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천수의 꿈
-‘용천수의 꿈’ 홍진숙 작품전시회를 보고
보름달 떴다
태곳적 어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맑고 푸른 아기의 눈동자
살아 숨쉰다
한없이 푸르른 가슴으로
끝없이 피어나며
솟아오르는 노랫소리
리듬 타 흐른다
이름 모를 새소리 같은
재잘거림으로
정결하게 걸러내어
스며들 듯 당도한 곳
우물 깊은 당신의 마음
♧ 아름다운 귀
- ‘망부석’ 이종학 사진전을 보고
지아비의 발자국 소리를
애타게 기다리던 그날 밤부터
그녀의 귀는
소라껍데기 닮아갔다
먼 바다로부터
지아비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점점 바다를 향하여
소라껍데기 같은 귀를 기울인다
그리움의 눈물이
뚝뚝
발등으로 떨어져 내려
갯가를 메운 돌
지아비를 그리워하는 마음
현무암 돌 위에
소금꽃 피었다
♧ 기쁨이 솟아나네
- ‘법환 공물깍’ 홍진숙 그림전을 보고
섶섬과 문섬 앞에
생명수 같은 공물깍 보았네
베데스다 연못에서
물이 동하기를 기다리던 환자처럼
솟아오르는 물속으로
삶에 찌든 나른한 몸을
적시고 싶네
태곳적 생명이 용솟음치는
공물깍 바라보는 마음에
아련한 기쁨이 밀려오네
남방큰돌고래 물을 뿜어내듯
가난한 마음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나네
슬픔을 몰아내며
화수분 같은 기쁨이
솟아나네
*김순선 시집 『어느 토요일 오후』 (한그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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