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ᄆᆞ멀칼국
꿩코 놓아봅디가
오라방덜 저슬방학 자파리엇주예
어떵ᄒᆞ당 눈 어둑은 꿩이라도 ᄒᆞ나 걸어진 날은
고팡에 곱져둔 ᄆᆞ멀ᄀᆞ루를 앗아내는 거라마시
ᄆᆞ멀ᄀᆞ루는 뒈게 ᄆᆞᆯ아도 ᄆᆞᆯ랑ᄒᆞ주마는
꿩 딸린 물에 놈삐 썰어놩 폭 끌리민
씹지 안ᄒᆞ여도 꿀딱 ᄉᆞᆷ져지주예
이 싀상 맛이 아닌 거ᄀᆞ튼
그 맛이 기리왕
나 이제도록도 ᄎᆞᆽ아댕겸수다
웃드르 벗네 집의서 웃음차데기ᄒᆞ멍
들러앚앙 먹어난 그 ᄆᆞ멀칼국도 기립곡
할망 손심엉 먹으레 뎅겨난
동네 맛집 ᄆᆞ멀칼국도 기립곡

♣ 메밀칼국수
꿩 덫 놓아보셨나요
오라버님들 겨울방학 소일거리였지요
어쩌다 눈 먼 꿩이라도 하나 걸린 날은
광에 숨겨둔 메밀가루를 내오는 거예요
메밀가루는 되직하게 반죽해도 말랑하지만
꿩 달인 물에 무 썰어놓고 푹 끓이면
씹지 않아도 꿀떡 넘어가지요
이 세상 맛이 아닌 거 같은
그 맛이 그리워
나 이제까지도 찾아다녀요
중산간 친구네 집에서 박장대소하며
둘러앉아 먹었던 그 메밀칼국수도 그립고
할머니 손잡고 먹으러 다녔던
동네 맛집 메밀칼국수도 그립고

♧ 동지ᄑᆞᆺ죽
ᄑᆞᆺ죽 ᄒᆞᆫ 사발을 ᄆᆞᆫ 먹엇덴마시
아옵 ᄃᆞᆯ 먹은 애기가 주는냥 옴막옴막 ᄉᆞᆷ전
데망세기만이 커진 베가 쏭쏭
제우 숨만 돌려쉬어가난 우리 할망 하르방
밤새낭 튼눈으로 ᄃᆞᆼ 삿덴마시
물쥉이만ᄒᆞ게 난
요슷 달 만에 어명 테어븐 손지
곤죽 쑤어멕이명 킵당 보난
오꼿 일러불게 생것덴
하르방이 ᄉᆞᄆᆞᆺ 답달ᄒᆞ엿덴
우리 할망 동지ᄑᆞᆺ죽 양념으로
오널도 ᄃᆞ시럼신게마시

♣ 동지팥죽
팥죽 한 그릇을 다 먹었다네요
아홉 달 먹은 아기가 주는 대로 옴쏙옴쏙 삼켜
머리빡만큼 커진 배가 쌔근쌔근
겨우 숨만 내쉬어가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밤새도록 뜬눈으로 지켜 섰다네요
갓난 생쥐만 하게 태어나
여섯 달 만에 엄마 잃은 손녀
쌀죽 쑤어 먹이며 키우다 보니
그만 잃게 생겼다고
할아버지가 사뭇 닦달하였다고
우리 할머니 동지팥죽 양념으로
오늘도 얘기하네요

♧ 빙떡
진진ᄒᆞᆫ 저슬방학 벗들 보고정ᄒᆞ연
웃드르 벗네 집의 걸어걸어 가난
동네 벗들 ᄆᆞᆫ딱 불러 모으데
고팡에 쏙 들어간게마는 ᄆᆞ멀ᄀᆞ루를 앗앙오데
소곰 놓곡 물 비와주명 ᄒᆞᆫ ᄀᆞᆺ더레 젓으렌 ᄀᆞ르치데
벗은 우영터레 ᄃᆞᆯ아강 무수영 패마농을 매어오데
솟두겡이 탁 엎어놩
ᄆᆞ멀 반죽 얍숙ᄒᆞ게 부쳥
차롱 엎어논 디 톡 언저놓앙
무수채ᄂᆞ물 놩 곱닥ᄒᆞ게 ᄆᆞᆯ아노난
빙떡이 뒈어불데
지저가명 먹어가멍
웃음발탁 ᄒᆞ여가멍
날 ᄇᆞᆰ는 중 몰랏주

♧ 빙떡
긴긴 겨울방학 벗들 보고 싶어
중산간 친구 집에 걸어걸어 갔더니
동네 벗들 다 불러 모으데
광으로 쏙 들어가더니 메밀가루를 가져나오네
소금 넣고 물 비워주며 한 방향으로 저으라고 가르치데
벗은 텃밭으로 달려가 무랑 쪽파를 뽑아오데
솥뚜껑 탁 엎어놓고
메밀 반죽 얇게 부쳐
채롱 엎어놓은 데 톡 얹어놓아
무채나물 넣고 곱게 말아놓으니
빙떡이 되어버리데
부쳐가며 먹어가며
웃고 떠들며
날 밝는 줄 몰랐지
*김섬 지음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양동림 시집 '거울상 이성질체'의 시(9) (0) | 2026.06.06 |
|---|---|
| 홍경희 시집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의 시(9) (1) | 2026.06.04 |
| 홍해리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의 시(10) (2) | 2026.06.03 |
|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13) (0) | 2026.06.02 |
| 김항신 시집 '꼿봉오지 베려보라'의 시(완) (0) | 202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