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박 탕쉬
제주토종호박은 ᄄᆞ난 호박덜 ᄀᆞ치
떡 벌어지게 크지 안ᄒᆞ여
오도낫ᄒᆞ게 ㅁ고 ᄃᆞᆫᄃᆞᆫᄒᆞ주
하간 호박덜 모시딱이 먹어보앗주마는
제주토종호박추룩 맛존 호박이 어서
모이명도 까실락ᄒᆞ지 안ᄒᆞ고
ᄃᆞᆯ코롬ᄒᆞ명 조름에 오는 맛이 짚어
호박 익어가민 어가라 탕
숭덩숭덩 썰엉 소금만 ᄉᆞᆯ짝 뿌령
물 ᄒᆞ썰만 놩 마직ᄒᆞ게 ᄉᆞᆱ아
물락ᄒᆞ민 안뒈곡 설어도 안뒈곡
마직 ᄒᆞ게 ᄉᆞᆱ는 게 젤로 어렵주
잘 ᄉᆞᆱ기만 ᄒᆞ민
ᄎᆞᆷ지름에 꿰만 삐어놓아도 맛좋아
게난 추석 탕쉬로 호박 탕쉬를 ᄒᆞ는 거주
호박꼿 족도리로 써그네
애기 호박 ᄃᆞᆯ아진 거 베려봐봐
저거추룩 곱닥ᄒᆞᆫ 것이 또 이시카

♧ 호박 나물
제주토종호박은 다른 호박들처럼
떡 벌어지게 크지 않아
얌전하게 옹골차고 단단하지
갖은 호박 다 먹이보았지만
제주토종호박처럼 맛있는 호박이 없어
메지면서도 퍽퍽하지 않고
달콤하면서 뒤에 오는 맛이 깊어
호박 익어 가면 제때 따서
숭덩숭덩 썰어 소금만 살짝 뿌려
물 조금만 놓고 맞춤하게 삶아
물컹하면 안 되고 설어도 안 되고
맞춤하게 삶는 게 최고로 어렵지
잘 삶기만 하면
참기름에 깨만 뿌려도 맛있어
그러니 추석 나물로 호박 나물을 하는 거지
호박꽃 족두리로 쓰고
애기 호박 달린 거 좀 봐봐
저리 고운 게 또 있을까

♧ 청묵
잔칫상에 하간 음식이 ᄀᆞ득ᄒᆞ여도
ᄆᆞᆫ첨 손이 가는 건 청묵이주에
산도록ᄒᆞ게 ᄒᆞᆫ입 ᄉᆞᆷ져야
ᄄᆞ난 음식덜도 ᄉᆞᆯ펴지난에
제사 때도 청묵 해놓으민
잘 ᄎᆞ렷덴 칭찬 들읍니께
손님덜도 좋아ᄒᆞ주마는
핑계에 우리도 먹젠
손을 부찌는 거주에
ᄆᆞ밀 ᄃᆞᆼ갓당 끗어시 무르줴영`
즙빠는 게 어렵곡
눌어 불민 안 뒈난
끗도 어시 젓는 게 심들어예
꿰쟁이덜은 어떵ᄒᆞ당
쉬웁게 ᄒᆞ는 법을 튼내기도 ᄒᆞᆸ니께
즙빠는 건 ᄃᆞᆼ갓당 쥬서기에
물만 잘 맞췅 내리민 신통방통
즙 ᄄᆞ로 건지 ᄄᆞ로 촤악 내려지곡에
전기밥솟에 두껑 욜앙 묵을 쑤민
카지도 안ᄒᆞ고 젓기도 쉬웁곡
경 좋을 수가 어서에
오는 멩질에도 청묵은 똑 쑤어사 흐난
ᄆᆞ멀ᄊᆞᆯ ᄎᆞᆯ렁 놔두어사쿠다

