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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12)

by 김창집1 2026. 5. 17.

 

♧ 바닷가에서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라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라

 

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에 있다

 

바다로 굴러가듯 문득 멈춰서서 우는

작은 자갈 소리 다치며 구르는 그 작은 울음 속으로

자갈들이 하나하나 남쪽 북쪽 하늘로 날아간다

 

출산의 핏덩이처럼 뜨겁게 출렁이는 바다에서

솟아 나는 불덩어리 여든 살 사내의 가슴에 고인

망망한 비애를 단숨에 불살라 버릴 나의 빛이여

 

 

 

♧ 마음의 자리

 

눈앞에 보이는 일들은 바람이 지나듯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잘됐든 못됐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들이다

 

언제나 영광과 은혜 축복으로 가득한

마음의 자리 어떠한 어려움과 어둠도

밝아지는 자리다

 

모든 것은 내 마음이 만들며 긍정도 부정도

마음이 만들어 내는 자리에는 부족함 없이

언제나 밝고 지혜로운 가능으로 가득 찬 자리

생멸도 없는 일체의 밝은 마음의 자리이다.

 

 

 

♧ 자연과의 협치

 

자연이 가르쳐 주는 가장 큰 진리는

한결같이 질서정연하고 부정하거나

부당하지 않고 중심을 잃지 않고

늘 하나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어디에 거짓이 있으며 속임수가 있고

눈가림의 술책이 있을까?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열매 맺고

가을이면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준다

 

햇빛은 온갖 식물들에게

생명의 에너지로 바꾸어 영양을 제공하고

새들은 그 열매를 먹고 씨를 배설하여

숲을 만들고 나무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겨울에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자연의 흐름이며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생태계를 보존하고

자연과의 협치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

 

 

 

♧ 임 오신 길

 

임은 어디에서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오시고 머무르다 가신다

임이 떠나신 후에야 오셨던 것을 알고

머무르신 것을 안다

 

나를 괴롭히고 견디지 못할 고통이

임이신 줄 왜 몰랐을까?

우아한 모습으로 내가 그리는 모습으로만

오는 줄 알고 있었다

 

눈을 뜨고 한 생각 돌이키면 임이 왔던 자리에

가득히 밀려오는 환희가 있다.

 

 

 

♧ 밝은 자리 찾아서

 

우리는 진리 생명을 가지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왔지만 스스로 유한에 갇힌 채 스스로 어둠 속을 찾아 헤맨다

 

산더미 같은 어둠이 밀려와도 스스로 밝음을 찾아 나서고 눈앞에 보이는 일들은 모두가 지나가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잘됐든 못됐든 좋든 싫든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 언제나 맑고 밝고 가능으로 가득한

생도 없고 멸도 없는 밝은 자리

 

영광과 은혜로운 축복의 자리 마음의 그 자리를 찾아가면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밝아지는 등불이 켜진

어둠을 몰아내는 자리이다.

 

 

                        *강연익 세 번째 시집 『노을을 붙잡고』 (그림과책, 202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