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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창화 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5)

by 김창집1 2026. 4. 23.

 

♧ 여름 해변의 낭만

 

백중사리 만조의 남실대는

쪽빛 바닷물에 철부지마냥

몸을 담그면

머릿속은

세속을 떠난 것 마냥

한가로움으로 몰입된다

 

시방 나의 시간은 따가운 햇살 속

눈부시게 반사되는

하얀 모래사장에서

원시 천국의 푸른 청춘마냥

오직 실오라기

하나만을 걸친

문명 세계의 아담이 되네.

 

 

 

♧ 오직 초록처럼

 

한여름 산책의 오솔길

발걸음은

세속을 떠난 마음인양

심오한 사색이

진초록 중심에서 흐르고

 

때로는 시원하게

때로는 어둑하게

도도하게 넘치는 초록빛 세상

초록으로 물든 마음이

초록 세상에 빠져

어쩌면 실바람에

하늘대는 초록 잎이고픈…

 

 

 

♧ 모슬포 들판 길을 가며

 

운진항에서 송악산까지 해안 길

섬의 서쪽 국토 최남단의 국도

 

초여름 햇살이 하얗게 내리붓는

청무우 밭 저 너머 청춘의 설렘처럼

남실남실 밀려드는 남색의 바다

 

벌써 해변둔치에서 납량의

청춘을 즐기는 푸르기만 한 저들

 

이는 햇살의 주는 축복이다

내 안에도 여름이 다가들었고

마음은 산들바람이 되어

수채화와도 같은 진 녹의 무밭과

남색의 바다 위를 가없이 출렁이고픈.

 

 

 

♧ 어느 여름날의 오후

 

어디선가 청개구리 해맑은 울음이

여울질 것만 같은 한여름의 대낮

 

진초록 대지엔 입추를 맞은 배롱나무가 윤기진 몸에

백일홍 꽃을 피워 가을을 부르고 있다지만 아직은

참매미 절창이 온 누리에 번지는 하양 햇살의 세상

 

피곤처럼 나른한 오후

골목길 번지는

참외장사 트럭의 확성기 소리

아른아른 들릴 듯 말 듯

마음 한구석 한여름이 여울지며

가을로 흐르는 소리.

 

 

 

♧ 한여름 텃밭엔

 

봄비내린 4월의 어느 날

마당 텃밭에 5개의 오이 모종을 심어

줄 매어 아름 쓸며 기웠더니

밤새 바알발 하늘로 기어오르는

야물 찬 노동의 한창이다

 

6월의 대낮에 뜨거운 해님과

시원스런 밤에는

별님과 달님을 그리는 사모의 정은

늘 을 향하지만

그러나 하늘까지는 너무 멀고멀어

 

그 사모의 정을 물관에 담뿍 담아

해님과 달빛 그리고 별빛이 스민

초록오이를 주렁주렁 매달아

기쁨인 듯 자랑인 듯

이른 아침 산들바람에 그네를 태우자

초록빛깔과 함께

몸집 기우는 소리가 사방으로 번진다.

 

 

                               *김창화 시집 『섬의 아우성』 (춘강출판,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