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22 '한수풀문학' 2023년 제18호의 시(1) [초대시, 시조] ♧ 마샬라 타임 – 이명혜 나에게 손 내밀어 본다 피어나는 꽃 지는 꽃 그리고 꽃이 되고 싶은 풀 사이에 앉아 아무도 용서할 수 없는 나를 슬그머니 용서하고 있다 태胎에 새겨진 운명길 따라 뒤뚱거리던 우리들의 일상 향신료 뒤섞인 커리처럼 밋밋한 내 삶에 양념을 하고 영화 중간에 모두 일어서 떼창을 부르며 춤추는 희 로 애 락 신이 원하던 대로 살았던 그대 잠시 일하던 일 놓고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어라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바람 되어라 죽어야 끝이 나는 런닝 타임 웅크리고 앉은 지루한 뼈마디 같은 삶 온몸으로 아우성치는 별똥별 되어 저마다 화려했던 자기 몸 폭로한다 지금과는 다른 배역 캐스팅되길 기도하며 나도 조금 다른 인생에 손 내밀어 본다 ♧ 삼승할망의 밤 - 현택훈 눈 내리는 저녁.. 2024. 1. 23. 서안나 시집 '애월'의 시(2) ♧ 애월, 춘첩(春帖) 1 달을 가리키는 당신의 손끝이 지혜로운 밤 춘첩은 사람 인(人)처럼 맞대고 붙여야 상서로운 기운을 부른다고 했다 봄도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하다 눈이 먼 어머니와 저수지 물결을 밀면 귀 없는 당나귀를 타고 당귀차 같은 사람이 물을 건너온다 긴 머리 빗어 연화지 저수지를 세 번 태우면 늦은 편지는 이미 분홍이니 우리는 연꽃 위를 눈먼 쥐처럼 걸어가고 어머니의 낡은 카세트 속 지장보살은 늙지도 않는다 ♧ 애월, 춘첩(春帖) 2 입춘이라 쓰면 착하게 살고 싶다 매화 가지에 꽃을 불러 아홉 가지 산나물에 찬술을 마신다 늙은 개는 하루를 굶기고 집안에서 칼질을 삼간다 붉은팥을 뒤로 던지면 매운 수선화 피고 저수지가 깊어진다 편지를 쓰면 수심이 깊어 두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노래하고 매화는.. 2024. 1. 22. 동인지 '한라산문학' 제36집의 시(3) ♧ 목마르기 전에 – 김대운 따사로운 햇살 반갑지 않은 파란 하늘 밟으면 흙먼지가 자욱한 길 짙푸른 잎새는 마음 타는 듯 제 모습을 서서히 감추기 시작한다 들녘의 그늘진 농부 하늘 쳐다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을 그리워하지만 하얀 구름은 가을바람에 여유롭다 목마름 멀리하고 시간에 쫓기든 큰 걸음으로 도착한 곳 어린 단풍나무 곁에 앉아 물 마시니 마셔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지나온 시간 돌이켜 보면 정면을 향해 내달리는 멧돼지처럼 목마름이 올 때까지 기다린 삶의 흔적들뿐! 발밑 먼지 가득 품은 질경이 당신을 기다리지만 해와 속삭이는 뭉게구름 미워하지 않고 밤이슬 기다리며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 낮잠 – 김도경 아침과 저녁의 모호한 경지에서 학교에 가려고 책가방을 쌌다 붉게 물드는 서쪽 하늘을 보며 어.. 2024. 1. 21. 동백문학회 '동백' 제3호의 시(3) ♧ 카멜리아 언덕에서 – 김정자 동백, 그 붉은 인고의 눈빛 가지마다 얼룩으로 검버섯 핀 이유 어머니를 닮아서 찬바람에 몰래 뚝 떨어져 가슴에 가만가만 묻는다 잔소리마저 그리워지는 동백 동산 ♧ 영혼의 별 - 김항신 튀르키예 밤하늘 쏟아지는 별들 위로 우주별 하나 보내고 여섯은 가네 내전만큼이나 할 말은 많아도 할 말을 잃게 하는 우주의 법칙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은 조물주는 ‘나’를 키운다,는 어머니의 강인력 ♧ 가슴에 묻힌 말 – 서근숙 접은 손수건 위에 이름표 왼쪽 가슴에 달고 “어머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어머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라는 말 현관 앞에 남았는데 뒤돌아보면 텅 빈 하늘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 흰 머리칼만 외롭다 ♧ 유월에 – 정미경 발각되.. 2024. 1. 20. 월간 '우리詩' 1월호의 시(2) ♧ 살모사 – 방순미 살다 보면 독인 줄 모르고 산다 살다 보면 독에 중독된다 몸 그림자 사라진다 해도 두려움 없을 중독 가엽고 가여워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더러운 피의 양이 되리 독으로 받은 상처 별이 될 때까지 ♧ 도라지 꽃 – 송미숙 우산을 받쳐 들고 보랏빛 연정으로 길동무 찾아서 골목길 서성이는 여인 되어 방글방글 미소 지으며 마중을 나와 보니 보슬비 내리는 날 부푼 마음 부둥켜안았더니 물거품 되어 사그라질 것을 ♧ 끝물 – 윤순호 내내 붉게 타더니 무서리에 하나둘 단풍 지고 장렬하게 솟은 늦깎이 가지에 서둘러 핀 선홍색 몇 송이 보란 듯 늠름하구나 스스럼없이 노니는 고추잠자리 갸우뚱 시선도 사로잡고 유모차가 이끄는 등 굽은 할머니 곱구나 곱구나! 감춰 둔 추억 불러 가물가물 머물고 길고양이 .. 2024. 1. 19. 김순남 시집 '내 생애 아름다운 인연'의 시(1) ♧ 시인의 말 이 지구상을 두리번거리며 마주치는 나무와 돌과 풀꽃에 엎드리면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피어난다. 12년 만에 엮는 시집이다. 자연과 신화에 깃든 삶의 향기를 채색하는 시 작업 태도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인연들에게 진 빚을 이 시집으로 갚음 될지, 행여 고마운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3년 10월 단풍길 고운 날에 김순남 ♧ 갯무밥 땅 깊이 파고드는 단단함이 바람 들지 않는 토종무밥 꽃봉오리 볼그랑한 갯ᄂᆞ물*에 얹어 자시며 달다, 맛좋다 하실 때 속으로 거짓말! 했다 덜 익은 푸른 보리 서* 먹기 전에는 한 숟가락이 반타작 되고 마는 고대밥*, 닭도 소화하기 어렵다는 피밥조차 부러웠으니 두루애기수재비* 는쟁이범벅*쯤이야 곤밥이라 부를 때 나는 아주 진저리를 쳤다 밭뙈기 하나 고를 때도 물.. 2024. 1. 18.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