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리․1
떠날 거면 떠나라고
서귀포는 있는 거다
비릿한 자리젓 냄새
한 계절 삭고 나면
칠십 리
약속의 땅에
눈 감고도 올 것이다
♧ 망장포 메꽃
이생망 이생망이라
함부로 말하지 마라
주지 스님 큰아버지
절터만 남은 마을
벼랑 끝
갯메꽃 하나
허공에서 피는 걸 봐라
♧ 으름꽃 등 올리시네
신물질 발명했다는
물 건너 아들 목소리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으름꽃 등 올리시네
자배봉 뻐꾸기 소리
뻐꾹뻐꾹 등 올리시네
♧ 한여름 저녁놀에 라면 끓이러 간 친구
곤냇골
곤냇골의
친구 집 찾아가니
아, 글쎄 라면 먹자네
순간 서녘 하늘 번지는 허기
창가에
냄비 앉히고
라면 끓길 기다리는 거다
♧ 사진작가 용만이 형과 친구, 그리고 한라산․2
청자에나 백자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데
애기 울음들인
에밀레종 전설 같이
상고대
저 상고대 빛의
까마귀 소리 들린다
*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 (다층,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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