♧ 메밀묵
잔칫상에 갖은 음식이 가득해도
먼지 손이 가는 건 메밀묵이지요
개운하게 한 입 삼켜야
다른 음식들도 살펴지니까요
제사 때도 메밀묵 해놓으면
잘 차렸다고 칭찬 들어요
손님들도 좋아하지만
핑계에 우리도 먹으려고
손을 들이는 거지요
메밀 담갔다 끝없이 주물러
즙내는 게 어렵고
눋어 버리면 안 되니
끝없이 젓는 게 힘들어요
꾀쟁이들은 어쩌다
쉽게 하는 법을 생각해내기도 합니다
즙내는 건 담갔다 쥬서기에
물만 잘 맞취 내리면 신통방통
즙 따로 건더기 따로 촤악 내려지고요
전기밥솥에 뚜껑 열어 묵을 쑤면
타지도 않고 젓기도 쉽고
그리 좋을 수가 없어요
오는 명절에도 메밀묵은 꼭 쑤어야 하니
메밀쌀 준비해 놔두어야겠네요

♧ 상웨떡
젤 어려운 떡이 상웨떡이우다
빵이나 떡이나 이영저영 ᄒᆞ믄
대걸룽 ᄆᆞ심먹은 양 뒈어 가는디
상웨떡은 지멋대로 되엇닥 말앗닥 ᄒᆞ여노난
막 뭬셔야 먹어지는 겁주
밀 ᄀᆞ루로 멩글아신디 무사 떡이렌 ᄀᆞᆯ암시녠
따주는 사름덜도 싯주마는 예전읜
이걸 하영 멩글앙 상에도 올려시난에
밀 ᄀᆞ루에 막걸리 비와놩 ᄆᆞᆯ앙
부끄민 빗상웨로 넙작 솔름ᄒᆞ게도 멩글곡
동글랑ᄒᆞ게도 맹글앙 쳐놓앗당
굽기도 ᄒᆞ곡 치기도 ᄒᆞ명 라 날 먹어수게
팔월 멩질 ᄀᆞ리가 딱 발효ᄒᆞ기 좋앙
ᄀᆞ루도 하영 ᄆᆞᆯ아놩 ᄃᆞᆼ사다시피 ᄒᆞ는디
부끄지 안ᄒᆞ영 망처불민 진ᄍᆞ로 눈물조배기 ᄒᆞ여져예
경ᄒᆞ여노난 장싯집의서도 ᄑᆞᆯ켄 덤비질 안ᄒᆞ염수게
야튼 상웨떡이 귀ᄒᆞᆫ 떡이 뒈어불엇덴 말이우다
ᄒᆞ긴 빵 중에 젤로 고급인 천연발효 빵이난에
심드랑ᄒᆞ게 ᄃᆞᆼ기는 훗맛이 끗내주주에
맛존 상웨떡 구ᄒᆞ레 뎅기당 버치민 ᄉᆞᆯ째기
막걸리 앚져보암수다마는
---
*상웨떡 : 보리나 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발효하여 찐 빵.

♧ 상웨떡
제일 어려운 떡이 상웨떡입니다
빵이나 떡이나 이럭저럭 하면
대충 마음먹은 대로 되어 가는데
상웨떡은 제멋대로 되었다 말았다 해버리니
아주 모셔야 먹이지는 거지요
밀가루로 만들었는데 왜 떡이라 하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전엔
이걸 많이 만들어 상에도 올렸으니까요
밀가루에 막걸리 부어놓고 반죽해
발효되면 시루떡같이 넙적 길쭉하게도 만들고
동그랗게도 만들어 쪄두었다
굽기도 하고 찌기도 하며 여러 날 먹었어요
팔월 명절 즈음이 마침 발효하기 좋아
잔뜩 반죽해놓고 지켜 서다시피 하는데
부풀지 않아 망쳐버리면 진짜로 눈물 쏟아져요
그래 놓으니 가게에서도 팔겠다고 덤비질 않지요
여하튼 상웨떡이 귀한 떡이 되어버렸다는 말이에요
하긴 빵 중에 제일 고급인 천연발효 빵이니까요
무심히 당기는 뒷맛이 끝내주지요
맛좋은 상웨떡 구하러 다니다 힘들면 슬며시
막걸리 안쳐봅니다만
*김섬 제주어시집 『옴막옴막』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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