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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창화 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6)

by 김창집1 2026. 5. 15.

 

♧ 대서大暑를 보내며

 

가로수에서 번지는 매미들의 절창

더는 뜨거울 수 없는

한여름의 절정

하늘에서부터

땅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온누리에 꽉 차 넘치지만

온몸으로 받아 넘기는 이들

 

시내 도로변 공사 현장

까무스름하게 그을린 얼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삶의 한 귀퉁이를 적신다.

 

 

 

♧ 정오의 오수午睡

 

산들바람에 잔물결 일렁이는

칠월 하순 서부두 내항

 

정박한 어선들 밤을 낮 삼아

밤바다에 불 밝히며

삶을 건져 올리던 저들이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고 있다

 

브리지 위 마스트로 내리쏟는

강렬한 햇살을 벗 삼아 엮어내는

지난밤 치열했던 삶의 얘기들

 

밤바다 그리고 항구 삶의 두 공간

낮을 밤 삼아 오수로 보내는 정오

몇 시간 후면

뱃머리로 석양을 맞대고

다시 또 이어가야 할 밤바다 항해.

 

 

 

♧ 장미의 계절에

 

햇살 환한 초여름 만발한 장미꽃이

유럽 어느 귀족 가문의 에레나*처럼

곱디고운 미소로 내 마음 유혹하네.

 

흰 머리 낡은 청춘에도 사랑을 품었기에

내 너를 탐하는 나비가 되어

네 미소와 향기에 몰입이 되고

 

이 찬란한 계절에

삶에 맞닥뜨리는 어지러운 것들로

외롭다는 생각들이

너와 함께 있음에 앙금 져 가라앉고

햇살에 뺨 부비며

다가드는 성숙한 아가씨와도 닮은

너의 애틋한 모습에

흐르던 시간도 멈추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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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나 : 아가씨의 스페인어.

 

 

 

♧ 창포의 계절

 

단오를 넘긴 지 며칠

햇살 붐비는 탄천*의 둔치

 

노둣돌 사이 여울지는 물소리

강변은 초록에 휩싸이고

사람들은

창포의 푸름에 휘둘리어

남실대는 강물에 떠 흐르는

실버들 잎인 듯

실바람에 불리는 꽃잎인 듯

넉넉한 강변 둔치에다

초여름 추억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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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 경기 성남시 한강지류.

 

 

 

♧ 뱃고동 여운

 

만남으로 행복한 사람

헤어짐에 외로운 사람

기다림에 초조한 사람

뱃고동 여운이 깔린 산지항* 제3부두

 

출항의 뱃고동 울리면

저마다 품은 사연

가지만 아주 가는 것이 아니기에

만남도 헤어짐도

가슴으로 맞대는

나들이의 숙명적 삶이

늘 수평선을 건너야만 하는 것이기에,

 

황혼 스미는 연륙의 길 따라

멀어져가는 카페리

잘 갔다 온다는 말 대신

긴 여운의 뱃고동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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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항 : 제주국제항.

 

 

                           *김창화 제5시집 『섬의 아우성』 (춘강출판,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