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깜피 1
가을이 가버린 더 커진 빈자리
깜피를
모셔 왔다
진돗개 후손 까만 호피
십 년만
함께 살자고
귓속에 대고 속삭였다

♧ 깜피 2
돌아와 묶일 줄 알지만
간식 주면 목을 내민다
목줄은 숙명의 끈이라
비굴보다 체념이다
신이 준
긴 끈에 묶인
나보다 외려 낫다

♧ 깜피 3
천미천 산책길은
깜피와 함께한다
길 잘 아는 요 녀석
뛰어가다 되돌아온다
빠르면
되돌아오는 것
니가 내게 알려줬다

♧ 그랜드 캐니언
신이 몰래 만든
비경
그 위에 길을 내다니
웅장한 자연 앞에 위대한 인간이 섰다
천
길
하
콜로라도강
꽃비로 내리는 감탄사
그러나 다시 그러나
시 한 줄 쓰지 못하는
작아지는 시인이여
아! 밖에 더 못 쓰는
왜 이리
보잘것없나
사랑하고 지운 일

♧ 모뉴먼트벨리*
긴 협곡 깊게 판 게
마음에 걸렸었나
울툭불툭 솟아난 바위
인디언의 염원인가
존웨인
역마차 타고
장총 들고 나타날 듯
황량한 서부여도
길은 길게 곧게 뻗어
멀리서 보면 감탄사
가까이선 외려 느낌표
높거든
많지나 말지
하나만으로도 국보인걸
---
*서부 5대 협곡 중 서부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평균 300m 높이의 기형 바
위 군락지.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
*사진 : 미국 엔텔로프 캐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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