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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섬 지음 '오막오막'의 시(11)

by 김창집1 2026. 6. 5.

 

♧ ᄆᆞ멀칼국

 

꿩코 놓아봅디가

오라방덜 저슬방학 자파리엇주예

 

어떵ᄒᆞ당 눈 어둑은 꿩이라도 ᄒᆞ나 걸어진 날은

고팡에 곱져둔 ᄆᆞ멀ᄀᆞ루를 앗아내는 거라마시

 

ᄆᆞ멀ᄀᆞ루는 뒈게 ᄆᆞᆯ아도 ᄆᆞᆯ랑ᄒᆞ주마는

꿩 딸린 물에 놈삐 썰어놩 폭 끌리민

씹지 안ᄒᆞ여도 꿀딱 ᄉᆞᆷ져지주예

 

이 싀상 맛이 아닌 거ᄀᆞ튼

그 맛이 기리왕

나 이제도록도 ᄎᆞᆽ아댕겸수다

 

웃드르 벗네 집의서 웃음차데기ᄒᆞ멍

들러앚앙 먹어난 그 ᄆᆞ멀칼국도 기립곡

 

할망 손심엉 먹으레 뎅겨난

동네 맛집 ᄆᆞ멀칼국도 기립곡

 

 

 

♣ 메밀칼국수

 

꿩 덫 놓아보셨나요

오라버님들 겨울방학 소일거리였지요

 

어쩌다 눈 먼 꿩이라도 하나 걸린 날은

광에 숨겨둔 메밀가루를 내오는 거예요

 

메밀가루는 되직하게 반죽해도 말랑하지만

꿩 달인 물에 무 썰어놓고 푹 끓이면

씹지 않아도 꿀떡 넘어가지요

 

이 세상 맛이 아닌 거 같은

그 맛이 그리워

나 이제까지도 찾아다녀요

 

중산간 친구네 집에서 박장대소하며

둘러앉아 먹었던 그 메밀칼국수도 그립고

 

할머니 손잡고 먹으러 다녔던

동네 맛집 메밀칼국수도 그립고

 

 

 

♧ 동지ᄑᆞᆺ죽

 

ᄑᆞᆺ죽 ᄒᆞᆫ 사발을 ᄆᆞᆫ 먹엇덴마시

아옵 ᄃᆞᆯ 먹은 애기가 주는냥 옴막옴막 ᄉᆞᆷ전

데망세기만이 커진 베가 쏭쏭

제우 숨만 돌려쉬어가난 우리 할망 하르방

밤새낭 튼눈으로 ᄃᆞᆼ 삿덴마시

 

물쥉이만ᄒᆞ게 난

요슷 달 만에 어명 테어븐 손지

곤죽 쑤어멕이명 킵당 보난

오꼿 일러불게 생것덴

하르방이 ᄉᆞᄆᆞᆺ 답달ᄒᆞ엿덴

우리 할망 동지ᄑᆞᆺ죽 양념으로

오널도 ᄃᆞ시럼신게마시

 

 

 

♣ 동지팥죽

 

팥죽 한 그릇을 다 먹었다네요

아홉 달 먹은 아기가 주는 대로 옴쏙옴쏙 삼켜

머리빡만큼 커진 배가 쌔근쌔근

겨우 숨만 내쉬어가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밤새도록 뜬눈으로 지켜 섰다네요

 

갓난 생쥐만 하게 태어나

여섯 달 만에 엄마 잃은 손녀

쌀죽 쑤어 먹이며 키우다 보니

그만 잃게 생겼다고

할아버지가 사뭇 닦달하였다고

우리 할머니 동지팥죽 양념으로

오늘도 얘기하네요

 

 

 

♧ 빙떡

 

진진ᄒᆞᆫ 저슬방학 벗들 보고정ᄒᆞ연

웃드르 벗네 집의 걸어걸어 가난

동네 벗들 ᄆᆞᆫ딱 불러 모으데

 

고팡에 쏙 들어간게마는 ᄆᆞ멀ᄀᆞ루를 앗앙오데

소곰 놓곡 물 비와주명 ᄒᆞᆫ ᄀᆞᆺ더레 젓으렌 ᄀᆞ르치데

벗은 우영터레 ᄃᆞᆯ아강 무수영 패마농을 매어오데

 

솟두겡이 탁 엎어놩

ᄆᆞ멀 반죽 얍숙ᄒᆞ게 부쳥

차롱 엎어논 디 톡 언저놓앙

무수채ᄂᆞ물 놩 곱닥ᄒᆞ게 ᄆᆞᆯ아노난

빙떡이 뒈어불데

 

지저가명 먹어가멍

웃음발탁 ᄒᆞ여가멍

날 ᄇᆞᆰ는 중 몰랏주

 

 



♧ 빙떡

 

긴긴 겨울방학 벗들 보고 싶어

중산간 친구 집에 걸어걸어 갔더니

동네 벗들 다 불러 모으데

 

광으로 쏙 들어가더니 메밀가루를 가져나오네

소금 넣고 물 비워주며 한 방향으로 저으라고 가르치데

벗은 텃밭으로 달려가 무랑 쪽파를 뽑아오데

 

솥뚜껑 탁 엎어놓고

메밀 반죽 얇게 부쳐

채롱 엎어놓은 데 톡 얹어놓아

무채나물 넣고 곱게 말아놓으니

빙떡이 되어버리데

 

부쳐가며 먹어가며

웃고 떠들며

날 밝는 줄 몰랐지

 

 

                            *김섬 지음 『오막오막』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