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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2)

by 김창집1 2024. 6. 4.

 

 

항구의 연정 1

 

 

1. 연서

 

 

연분홍 우정 다지던 날

부푼 꿈 연락선 따라 도착한

항구의 도시 영도

물 내음 묻어나는 낯선 포구

해장국 냄새에 속을 달랜다

 

파리상회는 파리에서 공수한 차들로

주섬주섬 담아내다 말고

시원치 않으면 내려오라던 누이

따뜻한 차 한잔에 녹여보는 시간

그래도 그릴 수 없는 마음이라는 길 알기에

뭍 가시나 겁 없이

용기 무쌍하기는 하늘의 별도 따겠네

 

망망대해 던져진 몸

혼자 김 서방 찾아가는 마음 이런 거였어

 

달라붙은 사내놈

파출소 앞에 떼어 내고

삼십육계 지리던 진짜 이런 게

서울 김 서방 찾기였나

 

만나기 쉽지 않은 섬의 여자

여기도 산 저기도 산

바다도 없어 고향 생각 날 부를 때

 

우정으로 다지던 어느 날

연분홍 연서 바다에 날리며

충청도 가인 눈에 들던

대서리* 연정

사람 좋고 잘나면 뭐하겠나

작별의 연서 접던 날

목포행 열차에 마음 실은

 

 


 

2. 서울의 달

 

 

누구는 별빛 머무는 언덕이라 했나

달빛 머물다 가던

그날 밤

그녀의 서울 밤은

미래 꿈이라는 희망 품고

상경한 여신들 함께했던 생경한 날

서울의 달이나 충청의 달

부산의 달이나 제주 달빛은 같아서

그녀의 마음이나 내 마음 다를 게 없었던 날 밤

마음은 이미 정해진 숙명처럼

너는 대방동에서 나는 천호동에서 달맞이하던 그곳

 

지금 사십 여 년 지나 궁금해지는 달빛 머무는 언덕

 

---

* 추자도 마을 지명.

 

 


 

영주산 넋두리

 

 

  처음 실은 별이 반짝이며 인사를 했다

  두 번째 실어내며 흔들거렸다

  세 번째 나루 포구에 물이 오른다

 

  설레는 마음 애환과 슬픔, 토장처럼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그만의 잣대로 잠을 자다가, 시를 읽다가 에헤라 나는 그래도 신명 나게 써보는데 에헤라 눈팅만 하는 건지 시야가 좁은 건지, 도통 감각들이 없어 하기사 내 주변에는 글쟁이들이 없어 그렇다 치자 하기사 눈길조차 없었는데 별 수 있나 그래도 전국을 누비고 나르는데 언젠가 쥐구멍에 볕 들 날 안 있겠나 하모야 있지

 

 


 

열매

 

 

그게 무엇이더냐

작은 열매라 하옵니다

허 참

야릇하게 생겼도다

허연 것이 촐촐거리누나

예 그러하옵니다

자녀를 수태하여 출산허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을 적에

받아

먹이기도 하옵니다

허어

 

귀하디 귀한 천선과나무

 

여봐라

……………

 

이리하야 과실이 부실한

해변가 중심으로 씨를 뿌렸다는디

 

오널날 말헐 거 같으면

만덕 길 조금 오르다 보면

사봉 길에도 와랑와랑

별도 틈에도 그 영 푼드그랑ᄒᆞ게

돌아정 션게마는

 

저어기 거로 삼거리

작은 돌 틈엔

제비 똥에서 난 거 닮댄 ᄒᆞ는디양

그게

시방 이왁으론

작은 무화과랜 ᄀᆞᆯ읍니다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