람은 범종처럼 울었고 나는

서리 맞은 풍경처럼 떨었던

늦가을 알밤 떨어질 때 귀뚜라미 울어

화롯불에 익어가는 가을밤

타닥대고 있다.

 

 

                   *월간 우리12월호(통권 제42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