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11)

by 김창집1 2026. 5. 11.

 

♧ 깜피 1

 

가을이 가버린 더 커진 빈자리

깜피를

모셔 왔다

진돗개 후손 까만 호피

십 년만

함께 살자고

귓속에 대고 속삭였다

 

 

 

♧ 깜피 2

 

돌아와 묶일 줄 알지만

간식 주면 목을 내민다

목줄은 숙명의 끈이라

비굴보다 체념이다

신이 준

긴 끈에 묶인

나보다 외려 낫다

 

 

 

♧ 깜피 3

 

천미천 산책길은

깜피와 함께한다

길 잘 아는 요 녀석

뛰어가다 되돌아온다

빠르면

되돌아오는 것

니가 내게 알려줬다

 

 

 

♧ 그랜드 캐니언

 

신이 몰래 만든

비경

그 위에 길을 내다니

웅장한 자연 앞에 위대한 인간이 섰다

콜로라도강

꽃비로 내리는 감탄사

 

그러나 다시 그러나

시 한 줄 쓰지 못하는

작아지는 시인이여

아! 밖에 더 못 쓰는

왜 이리

보잘것없나

사랑하고 지운 일

 

 

 

♧ 모뉴먼트벨리*

 

긴 협곡 깊게 판 게

마음에 걸렸었나

울툭불툭 솟아난 바위

인디언의 염원인가

존웨인

역마차 타고

장총 들고 나타날 듯

 

황량한 서부여도

길은 길게 곧게 뻗어

멀리서 보면 감탄사

가까이선 외려 느낌표

높거든

많지나 말지

하나만으로도 국보인걸

 

---

*서부 5대 협곡 중 서부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평균 300m 높이의 기형 바

위 군락지.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

                                            *사진 : 미국 엔텔로프 캐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